[무비클릭] 미씽 : 사라진 여자..유괴 둘러싼 엄지원·공효진 연기 긴장감

2016. 12. 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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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이언희 감독/ 엄지원, 공효진, 김희원 출연/ 11월 30일/ 100분/ 15세 관람가
아이를 가진 엄마의 가장 근원적인 공포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이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는 제목에서 암시하다시피 여자, 엄마, 아이 그리고 사라짐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런데 문제적인 것은 이 영화 ‘미씽’이 단순히 유괴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유괴지만 단순히 유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사라짐, 그게 바로 ‘미씽’의 힘이다.

단순하지 않음은 우선 주인공의 처지에서 비롯된다.

주인공 지선(엄지원 분)은 현재 양육권 소송 중인 싱글맘이다. 양육권 소송이라는 점에서 암시돼 있다시피, 현재 지선은 이혼 중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이미 남남이 된 사이지만 아이가 남아 있고, 그리고 아이만큼은 엄마인 지선이 키우고 싶다. 하지만 경제력이 더 높고, 심리적으로 안정돼 보인다는 이유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권한이 아버지에게로 간 것. 지선은 어떻게 해서든 그 권리를 되찾고 싶다. 그래서, 그녀는 열심히 일한다.

두 번째 문제가 또 여기서 빚어진다. 아이를 혼자 키우려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도와줄 엄마나 일가친척이 없다. 그러다 보니 돈을 주고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한매(공효진 분)가 지선의 집에 오게 된다.

아이돌보미에게 아이를 맡기고 난 후 남는 두려움과 공포. 이건 비단 싱글맘인 지선만 느끼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 감정에 가깝다. 어린이집 차량에 남겨져 아이가 목숨을 잃고, 어린이집 원장과 선생님의 공공연한 폭력이 뉴스에 잊혀지기 무섭게 등장한다. 어느새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대단히 조마조마한 일이 돼버린 것이다.

이 보편적 공포 위에 재외 노동자 여성, 중국 국적을 가진 소수자로서의 한매의 삶이 겹쳐진다. 그녀는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상태로 한국에 와서 여러 고초를 겪고, 말 못 할 상처들을 갖게 된다.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의 고통은 여자로서의 고통을 넘어선다. 영화 속에서 엄마들은 우선 여자를 버리고 엄마를 택한다. 그러나 잔혹하게도 이 사회가 엄마로서의 그녀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기만 하지 못한다. 오히려 엄마에게 아이는 약점으로 남용된다.

‘미씽’은 공효진과 엄지원 두 배우의 연기가 팽팽한 긴장을 주는 작품이지만 사실 무게중심은 엄지원에게 놓여 있다. 너무 바빠 무심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모성애를 가진 지선 역을 엄지원은 무리 없이 해낸다. ‘소원’에서 보여줬던 평범하면서도 억척스러운 엄마 연기나 ‘더 폰’에서 보여줬던 스릴러퀸의 모습이 ‘미씽’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반면, 공효진은 본능적으로 연기를 하긴 하지만 한매라기보다는 공효진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엄지원의 연기와 대조를 이룬다.

결국, 문제는 우리 사회일 것이다. 아이를 키울 만한 나라가 되는 것. 어쩌면 이것은 행복한 삶의 시작이 아닐까? 일상의 섬세한 연출과 그 연출의 밑바탕이 된 예민한 관찰력이 탁월한 영화 ‘미씽’. 정말 사라진 것은 아이가 아니라 그렇게 평범해서 더 행복한 일상적 삶의 풍경 아닐까 싶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6호 (2016.12.07~12.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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