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금인 듯 세금 아닌 세금 같은..

김병수 입력 2016. 12. 5. 14: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호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방향을 잃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냐’는 등 자조 섞인 한탄이 끊이지 않는다. 주요 그룹 총수들도 줄줄이 국회에 불려나가고, 특검 조사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 총수들이 게이트에 엮인 배경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반(半)강제로 낸 성금이 있다. 바로 ‘준조세’다. 기업들이 지난 한 해 이런저런 명목으로 낸 준조세는 20조원에 육박한다. 법인세 45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MB정부 때도 급증했던 준조세가 이번 정부에 규모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법에도 없는 준조세를 내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는 권력을 가진 정권에 ‘찍히지 않기 위해서’다. 세금 쓰기엔 국회 문턱을 넘기가 어렵거나, 국민의 시선이 따가운 일에 기업들의 팔을 비트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업들이 ‘반대급부’를 바라기 때문이다. 준조세를 통해 정권에 잘 보이고 사적인 이득을 챙기려는 의도다. 한 국책연구원장은 “일부 기업들은 준조세를 이유로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로 자처하지만, 진짜 떳떳한 기업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오너 일가의 사면이나 승계를 위한 민원성 청탁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공범으로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준조세가 사라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기업의 한 직원은 “구조조정이다 사업 재편이다 하면서 직원들은 마구 내보내면서 뒤로는 정권 실세에 줄 대려고 아낌없이 갖다 바치는 오너가의 행태를 보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도 토로했다.

마침 정치권 일각에서 기업의 준조세가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준조세 청탁금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화장실 들어가고 나올 때 사정이 달라진다는 정치권이지만, 이번만큼은 관행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도 또 게이트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6호 (2016.12.07~12.13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