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불운 떨친 SK 박세웅, 2017년 다시 뛴다

2016. 12. 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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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SK 왼손 투수 박세웅(20)에게 2016년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시기였다. 남들은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불운을 겪어서다. 부상 때문이었는데 그 부상이 참 독특했다.

던지는 손인 왼쪽 검지에 흔히 사마귀로 불리는 유두종 바이러스가 생긴 것이다. 보통 레이저로 제거하고 상처가 아물면 다시 공을 잡을 수 있는데 이 사마귀가 참 독했다. 지난해 겨울에 수술을 받고 주사 치료까지 병행했는데 재발하기를 반복했다. 어깨나 팔꿈치가 아프다면 스스로도 이해를 했겠지만 희귀한 부상에 발목이 잡혔으니 허탈했다. 그 결과 박세웅은 올해 2군에서도 6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박세웅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고 씁쓸하게 말한다.

페이스가 좋았기에 느끼는 아쉬움은 더 컸다. 박세웅은 올해 2월 열렸던 대만 캠프의 ‘우등생’ 중 하나였다. 공이 너무 좋았다. 김상진 당시 투수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빠른 공 최고 구속도 146㎞까지 올라오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2년차를 맞이해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4월에 사마귀가 다시 피부를 뚫고 나왔다. 치료를 받고 8월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으나 또 재발했다.

박세웅의 손가락에는 아직도 당시의 절망감을 보여주는 상처가 있다. 하지만 상처는 조금씩 아물고 있다. 박세웅의 마음 속에 자리 잡았던 허탈함과 불안감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박세웅은 “올해 동계훈련 때 열심히 했고, 대만 캠프와 시즌 초반까지도 좋았었다. 그런데 사마귀가 났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또 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미소지었다.

그런 박세웅은 지난 11월 열렸던 SK의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서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올해 많이 던지지 못했던 울분을 털어버리려는 듯 성실하게 불펜 피칭을 하며 감을 되살렸다. 박세웅은 “작년보다는 덜 힘들었다.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몸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느낀 한 해”라면서 이를 악물었다.

최상덕 투수코치는 박세웅에 대해 “보기보다 구속이 빠르고, 공을 때릴 줄 아는 투수”라며 잠재력에 높은 점수를 준다. 실제 박세웅은 프로 입단 후 2년 사이 구속이 많이 올라온 대표적인 투수다. 고교 시절 기껏해봐야 130㎞대 후반의 공을 던졌지만 지금은 평균이 140㎞대 초반이다. 물론 그것에 대한 부작용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박세웅은 “제구 문제가 생겼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박세웅은 “빠른 공 제구가 가장 문제고, 캠프에서도 이에 중점적으로 신경을 썼다. 프로에서 구속이 올라가면서 욕심이 생기더라. 구속이 올라갈수록 힘을 더 쓰려고 하니까 조금씩 제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너무 강하게만 던지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나 싶다”라면서 곰곰하게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어린 투수라면 누구나 겪는 성장통. 그래서 박세웅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 중이다.

박세웅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조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 “빠른 공보다 슬라이더에 더 자신감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여기에 지난 9월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는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의무적으로 던지다보니 생존 비결도 조금씩 터득했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좀 더 가다듬고 체인지업까지 잡아보겠다는 것이 박세웅의 은근한 욕심이다.

그런 박세웅의 내년 목표는 건강함, 그리고 1군 진입이다. SK는 왼손 불펜 자원이 부족한 편이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어 있다. 이번 가고시마 캠프 명단에서 알 수 있듯이 박세웅도 그 후보 중 하나다. 박세웅은 “경기 때 코칭스태프에서 믿고 올릴 수 있는 경기용 선수가 되고 싶다. 매일 나가도 상관 없다”라면서 “고교 동기인 주권(kt)이 1군에서 던지는 것이 부럽더라. 자신 있는 구종을 만들고 기복을 줄여 안정적인 투수가 돼 1군에 서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2016년이 불운의 한해였다면, 2017년은 희망의 한해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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