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야구특기생 입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2016. 12. 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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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거의 매년 겪는 일이지만 올가을에도 대학 야구부 입시와 관련한 비리 제보를 하나 받았다.

A 대학 야구부에 지원한 B 투수는 고교 3학년 때 부상으로 주말리그는 물론 전국대회 성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음에도 무난히 합격한 반면, C 투수는 3학년 때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도 탈락했다는 제보였다. 참고로 A 대학의 야구부 전형은 대회 성적 90%와 실기 10%로 성적이 절대적이다.

단순하게 3학년 성적만 따져보면 이상할 만도 했다. 기자는 곧바로 A 대학 입학처에 연락했다. A 대학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야구부 세부 입시요강과 합격한 선수들의 구체적인 점수까지 밝히며 비리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사정은 이랬다. 합격한 B 투수는 고교 1학년부터 경기에 자주 출전하며 누적 기록이 쌓여있었지만, C 투수는 3학년부터 투수로 전향한 케이스였다. A 대학이 공개한 세부 입시요강에는 1, 2학년 성적에 가산점을 주고 있었다. 저학년 선수가 경기에 자주 출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라는 이유였다. A 대학의 입시요강대로 성적을 계산해보니 실제로 B 투수가 C 투수보다 위였다.

며칠 후에는 고교 3년간 타율이 2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야수가 D 대학에 합격했다는 제보도 받았다. 이 역시 확인해보니 대학 측이 공개한 세부 입시요강에는 타율보다 타석수에 배점이 높았고, 주말리그 성적을 제외한 전국대회 성적만을 반영하고 있었다. 야구 명문고 소속인 이 선수는 전국대회 출전 기회가 많았고, 주말리그 성적에 비해 전국대회 성적이 더 좋았다.

이처럼 두 제보를 취재했지만 비리라고 할 만한 부분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합격한 학생의 학부모는 “세부 입시요강을 몰랐으니 깜깜이 지원을 한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A 대학의 경우처럼 탈락한 C 투수는 1, 2학년 성적에 가산점을 준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A 대학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 측의 입장은 이렇다.

“구체적인 요강을 공개하면 선수들의 진짜 실력이 아닌 맞춤형 지원이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1, 2학년 성적에 가산점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의도적으로 감독들이 선수들의 출전 횟수를 조절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진정한 선수들의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대학의 논리에 현장 고교 감독들은 반론을 제기한다.

서울 지역의 한 고교야구팀 감독은 “대학마다 입시요강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그 많은 기준에 맞춰서 선수들의 출전을 조정한다는 것이냐. 감독 입장에서는 코앞에 성적이 중요한데, 그런 식으로 선수들 입시를 일일이 고려하면 베스트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세부 입시요강은 대학마다 다르다. 해당 대학이 가중치를 두는 부분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체육특기생들은 저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형방법은 대학 자율이므로 이를 통일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비공개로 돼 있는 세부적인 입시 요강을 지원자들에게 사전에 공지해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지원자들이 자신의 장점을 살려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은 열어줘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세부 요강을 비공개하니 온갖 억측과 비리 의혹까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시국 탓인지 요즘 대학들은 체육특기생 입시와 관련해 상당히 예민하다.

여전히 운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1억 원이면 명문대학, 5000만 원이면 그보다 낮은 급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이 돈다. 기자가 만난 한 학부모는 “체육특기생은 어느 정도 돈으로 대학에 합격한다는 것을 부모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과거에 실제로 돈으로 합격증을 사고판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대학들은 과거엔 몰라도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 특히 체육특기생 입시는 더욱 그렇다. 제보를 받은 기자가 취재를 통해 오해를 풀었던 이유는 대학이 공개한 세부 입시요강 자료 덕분이었다. 지원자들에게도 이를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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