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뷰] '역도요정 김복주' 이성경, 김선아·황정음 잇는 못난이 캐릭터 계보를 다시 쓰다
2016년 한 해, 이성경만큼 극적인 변신을 보여준 배우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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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경의 2016년 첫 시작은 tvN ‘치즈인더트랩’의 ‘백인하’였다. 겉모습부터 강렬한데다 등장할 때마다 보이는 과한 오버액션, 그리고 드라마 후반부에 보여준 악녀스러운 모습까지 눈에 띄는 캐릭터임은 분명했지만, 전체적으로 극에 잘 녹아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성경은 곧바로 출연한 SBS 드라마 ‘닥터스’에서 악녀 속성의 서브 여주인공이긴 해도 ‘치즈인더트랩’의 ‘백인하’와는 또 판이하게 다른 ‘진서우’를 연기하며 눈길을 끌었다.
‘닥터스’의 ‘진서우’는 주인공 유혜정(박신혜 분)과는 고등학교 동창 출신으로, 의사집안의 외동딸에 어릴 때부터 촉망받던 수재라는 점에서 모든 것을 갖췄지만 천재적인 두뇌와 함께 짝사랑하던 홍지홍(김래원 분)의 마음까지 가져간 박신혜에게 상당한 열등감을 품었다. 하지만 ‘닥터스’에서 이성경은 질투와 열등감에 눈이 멀어 박신혜를 괴롭히는 흔한 악녀의 공식을 벗어나 나중에는 박신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박신혜의 할머니를 죽게 만든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까지 하는 모습으로 큰 정신적 성장을 이룬다.
두 차례의 악녀 연기를 다른 리듬으로 연기해낸 이성경의 세 번째는 바로 ‘역도요정 김복주’의 주인공 ‘김복주’였다. 흔히 서브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와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의 사이에는 넘기 힘든 벽이 있다고 하지만, 이성경은 앞선 두 작품에서 보여준 폭넓은 연기로 그 벽을 넘어 당당히 주연에 입성했다.
그리고 이성경은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의 뒤를 잇는 역대급 ‘못난이’ 캐릭터의 계보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늘씬하고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여배우의 공통된 마음이겠지만, 여자 역도선수라는 캐릭터를 위해 살도 찌우고 21세의 털털한 모태솔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화장도 패션도 포기했다.
‘역도요정’이 되기 위해 이성경이 포기한 것은 외모만이 아니다. 이성경은 ‘치즈인더트랩’의 도도한 ‘백인하’, 그리고 ‘닥터스’의 귀티 넘치던 ‘진서우’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와 동일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처절하게 망가진다. 눈을 가늘게 뜨고 코를 찡긋하며 얼굴을 구기는 것은 기본이고, 짓궂은 초등학생 남자아이처럼 코를 훌쩍이며 돌아다닌다.
그런데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진 이성경의 모습은 오히려 밉다기보다 너무나 사랑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촌티 팍팍 날리는 소녀가 스무살이 넘어 뒤늦게 찾아온 첫사랑의 감정에 어쩔 줄 몰라 볼을 발그레 붉히고, 식판에 넘쳐흐르는 밥을 꾸역꾸역 입 안에 퍼넣는 내숭없는 모습조차도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이성경에게는 2016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치즈인더트랩’부터 ‘닥터스’, ‘역도요정 김복주’까지 쉼없이 1년을 내달렸고, ‘김복주’라는 더없이 사랑스런 캐릭터로 결국 주인공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우리는 예쁜 척 하는 흔한 배우들 대신 망가질수록 더욱 사랑스러워지는 보석 같은 배우를 한 명 만나게 됐다.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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