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트랙] ACL 나가는 수원, 들러리 피하려면

한준 기자 2016. 12. 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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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 그룹B로 떨어진 수원삼성이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세 시즌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성공했다. 1995년 창단해 1996시즌부터 활동한 수원은 아시아 무대의 단골손님이다. 세 시즌 연속 진출인 2009~2011시즌 이후 최다 연속 진출 역대 타이 기록이다.

수원은 지난 21시즌 중 절반이 넘는 11시즌에 아시아클럽 대항전에 출전했다. 1997시즌 처음 참가한 아시아컵위너스컵에서 준우승했고, 1999시즌에는 ACL의 전신 아시아클럽챔피언십에서 4강에 올랐다. 2001시즌과 2002시즌에는 아시아클럽챔피언십에서 연속 우승했고, 아시아슈퍼컵도 차례로 제패했다. 이후 아시아클럽대항전은 2003시즌부터 ACL로 통합 운영됐다.

ACL 첫 두 시즌에 본선 참가를 이루지 못한 수원은 ACL 체제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2005시즌 대대적 투자에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2006시즌부터 2008시즌까지는 3시즌 연속 진출권을 얻지 못했다. 창단 이후 가장 오랫동안 아시아클럽 대항전에 나서지 못한 시기다.

2009시즌부터는 세 시즌 출전했다. 2009시즌 16강, 2010시즌 8강, 2011시즌 4강으로 발전했으나 2012시즌에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서정원 감독 부임 첫 해인 2013시즌에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14시즌 본선에 오르지 못했고, 2015시즌에 16강 탈락, 2016시즌에 조별리그 탈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1시즌 4강 이후 지난 5시즌 동안 인상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한동안 K리그는 ACL 무대에서 꾸준히 결승 진출 팀을 배출하며 강세를 보였다. 근래에는 중국슈퍼리그가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무대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호주가 AFC에 편입된 것도 위협이 됐다. 동서 지역이 결승전 이전까지 분리되었고 UAE와 카타르 역시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이제 투자가 없는 팀이 결과를 내기 어렵게 됐다.

# 세 시즌 연속 ACL 진출, 참가 보다 성과 필요한 시점

전북현대는 2016시즌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K리그 내에서 최고의 선수를 대거 영입해 스쿼드를 두텁게 만든 것이 원동력이었다. 더블 스쿼드를 구축해 리그와 ACL에서 주력 선수들의 체력과 밀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지속적으로 구단 예산 규모를 줄여온 수원은 ACL와 리그 병행 과정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왔다. 서정원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시즌 고비 때마다 체력에 발목을 잡혔다고 말해왔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에 우선 순위는 리그였다. 2014시즌과 2015시즌 연속 리그 준우승을 이뤘다. FA컵에서는 부임 후 세 시즌 연속 16강을 넘지 못했다. 시즌을 시작하면서도 목표를 이야기할 때 ACL 무대에서 우승을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2016시즌 수원은 서 감독 부임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리그 우승 경쟁에서 일찌감치 좌초한 것은 FA컵 우승이라는 또 다른 결실로 이어졌다. 서 감독 부임 후 첫 우승이다. 수원은 6년 만에 무관의 한을 풀었다.

다음 목표는 ACL이다. 서 감독은 FA컵 우승을 확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ACL에 나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 선수층이 갖춰져야 한다. 전북이 ACL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밑바탕이 있어야 나가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만 구단이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서 감독은 2016시즌을 운영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주력 선수들의 이탈을 꼽았다. 그리고현 상황에서 어떻게 최대치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감독으로 처음 부임해서 4년째 수원삼성을 이끌고 있다. 상당히 힘든 1년, 1년을 보냈다. 매년 예산이 계속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팀을 지탱하는 게 쉽지 만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그걸 이겨나가는 게 내 할 일이다. 운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을 수원 삼성에 걸맞은 팀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기다."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구단 운영권이 이관되면서 경영 효율화가 진행됐다. 경제 상황이 어렵고 구단 수익 구조가 안정되지 못한 가운데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마냥 투자만 요구할 수는 없다. 제한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FA컵 우승이라는 결실을 낸 만큼 결과를 내기 위한 어느 정도의 투자를 요구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

# 투자 명분 생긴 수원, ACL에 걸맞은 선수단 구성할 수 있나

아시아축구연맹은 올해 ACL 우승 상금을 300만 달러(약 35억원)로 증액했다. FIFA클럽월드컵 참가와 더불어 거둘 수 있는 수익은 연간 구단 운영 예산의 상당 부분을 보전할 수 있는 규모다. 당장 2016시즌 우승한 전북은 클럽월드컵 첫 경기 출전금을 포함 500만달러(약 59억 3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ACL은 2019시즌부터 우승 상금을 600만 달러로 증액할 계획을 갖고 있다. ACL의 권위와 상업적 가치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클럽월드컵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수원은 이번 FA컵 우승으로 자존심을 세우고, 세계 무대에서 다시 긍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서 감독은 2017시즌 부임 5년 차 시즌을 맞는다. 전술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갖췄다. 리그 후반기에 조나탄이라는 골잡이가 가세하자 성적이 극적으로 변화했다. 전체적으로 안정된 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2016시즌 수원이 영입한 외국인 선수는 대체로 실패했다. 전반기의 브라질 공격수 이고르는 프로필부터 부족했다. 후반기의 카스텔렌은 네덜란드 대표 출신이나 황혼기에 이르러 컨디션을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17시즌 수원의 1차 과제는 조나탄을 지키는 일이다. 조나탄은 1년 임대에 완전 이적 옵션을 포함해 영입했다. 서 감독은 계약 사항상 2017시즌에도 수원을 위해 뛰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남은 것은 기존 자원을 얼마나 지키고, 어느 부분을 보강할 수 있느냐다. 당장 팀 전력의 핵심인 레프트백 홍철과 라이트백 신세계가 군입대로 팀을 떠난다. 핵심 미드필더 권창훈은 계약 만료 1년을 앞두고 해외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고질적으로 문제가 지적된 중앙 수비수 포지션과 골키퍼 포지션에도 보강이 필요하다.

축구 팀의 성공을 위해선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해야 하고, 감독이 좋은 전략을 짜야 하며, 코칭 스태프가 좋은 훈련을 지도하는 것만큼 시즌 개막 이전 선수단 구성과 지원을 위한 프런트의 운영이 중요하다. 2017시즌은 사상 가장 힘든 고비를 넘긴 수원이 비상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분기점이다. ACL 진출에 성공한 수원은 스페인 전지훈련 일정을 확정했다.

ACL과 K리그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올 시즌 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우승 잔치는 끝났다. FA컵 일정이 늦어지면서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해졌다. 새 시즌 준비는 이미 12월부터 진행된다. FA컵 우승으로 수원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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