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석의 무대VIEW] '몬테크리스토' 류정한의 격정과 조정은의 애잔함..가슴을 찌르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2016. 12. 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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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사진 EMK 제공

거대한 뱃머리가 나타난다. 고향에 돌아온 선원들은 환희에 젖는다. 선원들 사이에서 에드몬드 단테스(류정한·엄기준·신성록·카이)는 메르세데스(조정은·린아)와 기쁨의 키스를 나눈다. 메르세데스를 짝사랑하는 몬데고(최민철·이상현), 선장이 되고 싶어 에드몬드를 시기하는 당글라스(장대웅)가 음모를 꾸민다. 친구들의 덫에 걸린 에드몬드는 독방에 갇힌다. 에드몬드는 감옥에서 파리아 신부한테 검술과 글을 배운다. 파리아 신부는 죽기 전 에드몬드에게 보물섬의 위치를 알려준다. 감옥을 탈출한 에드몬드는 보물을 찾아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복수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소설을 2시간으로 압축한 작품이다. <지킬 앤 하이드> <마타하리>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하고, 잭 머피가 대본과 가사를 썼다. 2009년 스위스에서 초연한 <몬테크리스토>는 빈 뮤지컬의 화려함과 브로드웨이의 드라마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에드몬드의 사랑, 절망, 복수와 친구들의 배신, 음모를 담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해 원작과 다르게 설정했다.

1막은 에드몬드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왜 에드몬드가 복수를 결심하는지를 촘촘하게 그렸다. 2막의 복수를 위해 에드몬드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몬데고, 당글라스, 빌포트가 ‘역사는 승리자의 것(A Story Told)’을 부를 때 에드몬드는 ‘하루하루 죽어(Everyday a Little Death)’간다. ‘파리아의 레슨(Lessons Learned)’은 관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넘버다. 배신, 절망과 분노가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1막에서 파리아 신부와 에드몬드의 유쾌한 땅굴파기는 관객들의 숨통을 틔워준다. 아이디어가 빛나는 장면이다. 비스듬히 기운 투명한 원통형으로 되어 있어 실제 땅굴을 파는 듯한 사실감을 준다. 한바탕 웃고 나면 해적들과 보물을 찾아 나선다.

1막에 비해 2막은 헐겁다. 본격적인 복수극을 펼쳐야 하지만, 실제 복수는 ‘덫/ 더 많이 더 높이(The Trap/ Too Much is Not Enough)’ 한 곡으로 처리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몬테크리스토>는 복수보다는 복수의 허망함과 용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삶의 바닥까지 내려간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를 통해 보상을 받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몬테크리스토의 감정은 잔잔한 호수에서 성난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로 변한다. 복수의 또 다른 이름은 희생이다. 몬테크리스토는 부질없는 복수보다는 용서를 택한다. 1막에서 감정을 쌓고 달려온 2막에서의 짧은 복수극과 이어지는 긴 용서와 화해의 시간은 절정은 짧고 결말은 늘어지게 한다.

초연부터 함께 한 류정한 배우가 왜 사연에 다시 캐스팅되었는지 유감없이 보여준다. 1막 엔딩곡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Hell to Your Doorstep)’은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을 연상시킬 정도로 격정적이다. 새롭게 합류한 조정은 배우는 섬세하면서도 강하다. <몬테크리스토>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세월이 흘러(All This Time)’를 부를 때면 아들을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애원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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