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더 단단해졌다'.. 2016시즌 결산 인터뷰

2016. 12. 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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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태원 기자]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탈락하고 곧바로 한국행을 결심했어요. 부상 때문에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제대로 느꼈거든요. 앞으로 10년 이상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지금 잠시 멈춰,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 맞는 거라고 생각했죠.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덤덤했다. 올해로 투어 2년차. 지난해 챌린저에서 4차례 우승(버니, 서배너, 부산, 가오슝)하고, ATP투어 250시리즈 선전오픈에서 8강에 진출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낸 한국 테니스계 ’에이스’ 정현(20 한국체대 104위) 얘기다. 정현은 본격적으로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지난해 순위를 173위에서 51위까지 끌어올렸다. ATP(남자프로테니스협회)도 테니스의 변방 한국에서 나온 젊은 스타를 주목했고, 지난해 시즌 종료와 함께 ‘올해의 기량발전상’을 수여했다. 한 마디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

조코비치의 올라운드 플레이를 닮고 싶다는 정현. 그리고 직접 경기해보니 차원이 다름을 느꼈다고 했다.


올해 2년차가 된 정현에게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 첫 번째 결과물에 비해 두 번째 결과물이 흥행이나 완성도에 있어 부진한 것을 뜻함)가 찾아왔다. 정현은 올 1월 열린 호주오픈 1회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29 세르비아)와 센터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대결을 펼쳐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조코비치는 정현에게 롤모델인 우상. "수비 범위가 넓고, 공이 묵직하면서 부드럽게, 또 빠르게 넘어와요. 저도 그런 플레이를 할 겁니다." 배운 게 많았다.

사람들의 기대는 높아져만 갔고, 이것이 비난의 화살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현은 호주오픈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투어 대회에 출전했지만 1, 2회전에 탈락하는 일이 잦아졌다. 기대만큼 발전이 더뎠던 까닭이었을까. 사람들은 정현을 ‘챌린저용 선수’라며 깎아내렸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이 그를 마주했다. 그것은 바로 ‘부상’이었다. 지난 5월 프랑스오픈 1회전(vs 캉탱 알리스, 0-3 패) 경기를 치른 직후 복부에 통증을 느꼈고, 더 심해지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 회복에 전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5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무려 4개월 동안 대회 출전을 하지 않았다. 8월에는 일본의 명코치 고우라 다케시를 초빙해 1주 간 원 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다. 정현은 “몸의 균형을 잡는 것, 특히 유연성과 근력을 향상시키는 트레이닝 위주로 훈련했다. 나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리우 올림픽 출전권도 과감히 포기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이 클 것 같아 출전을 포기했다. 아쉽지만 다음 올림픽 무대가 있기에 포기할 수 있었다.”

복귀 직전 순위가 145위까지 떨어졌지만(9월 12일 기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복귀 대회(난창챌린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챌린저에서 2차례 우승(가오슝, 효고 노아)했고 준결승에도 2차례(닝보, 쑤저우) 올라 랭킹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았다. 몸에 테이핑을 하고 물집이 잡힌 채로 대회에 출전해 거둔 ‘값진’ 성과다.

동계 훈련을 위해 지난 4일 태국 방콕으로 출국한 정현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인터뷰 말미에 투어 3년차 각오를 밝혔다. “더 많은 투어 대회에 뛸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게 피나는 노력을 하겠다. 올해는 부상 때문에 본의 아니게 휴식기를 가졌는데 오히려 그 시간에 더 단단해졌음을 느꼈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정현이었기에 ‘단단하다’는 표현에서 나름 다부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 “내년에 원 없이 열심히 할 테니 질책과 함께 응원도 많이 부탁드린다.” 이번에는 ‘질책’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사람은, 테니스선수는 이런 식으로 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11월의 마지막 날 오후의 인터뷰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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