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매직' 아닌 '믿음'이 바꾼 KGC인삼공사의 변화

이재상 기자 2016. 12.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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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하위권에서 올해 중위권으로 탈바꿈
만년 하위권이었던 KGC인삼공사가 패배의식에서 벗어났다. (KOVO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믿어봐야죠."

만년 하위권이었던 팀을 바꾼 것은 '서남원 매직'이 아닌 '믿음'이었다. 승점 자판기였던 KGC인삼공사가 확 달라졌다. 지난 시즌 7승(23패)에 그쳤던 인삼공사는 2라운드에만 4승(1패)을 거두는 등 5승5패(승점 14)를 기록 중이다. 단순히 다크호스를 넘어서 '봄 배구'까지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상승세다.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은 "선수들이 패배의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며 "모든 선수들이 맡은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Δ "도망가지 말자"던 서 감독의 외침

서남원 감독은 부임 이후 가장 우려했던 것이 공격력을 확실하게 책임질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백목화, 이연주가 떠나면서 당장 코트에 나설 선수가 부족했다.

고민 끝에 최수빈(리베로→레프트), 장영은(센터→레프트), 한수지(세터→센터)로 포지션 변화를 꾀했지만 물음표 투성이었다. 트레이드나 FA영입 등 구단의 지원도 없었기 때문에 과연 꼴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KGC인삼공사 최수빈. (한국배구연맹 제공). © News1

하지만 서남원 감독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뜯어고치고자 했다. 패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먼저 이기는 습관을 길러야 했고, 중·고교 팀과의 연습 경기도 진행했다. 처음엔 오히려 중학교 팀이나 고교팀에게도 패해서 당황했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적응이 되면서 조금씩 이기는 맛을 들일 수 있었다.

인삼공사는 수비만큼은 끈끈했지만 한방을 책임져줄 토종 선수의 활약이 미흡했다. 이 때문에 서 감독은 처음 부임한 뒤 일부러 선수들에게 연타나 밀어 넣기도 못하게 했다. 서 감독은 "지난 시즌 경기를 살펴보니 모두가 외국인 선수만 쳐다보고 있더라"면서 "되든 안 되든 부딪혀 봐야 한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질테니 도망가지 말고, 과감하게 하자"고 했다.

Δ "할 수 있을까"에서 "해볼 만 하겠다"로의 변화

설상가상으로 전체 1순위로 뽑았던 외국인선수 미들본이 임신을 하면서 팀을 떠나게 됐다. 한 관계자는 "안 그대로 전력이 약한 팀인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궁여지책으로 알레나를 데려왔는데 이것이 예상 외로 대박을 쳤다. 2016 청주·KOVO에서 예선 탈락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알레나의 진짜 실력을 잘 모르겠다"던 서 감독마저 놀라워했을 정도로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은 성공적이었다. 한 사령탑은 "알레나는 코트에서 절대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이 최고"라고 했다.

KGC인삼공사 알레나. (한국배구연맹 제공). © News1

서 감독은 KOVO컵대회 준우승이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비록 리베로이자 에이스인 김해란이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발생했지만 선수들은 컵대회를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 시즌 부상의 긴 터널에 빠져있던 이재은은 "이젠 배구가 재미있어 졌다"고 했다.

서남원 감독이 봤을 때 여전히 불안한 점은 많다. 레프트에서 루키 지민경이나 장영은, 최수빈, 김진희 등이 잘해주고 있지만 완벽할 순 없다. 최근 들어 알레나에 공격이 지나치게 집중된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서남원 감독은 "그래도 누구든지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나갈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주려고 했고, 어느 정도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서로 나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할 것"이라고 웃었다.

Δ 믿음이 가져온 긍정의 나비효과

최근 인삼공사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코트에서 웃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고교 졸업 예정자인 지민경도 기죽지 않고 자신 있게 스파이크를 때린다. 지난 시즌 힘겹게 수비를 걷어 올리고 잔뜩 찡그리던 선수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생겼다. 실수를 하더라도 서남원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강하게 질책하기보다 "괜찮다"고 독려해준다.

주장 김해란은 "가장 달라진 것은 코트 안팎의 분위기"라며 "선수들이 눈치 안보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코트에서 다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했다. 이재은도 "감독님이 믿고 맡겨 주시니 누가 때리더라도 자신 있게 하는 것 같다"면서 "공격수들이 서로 공을 달라고 아우성"이라고 웃었다.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 News1

서 감독은 "완벽한 선수는 없다. 다만 위기가 닥쳤을 때 도망가려는 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리시브나 공격을 하다가 미스 하더라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남원 감독은 "부상자도 없고 이제 모든 선수들이 다 뛸 수 있게 됐다"면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고 있더라도 따라 붙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 고무적"이라며 "지금의 좋은 흐름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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