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명인열전]김상덕 관장 70여 개국 5500여점 조각-장식품 전시.. "예향 광주 빛내고 싶어요"

2016. 12. 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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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김상덕 세계조각·장식박물관장
[동아일보]
김상덕 세계조각·장식박물관장이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쇼나 조각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은 김 관장이 70여 개국을 돌며 수집한 조각·장식품을 총망라한 곳으로 그의 땀과 열정의 산물이다. 박영철 기자skyblue@donga.com
 “세계조각·장식박물관은 ‘공유 박물관’입니다. 여러 사람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죠.”

 김상덕 세계조각·장식박물관장(61)은 광주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통한다. 무역회사인 ‘진한통상’과 ‘JH금속’을 연매출 100억 원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그가 올 1월 동구 금남로3가 옛 대동갤러리 자리에 세계조각·장식박물관을 개관했을 때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두 번 놀랐다고 한다. 하나는 그가 세계 70여 개국을 다니면서 모은 5500여 점의 조각·장식품이었고 또 하나는 그의 마당발 인맥이었다. 개관식 날 박물관 일대 도로가 한때 마비될 정도로 각계 인사들이 찾아 축하를 해줬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김 관장이 일을 제대로 벌였네”라며 박물관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명소가 되기를 기대했다. ○ 희귀 조각·장식품 가득한 박물관

 지난달 29일 전시장에 들어서자 탁 트인 넓은 공간(595m²·약 180평)에 세계 각국의 조각·장식품들이 전열돼 있었다. 종(鐘), 인형, 화폐, 불상, 접시, 수석, 옥, 도자기, 목각 등 20여 종의 전시품들이 장식장을 가득 채웠다. 김 관장은 크기가 작은 종을 모으기를 좋아한다. 영롱한 종소리를 듣고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집한 종은 600여 개. 그중에서 가장 애지중지하는 것은 높이 20cm 크기의 티베트 종이다. 1993년 여름에 티베트 수도에서 승려에게 구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작한 지 200년이 넘은 희귀 종이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구입한 상아 향로도 눈에 띈다. 높이 50cm, 둘레 30cm 크기의 이 작품은 우리나라 도깨비를 닮은 문양이 인상 깊다. 상아 1개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군데군데 매달린 동그란 고리와 2, 3mm 간격으로 촘촘하게 새겨진 장식무늬가 특징이다.

 매머드 뼈로 만든 ‘증증일상(增增日常)’(높이 70cm, 너비 50cm) 작품도 발길을 붙잡는다. 3년 전 중국에서 구입한 이 작품은 쑤저우(蘇州) 정원을 정교한 솜씨로 새겨놓았다. 학이 날아다니고 신선들이 피리를 불며 노는 모습이 소나무, 구름, 탑, 정자 등과 어울려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이외에도 나무를 깎아 만든 부엉이 인형이나 수석(水石), 거북이 등껍질 공예품, 외국 나무탈 등도 만날 수 있다. 모형 한국 전통 탑, 지름 1m의 대형 지구본, 유럽 철갑옷 등도 눈에 띈다. 입구 반대편 벽에는 선수상(船首像), 총과 방패, 아프리카 전통 악기 등 구경하기 힘든 장식품이 즐비하다. 전시장 안쪽으로는 박물관 부설 갤러리도 운영 중이다. 140여 ㎡(40여 평) 공간에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가 조각·장식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 초다. 무역업을 하면서 외국에 나갈 때마다 열쇠고리 등 조그만 기념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소품으로 시작한 수집벽은 국가의 특성을 나타내는 조각·장식품으로 범위를 넓혔고 예술의 거리에 있는 300여 ㎡(100여 평)의 사무실 창고를 가득 채웠다.

 해를 거듭할수록 개수가 늘어 공간적 한계를 느끼던 차에 지난해 10월 광주 동구 대동갤러리가 매물로 나왔다. 즉시 구입한 뒤 3개월여 준비 끝에 세계조각·장식박물관을 개관했다. 한평생 사업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문화예술 메세나 정신을 실천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렇게 이뤘다.

○ 쇼나 조각 작품에 매료

 박물관 입구에는 2m가 넘는 대형 쇼나(Shona) 조각 작품이 양쪽으로 도열해 관람객을 맞는다. 쇼나 조각은 아프리카 중앙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 짐바브웨 인구 70%를 차지하는 쇼나부족이 만든 돌 조각이다. 19세기 미술가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이 영감을 받을 정도로 현대 미술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쇼나 조각은 원석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스케치나 밑그림 없이 오직 정과 망치, 샌드페이퍼로만 작업해 ‘자연의 조각’으로 불린다. 사문석, 오팔 등 원석을 일일이 손으로 깎아 쇼나부족의 애환과 꿈을 표현하고 있다.

 김 관장은 박물관 개관과 함께 한 달 넘게 쇼나 조각 45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다. 조각 작품은 김 관장이 직접 두 차례나 짐바브웨로 날아가 2개의 컨테이너 박스에 싣고 가져온 것들이다. 까다로운 통관 절차를 거치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시민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전시회를 성사시켰다. 그동안 국내에서 소규모 전시가 몇 차례 있었지만 대규모 전시는 처음이어서 관람객 발길이 이어졌다.

 그가 쇼나 조각에 매료된 것은 8년 전 우연히 서울에서 열렸던 쇼나조각전을 관람하고서다. 돌의 자연적 특성과 이미지를 가장 중시하는 점과 그들의 애환과 꿈이 담긴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신이 보호하는 가족’이라는 130cm 크기의 작품을 거액을 주고 구입해 곁에 두고 보면서 오묘한 쇼나 조각에 푹 빠졌다. 모정(母情), 가족, 사랑 등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작품을 보면서 우리 민족과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 바로 변화와 창조다. “이제 시작이죠. 그동안 소품 위주로 전시해 왔는데 앞으로는 박물관 규모에 맞게 크고 웅장하며 각 나라의 특징을 살필 수 있는 작품들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내년에 유럽 앤티크 가구나 시계 등 장식이나 조각 트렌드를 광주에 소개하는 기획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때 박물관 관람료를 받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는 무료로 운영하기로 했다. 한 달 운영비가 1000만 원 정도 들지만 ‘예향 광주’를 알리는 데 보탬이 된다면 그 정도 비용은 감당할 만하다고 여기고 있다. 박물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까지는 걸어서 10분, 예술의 거리는 3분,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는 20여 m 거리에 있다. 민초들의 삶과 혼이 담긴 생활용구와 민속품 2만여 점을 전시한 ‘비움박물관’도 지척이다. 김 관장은 주위의 문화예술 자원을 벨트화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문화관광 상품을 만들 수 있고 침체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도시 재생의 롤모델도 될 수 있습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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