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살보험금 안 주면 중징계" 보험사 "판결 위배"
보험업계 일본 것 잘못 베낀 게 화근
금감원, 관리감독 제대로 않고 승인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 2년(2015년 3월 이후 3년)이 지났으면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이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 올해 두 차례(5월·9월) 소송에서 내린 최종 결론이다. 소송을 제기한 생명보험사는 안도했다. 올해 2월 현재 전체 자살보험금(2465억원)의 81%인 2003억원이 소멸시효(보험 가입자가 사망한 뒤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시기)가 지난 보험금이기 때문이다.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동아생명 특약 약관을 그대로 베낀 ‘미투(Me Too)’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그런데 동아생명이 특약을 만들 때 약관에 ‘가입 2년 뒤에는 자살 시에도 보험금을 준다’는 내용을 넣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약관을 만들 때 일본 보험업계의 재해사망보험 약관을 참고한다는 것이 실수로 일반사망보험 약관을 참고한 탓이다. 자살을 재해로 인정한 초유의 재해사망특약이 탄생한 배경이다. 금감원은 “당시 약관에 그런 내용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2007~2010년 대대적인 약관 수정에 나서 해당 조항을 없앴지만 이미 재해사망특약에 285만 명(2001~2010년)이 가입했다. 그사이 한국은 1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2014년 기준 10만 명당 25.8명)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자살한 보험 가입자의 유족은 대부분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보험사가 자살해도 재해사망특약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유족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조치는 한 발 더 늦었다. 금감원이 본격적으로 나선 건 2014년 ING생명 종합검사에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대거 적발되면서다. ING생명의 미지급 보험금(소멸시효 경과 기준)은 688억원으로 보험업계에서 가장 많다.
금감원이 ING생명을 징계하고 다른 보험사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하면서 보험금 청구가 봇물을 이뤘다. 그러나 이미 2000억원대로 커진 보험금에 부담을 느낀 보험사는 지급을 거부하는 대신 소송전에 들어갔다.
법원의 결정 이후 금감원의 압박이 거세지자 ING생명을 비롯한 9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해 중징계를 피했다. 반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빅3(삼성·교보·한화)와 알리안츠생명 등 4개 보험사는 금감원으로부터 '인허가 취소(법인), 해임 권고(대표이사)' 등의 중징계 예고 통보를 받았다.
보험업계 측은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도 보험금을 지급하면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 관계자는 “휴면 보험금을 비롯해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한 여러 사례에서도 배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직무 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커지고 나서야 중징계에 나선 금감원에 대해선 ‘과도한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을 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는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고,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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