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너무 피곤합니다. 다짜고짜 이렇게 말해도 “왜?”라고 반문하는 분은 많지 않겠지요. 2016년의 마지막 칼럼을 쓰기 위해 지난 한 달을 돌아보니 도무지 뭘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영화관 한번 가지 못했고, 만화책도 전혀 읽지 않았네요. 주말, 김은숙 작가가 쓴 화제의 드라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 전혀 몰랐네”라고 답했으니, 그야말로 ‘천 삽 뜨고 허리 펴기’스러운 나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학자답게 원소 주기율표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지점에선 웃음이 큭큭 터집니다. 80세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80번 원소인 수은을 선물하자 친구는 이런 답장을 보냅니다.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조금씩 섭취하고 있다네.” 84번째 원소인 폴로늄 생일을 맞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것을 예상하면서도 “강하고 살인적인 방사성을 띤 폴로늄을 주변에 놓아두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여유를 잃지 않습니다.
새해 같은 건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 봅니다. 열정적이며 사려 깊고 따뜻하고도 유머러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고단함 속에서도 계속 가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요.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우리는 지금, 인간에게 주어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 앞에 서 있는 건 아닐까요.
이영희 피플앤이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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