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의 내 인생의 책] (1) 삼국유사 | 일연

윤범모 | 미술평론가·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총감독 2016. 12. 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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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살아 있는 민족문화 보물창고

방황은 청춘의 동의어이다. 청춘 시기에 방황이 없다면 그것은 청춘도 아닐 것이다. 방황은 젊음의 특권이다. 그래서 방황은 인생의 기초를 이루게 하는 자양분으로 작용한다. 청년 시기에 나는 무슨 책과 만났던가. 물론 난독의 시절이었던 바, 이는 체계 없던 시기의 반영이기도 하다.

‘내 인생의 책’을 생각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일연 스님의 명저 <삼국유사>다. 서구문화 중심의 세태에서 <삼국유사>를 만난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다.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문화의 보물창고이기 때문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유교사상을 기본으로 한 관찬사서(官撰史書)라면, <삼국유사>는 불교사상을 기본으로 한 사찬(私撰)이다. 신이(神異)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불교문화사라 해도 틀리지 않다.

<삼국유사>는 단군신화를 비롯, 갖가지 신화나 설화 혹은 향가를 소개한다. 이 때문에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와 같다. 나는 <삼국유사> 가운데 ‘탑상편(塔像篇)’을 즐겨 읽었는데, 이는 한국 불교미술사와 다름없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결국 이 책을 들고 현장 답사의 길에 오르게 했다. 이런 결과 나의 전공은 자연스럽게 한국미술사로 귀결되었다. ‘탑상편’은 저자의 독창성을 확인시켜 주는 빛나는 부분이다. 만약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한국미술사는 사막처럼 썰렁하게 되었을 것이다.

<삼국유사>는 나의 방황 시기를 단축시켜 주면서 나름대로 체계를 안겨주었다. 연구의 교과서를 넘어 삶의 지침서와 같았다. 우리 민족문화의 자긍심을 일러준 위대한 스승이었다.

<윤범모 | 미술평론가·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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