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만 촛불]"여기까지 오는 데 963일 걸렸다"..세월호 유가족의 눈물

허진무 기자 입력 2016. 12. 4. 22:45 수정 2016. 12. 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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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청와대 100m 앞 행진 선두에 효자치안센터 앞 도착 후 오열
ㆍ국화 던지며 “박근혜 구속하라”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라”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근처 경찰버스 차벽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희생된 아이들의 얼굴이 새겨진 보자기를 두른 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세월호 유가족이 지난 3일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했다. 이들이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효자치안센터까지 100m를 전진하는 데 2년이 넘게 걸렸다. 폴리스라인 앞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날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963일째다.

이날 오후 3시 4·16가족협의회 등 세월호 유가족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살해한 살인범이다. 자신이 범인인 줄 알기 때문에 못 내려오는 것이다. 청와대로 가는 길에 저희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오후 3시30분쯤 세월호 유가족들은 행렬의 맨 앞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얼굴 사진을 인쇄한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광장을 나섰다. 행렬이 내자동교차로를 지나 효자동으로 행진하는 동안 시민들이 합류해 규모가 점점 늘어났다. 선두에서 깃발을 든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시민들이 우리와 함께 행진하고 촛불을 드는 것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청와대는 국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지나 오후 4시30분쯤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앞에 도착했다. 유가족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눈을 꼭 감고 몸을 떠는 유가족이 보였다. 서로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4m 높이 경찰벽에 가려 청와대는 보이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은 2014년 8월22일부터 76일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노숙 농성을 벌였다. 박 대통령은 그해 5월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가족 면담에서 “언제든 찾아오라”고 말했지만 이후 면담을 계속 거부해왔다.

시민들은 폴리스라인 앞에서 청와대 쪽으로 국화를 던졌다. 조의를 표하는 꽃인 국화를 던져 국가와 민주주의의 죽음을 항의하는 행동이다. 이어 시민들은 ‘너희들이 죽였다’ ‘복종은 끝났다’ ‘우리가 심판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년7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들어오지 못한 이곳에 시민들과 함께 서는 게 꿈이었다. 저 파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아주 좋은 날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끝까지 시민들과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처음으로 법원의 결정에 따라 청와대에서 100m 앞까지 집회와 행진이 허용됐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법원이 허용한 시간인 오후 5시30분을 넘기며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자정까지 시민과 경찰의 대치가 계속됐지만 큰 충돌 없이 집회는 마무리됐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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