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비박'은 왜 저럴까? / 권태호

입력 2016. 12. 4. 18:26 수정 2016. 12. 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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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권태호
국제에디터

새누리당은 왜 저럴까?

대선에서 이기려 하기 때문이다. 전임자가 탄핵당한 정당의 후보자가 삐딱하게 앉아 또 한번 ‘내가 대통령 되면 다 할 거예요’라는 소리를 지껄일 순 없는 노릇이다.

총선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금 전국 민심’이 아닌 ‘3년 뒤 지역구 민심’을 본다. 이 질풍노도 시기가 지나면 ‘지가 가긴 어딜 가’라고 믿는 것이다. ‘민심’과의 괴리는 그래서 생긴다.

돈 때문이다. 당권은 악착같이 버티는 ‘친박’이 쥐고 있어 당사와 당 재산을 다 남겨두고 가자니 너무 아깝다. 천막 칠 돈도 없는데.

지나간 실패와 성공의 얼룩진 역사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끔 한다. 1996년 총선은 자민련(김종필)과, 97년 대선은 국민신당(이인제)과 나뉘었다 망했다. 1987년, 2008년 ‘광장’도 그때만 엎드리면 얼마 안 가 ‘말아먹을 수’ 있었다. 그러니 ‘우야등간’(‘무슨 일이 있더라도’의 경상도 사투리) 붙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번 해보라. 민심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새누리당은 해체될 것이고, 비박은 친박보다 먼저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4월 퇴진’?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 그사이 뭔 짓을 벌일지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정도의 일을 저질러도 ‘탄핵’이 안 된다면, 헌법에서 ‘대통령 탄핵’ 부분은 삭제하는 게 낫다. 그리고 스스로 물러나는 걸 이젠 국민이 원치 않는다. ‘명예로운 퇴진’? ‘명예’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국정을 위해 ‘탄핵’해야 한다. ‘히키코모리형 관저 지킴이’여서 이전에도 국정에 크게 관여한 바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나라를 어디로 몰아넣을지 모른다. 국민이 무척 불안해한다. 지금 국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박근혜’다. 그러니 ‘돌’을 치워야 국정이 돌아간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믿을 수 없고’는 그다음 문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3일 “한국인들이 박 대통령에게 질려버렸다(fed up with)”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나라를 생각한다면, 더이상 야단법석(fuss·‘3차례 담화’를 뜻함) 떨지 말고 지금 물러나야 한다. ‘서커스’를 끝내는 게 그나마 남은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정말 ‘서문시장 모노서커스’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그러니 비박이 할 일은, 아마 박 대통령이 7일 내놓을 ‘4월 퇴진, 2선 후퇴’ 선언과 상관없이 ‘9일 탄핵 결의’에 동참하고, 친박과는 완전 분리해야 하며, 새로운 보수혁신당을 만들어 ‘친박당’을 도태시켜야 한다. 야당이 정말 두려워하는 게 그것일지 모른다. 김무성의 ‘정치적 아버지’ 김영삼(YS)이라면 지금 어떻게 했겠는가?

그리고 이번 대선은 포기해야 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대선 출마를 포기할 때 그 이유로 “박근혜 정부 출범의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으로, 국가적 혼란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1일 새누리당 의총에선 “6월 대선이면 우리가 힘 합치면 싸워볼 만하다”는 말이 나왔다.

비박은 이번 대선에선 후보를 안 내는 게 옳다. 길게 보면, 아니 짧게 봐도 그게 더 이롭다. 잘했어도 정권을 내주는 게 민주화의 한 모습인데, 이 지경을 만들고도 ‘잘하면’이라니.

1800년대 중반 미국에 휘그당이 있었다. 2명의 대통령도 배출했다. 그런데 노예제 찬반을 놓고 뚜렷한 입장을 못 내놓고 우왕좌왕하다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다 찢겼다. 나중에 한 줌도 안 남은 이들은 국수주의 정당으로 갔다. 그 당 이름은 ‘모르쇠당’(Know-Nothing Party)이었다.

비박의 미래가 될 수 있다.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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