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프리즘]'엘티이 뉴스'는 왜 이름을 바꿨나/남지은

2016. 12. 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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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찾는 사람들> 의 정치풍자 개그 '엘티이(LTE) 뉴스'는 최근 꼭지명을 '기가찬 엘티이 뉴스'로 바꿨다.

<개그콘서트> (한국방송2) '민상토론'이 돌아오고, '엘티이 뉴스'도 다시 하는 등 정치풍자 개그가 활발해졌고, '세월호' 관련 발언조차 조심하던 배우들은 억눌렀던 울분을 토해냈다.

김혜수, 정우성도 있는데, 정치풍자로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개그맨들은 없다.

개그맨들한테 "이제는 말할 수 있지 않으냐, 왜 자꾸 휘둘리기만 하느냐"고 항변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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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대중문화팀 기자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정치풍자 개그 ‘엘티이(LTE) 뉴스’는 최근 꼭지명을 ‘기가찬 엘티이 뉴스’로 바꿨다. 지난해 1월 종영 뒤 1년10개월 만에 돌아왔는데 2회부터 새 이름을 썼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제, 엘티이도 느린 시대’라는 것이다. 속내는 따로 있다. ‘엘티이 뉴스’를 되살리자 방송사 윗선에서 심기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방송이 나간 뒤 관계자를 불러 “이걸 꼭 해야겠느냐”며 마뜩잖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할 거면 이름을 바꿔라!” 하지 말란 소리 같은데 수식어만 붙여 내보낸 건 제작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으로 생각된다.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아직도 윗선이 간섭을 하나. ‘박근혜 게이트’가 알려지면서 티브이에서 풍자의 족쇄는 풀어진 게 아니었나. <개그콘서트>(한국방송2) ‘민상토론’이 돌아오고, ‘엘티이 뉴스’도 다시 하는 등 정치풍자 개그가 활발해졌고, ‘세월호’ 관련 발언조차 조심하던 배우들은 억눌렀던 울분을 토해냈다. 정우성은 영화 <아수라> 대사를 패러디해 “박근혜 나와”를 외쳤고, 하지원은 <시크릿 가든> 속 자신의 캐릭터가 박근혜 대통령의 가명으로 사용된 사실에 “한제인(그가 출연한 새 영화 속 이름)은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아이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시국에 목소리를 내는, 건강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나.

곰곰 생각해보면 정작 개그맨들은 그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치풍자 개그를 하는 그들조차 인터뷰를 조심스러워하고, 시국 관련 발언을 자제했다. 같은 일이 벌어질까 지레 조심하는 줄만 알았다. 최근 <개그콘서트>와 <에스엔엘(SNL) 코리아> 피디가 차례로 교체되는 등 정치풍자를 다시 선보인 프로그램에 석연찮은 일이 계속된다. 방송사들은 “정상적인 인사”라고 하는데,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건 ‘기가찬 엘티이 뉴스’ 때문만은 아니다.

방송은 정권이 휘두르기 좋은 콘텐츠다. 2014년 청와대가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했다는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문화예술인은 9473명. 김혜수, 정우성도 있는데, 정치풍자로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개그맨들은 없다.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며 밉보였고, <에스엔엘 코리아> ‘여의도 텔레토비’는 아예 폐지됐다. ‘엘티이 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묻기까지 했다.

관계자들의 대답은 얼추 비슷하다. “방송국은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데 굳이 뭘 손 아프게.” 블랙리스트란 이 사람을 못 나오게 방해하는 게 목적인데, 이건 말을 안 들을 경우에 해당된다. 콘텐츠 책임자인 방송사 간부들은 말을 잘 들었다. 불편하다니 폐지시키고, 하지 말라니 안 했다.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사장을 뽑는 방식은 각각 여야 7 대 4, 6 대 3 구조인 이사회의 투표로 결정한다. 정부 여당 입맛에 맞는 사장을 선임하기 쉬운 구조인데, 이 정권 들어 낙하산 사장 논란 등 방송 장악 욕망은 특히 두드러졌다.

개그맨들한테 “이제는 말할 수 있지 않으냐, 왜 자꾸 휘둘리기만 하느냐”고 항변한 적이 있다. 그들도 김제동, 이승환이 부럽다고 한다. 방송사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개그맨들은 반발도 쉽지 않다. ‘내’가 아닌 ‘프로그램’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고발로 지상파에 2개밖에 없는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설 무대는 없다. “나 때문에 다른 개그맨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그들의 입을 닫게 한다. 이 정권에 잘 보이려 콘텐츠를 쥐락펴락했던 간부들은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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