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깨는 트럼프式 좌충우돌 외교..亞·세계정세 불확실성 증폭

2016. 12. 4. 17: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만 총통과의 10분 통화에 40년 美中관계 요동
예측불허 돌출행동에 '신냉전' 경고도..앞으로도 돌출행보 이어질듯

(서울·도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최이락 특파원 = 후보시절부터 워싱턴 정가의 관행을 깨는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수십 년간 정통으로 여겨지던 미국의 외교 전략과 대치되는 돌출 행동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선 이후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한 외국 지도자와의 회동·전화통화에서 이미 보란듯이 관례를 깬 트럼프는 10분에 걸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로 이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에 37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 정상 간 통화를 한 것이다. 이에 미·중 관계는 물론, 아시아 정세가 한 치 앞도 모를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공식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 측 정책을 받아들이고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로 미국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경우도 없었다.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를 대등하게 하게 되면 대만을 중국의 일부가 아닌 국가로 간주하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와 차이 총통의 통화는 40년 가까이 이어온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흔들고도 남을 행동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1주일 새 트럼프는 외국 정상과의 '자유분방한' 통화로 세계를 당황시켰다.

지난달 30일 철권통치로 비난을 받는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하는가 하면 미국과는 테러·핵 문제로 껄끄러운 파키스탄 총리에게는 1일 "파키스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밝히며 구설에 올랐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2일 통화에서는 5천 명의 사망자를 낸 '마약과의 전쟁'을 칭찬, 필리핀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던 서방을 무색하게 했다.

이에 앞서 대선 유세기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갈라선 서방과 러시아의 신냉전적 대립구도를 깨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브로맨스'에 가까운 친밀감을 과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연합뉴스TV 제공]

중국은 이번 차이 총통과의 통화와 관련해 대만 정부만 비난하면서 대만의 '사소한 장난'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애써 숨겼고 백악관은 곧장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공조가 깨질 위험이 크다고 외신들은 경고했다.

중국과 미국의 공조가 깨지게 되면 당장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른 북핵 제재부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북핵 제재는 사실상 중국의 참여가 없으면 실효성이 없다.

아시아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트럼프의 튀는 행보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에도 방위비 분담을 이유로 일본과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아시아의 정세를 뒤흔들 수 있는 발언을 수없이 내놓아 동맹국들을 긴장시켰다.

취임 후 미국이 통상문제나 필리핀, 베트남 등과 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집권 이후 신냉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의 정상이 전화통화를 나누는 모습은 과거 냉전 시절 소비에트연방(소련)은 중국을 지지하고 미국은 대만을 지지하던 상황에서나 보던 일이기 때문이다.

장바오후이(張泊匯) 홍콩 링난(嶺南)대 정치학 교수는 CNN 방송에 기고문을 싣고 "미국과 중국의 불신이 깊어지면 양국의 관계가 신냉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의 좌충우돌 행보가 경험 부족과 즉흥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를 두고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엇갈린 시각을 보냈으나 트럼프의 결정이 불러올 결과를 향한 우려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차이 총통과의 통화가 트럼프의 외교 고문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조율에 따라 아시아 외교 '파탄'(blowup) 위험을 무릅쓰고 이뤄졌다고 해석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가 민감한 외교 문제를 두고 비정통적이고 즉흥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미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표현했다.

WP도 "트럼프 후보 시절부터 큰 걱정거리로 꼽히던 '부주의하게 해외 강대국을 도발하는 것'이 오늘 실현됐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예측불허 행동으로 백악관은 이미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백악관은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를 상대로 국무부의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을 재차 촉구해왔지만, 한계가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임무는 우리가 그간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서 좀 더 용이하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를 활용하는 것은 인수위 팀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트럼프의 돌출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 링난대 교수는 "이번 전화통화는 앞으로 트럼프가 어떻게 외교 정책을 결정할지에 대한 중요한 힌트가 된다"며 "트럼프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앞으로도 집권 기간 그의 충동적인 행동과 발언이 의도치 않은 외교적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언론도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통화를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앞으로 중일관계가 긴장관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등 트럼프의 튀는 행보에 따른 '외교 리스크'를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당선인은 '환율조작국'이라고 중국을 비판해 왔다"며 "이번 통화도 대만측과 사전 조율을 한 만큼 (트럼프가) 중국을 자극할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통화는 취임 전에 중국과의 관계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이를 통해 대중(對中)외교를 유리하게 전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을 견제하고 경제정책을 둘러싼 중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면서 "다만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악화 등 트럼프의 예측하기 어려운 발언과 행동은 국제정치에서는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통화에 대해 시진핑 중국 정권이 반발하고 있어, 내년 1월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미중간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choinal@yna.co.kr, heeva@yna.co.kr

☞ 박대통령 조롱했다고 온갖 '탄압' 당하다가 내년에 겨우..
☞ 'SNL', 이번엔 엄앵란 비하 논란…폐지 주장까지
☞ 거꾸로 가는 정유라 학력…대학재학→고졸→중졸 될 듯
☞ 오토바이서 던진 홍보용 종이명함에 유리창이 '쩍'
☞  촛불집회 참가자 수 축소 의혹...경찰이 직접 세어보니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