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퇴진 아닌 즉각퇴진"..광장의 촛불, 청와대 넘어 국회로

전상희 2016. 12. 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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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거부 여당, 우왕좌왕 야당에 성난 촛불 여의도로 향해
"박 대통령 임기단축 논의 아닌 즉각 하야 요구해야"
"대의민주주의 빈틈 광장의 정치가 메워..사회재건 동력 될 것"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산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새누리당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전상희 기자] 오는 9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촛불이 청와대에 이어 여의도 정가로 번졌다.

박 대통령이 수백만 시민들이 동참한 촛불집회가 6주째 이어지는 가운데도 “국회에 결정을 맡기겠다”며 즉각 퇴진하라는 요구를 외면하자 촛불은 더 커졌다.

촛불민심은 탄핵안 발의에 동참하지 않은 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한데 이어 발의 과정에서 우왕좌왕했던 야권을 향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에 따라 성난 촛불이 광화문 광장에서 여의도 국회로 옮겨붙을 기세다. 4월 조기퇴진이 아닌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수백만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에 여의도 정가도 긴장한 모습이다.

◇갈수록 커지는 촛불…탄핵 표결 분수령

지난 3일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촛불집회에는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170만명(주최 측 추산)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232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달 26일 5차 주말 촛불집회 참가 인원(190만명)을 다시 경신했다.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행렬은 점점 더 청와대에 가까워져 지난 3일에는 법적인 한계선인 100m 지점까지 진출했다.

지난 10월 29일 시작한 주말 촛불집회가 벌써 여섯 차례나 이어졌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일 전국 50만명(주최 측 추산)이던 참가 인원은 한 달 새 5배 가까이 불어났다. 남탓 뿐인 사과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한 3차 대국민 담화와 탄핵 표결을 둘러싼 정치권의 정쟁이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열린 해제 촉구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국정 수습은커녕 박근혜 정권의 시간벌기에 일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일부 시민은 새누리당사 앞에 달걀을 투척하고 당사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전남 광주에서 아내와 아들 3명을 데리고 집회에 참석한 자영업자 최재홍(52)씨는 “정치권이 박 대통령을 감싸기에 급급하다. 집권 여당이 각성하고 탄핵안 통과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즉각 퇴진을 바라는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공개한 ‘모바일 국민투표’ 결과 참여 인원 21만 7703명(4일 오전 기준)의 99.3%가 ‘즉각 퇴진’에 찬성했다. ‘4월 퇴진’ 찬성률은 0.6%에 그쳤다. 현역 의원을 상대로 한 탄핵 청원 사이트 ‘박근핵닷컴’(https://parkgeunhack.com)도 개설 이틀 만인 이날 60만명을 돌파했다.

◇대의 민주주의의 빈틈 메운 ‘광장 민주주의’

촛불의 동력이 약해지지 않을까하는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광장의 촛불은 되레 성난 횃불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촛불이 시작됐을 때 내건 박근혜 퇴진과 국정농단 사태 진상규명 등의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촛불 민심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약속한다 하더라도 촛불은 5개월 동안의 시간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도 “광장의 촛불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민들이 이번 사태로 느낀 분노가 이끌어낸 사회 개혁의 에너지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장의 정치를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한계이자 기회라고 진단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 시국을 ‘민주주의 제도의 위기’라 진단한 뒤 “현재 광장의 정치는 간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광장의 목소리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당 정치에 대한 불만까지 가중되며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태생적인 한계와 허점이 있다”면서 “광장 민주주의가 그 빈틈을 메워 온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광장의 정치가 새로운 경제사회 체제를 갖춘 국가 재건의 디딤돌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전 교수는 “소수의 (기득권층)사람들이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정치를 농단하며 대의 민주주의라는 큰 틀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광장이 소통 창구를 대신하고 있다”며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이 다시금 새로운 사회를 재건하기 위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상희 (jeons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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