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호 교장의 마음의 반창고] 그릇된 선입관은 감정낭비를 불러온다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입력 2016. 12. 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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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화장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 걸려 봉사활동 조치를 받았던 태경이를 교장실로 불렀습니다. 먼저 팔씨름과 동전 숨기기 활동을 하고, “처음 교장실로 불렀을 때와 지금의 차이를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또 혼내려고 하시나’라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재미있고 죄송한 마음도 든다”고 했습니다.

태경이가 말한 것 중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습니다. 살면서 두려웠던 적이 언제인지 물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늦은 밤 안 들어와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고2 때 부모님한데 담배를 피우다 걸렸을 때도 두려웠다고 했습니다.

이어 두려운 감정의 반대를 물었습니다. ‘재미있다’라고 했습니다. 재미있던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다음 종이에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10월 시나브로 학교 공연이 끝나고, 한 아주머니가 오셔서 ‘자기 아이가 대인기피증에 걸려 여기 오기를 두려워했는데 공연을 보고 재미있게 웃었다’라는 얘기를 듣고 정말 뿌듯하고 감동이었다고 했습니다. 뮤지컬이 끝나고 받는 박수소리도 정말 좋았다고 했습니다.

태경이의 꿈은 영화배우입니다. 배우가 되는 데 장애물로는 연기력·어휘력 부족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너무나 평범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동과 특기 개발, 책읽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늘부터 당장 해야 할 일로 책읽기를 들면서 “자기 전에 30분 동안 책을 읽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영화배우로 30세 정도에 성공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성공한 경험을 물었습니다. 시나브로 공연한 것과 역사공부를 해서 점수가 오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꾸준히 할 때 성공했다고 말했습니다.

상담을 마치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가짐들이 정리가 됐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는 데 힘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태경이는 중학교 때까지 성적이 중간 정도는 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에서 손을 놓았는데, 공부를 포기하니까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때 영어와 수학이 어려워 공부하기 싫었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아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담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혼자 피우고 싶어서 피웠다고 했습니다.

상담 다음날부터 태경이는 책 읽기 시작했다고 카톡으로 책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냈습니다. 이후 매일 저녁 ‘책을 읽겠습니다’라고 카톡으로 사진 찍어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담한 아이 중 가장 오랫동안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나태주가 지은 시 ‘풀꽃’이 생각났습니다. 그것을 이렇게 바꾸어 보았습니다. ‘자세히 알아야 예쁘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사랑스럽다. 태경이도 그렇다.’

아이들을 볼 때 선입관 없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면, 쓸데없는 감정낭비를 하지 않게 됩니다. 마음은 정신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그 역할을 한다고 가정해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아이의 마음을 더 자세히 이해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사무소에 갔는데 직원이 나에게 불친절하게 행동했습니다. 보통은 그런 상황을 무시하고 참아 넘깁니다. 하지만 이것을 ‘동사무소 직원이 불친절한 역할 연극을 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 직원은 왜 그 역할을 맡게 됐을까?’ ‘그 불친절한 태도에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하면 좋을까?’ 등등의 질문을 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관점을 바꾸어 보는 연습을 아이에게도 적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아이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모험놀이 상담가 방승호는 누구? 국내 최초 ‘모험놀이 상담가’로 불리는 방승호 교장은 아이들과의 심리적 교감이나 스킨십 놀이를 통해 학생들의 아픈 구석을 잘 치유하는 교육자로 유명하다. 방 교장의 <기적의 모험놀이>와 ‘선생님의 똑똑! 상담실’(소년조선) 등의 저서와 칼럼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글로 알려져 있다. KBS <아침마당>의 목요특강과 유니세프 전직원 대상 특강 등을 통해 유명 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방 교장은 앨범을 3집까지 낸 ‘가수 교장선생님’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노래 역시 목적은 ‘교육’이다. 모험놀이 상담가 방승호의 칼럼은 스포츠경향을 통해 매주 만날 수 있다.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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