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후손 보수주의자가 새누리 의원들에게

2016. 12. 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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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_‘박근혜를 탄핵해야 하는 이유’ 공개편지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미국 유학생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마주한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한 편지를 4일 정치BAR에 보내왔다. 그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 보수주의자라면 박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해야 하는 이유를 4가지로 정리했다. 그리고 “당신은 보수입니까”라고 물었다.

그의 메일에는 본인이 일일이 수집한 100여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의 메일 계정이 수신자로 지정돼 있었다. 그는 “이메일 주소록이 완전하지 않고 읽지 않으시는 의원님들이 많을 것 같아, 이 편지가 다수 의원님들께 전달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몇몇 기자님들께 참조를 달아 보냅니다”라고 적었다. 정치BAR에서는 그의 뜻을 최대한 원본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편지 전문을 싣고 발신자가 편지글 중간에 특별히 강조한 볼드체까지 똑같이 표시했다.

새누리당 의원님들께

저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며,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자입니다. 지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선택하였고, 지지난 지방선거 때 지역구의원으로 최홍재 후보를 지지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박주민 의원을 뽑기 위해 투표장까지 세 시간을 운전해 투표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들이 차라리 보수의 가치를 더 잘 대변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고, 새누리당은 진보뿐만 아니라 보수의 가치마저도 훼손하여왔기 때문입니다.

의원님들께 당신들이 탄핵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전하고자 합니다. 첫째, 탄핵은 사회 안정 속에서 국가의 발전과 국민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고자 하는 참보수 세력을 단순히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수구반동 세력으로부터 구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당신들은 이번 사태 이후, 이번 대선에 앞서서 대한민국 보수층이 다시 결집하리라 믿고 싶겠지만, 그리고 보수라는 파이가 잠재적으로 당신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사실상 대한민국에 진보 정당은 정의당 한 곳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변 세력이 보수의 참 가치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의원님들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즉, 국민들이 보기에 그들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반동 세력 중에서도 악질입니다. 탄핵은 당신이 참보수주의자인지 혹은 권력에 눈이 먼 기회주의자인지를 구분해 줄 기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에 대한 심판일 뿐만 아니라, 범보수 세력 내에서 보수의 이념과 가치를 훼손하고 이에 관심조차 없는 수구 세력에 대한 심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둘째, 탄핵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보수의 파이’가 아닌 ‘새누리당의 파이’를 점점 줄어들게 만들 것입니다. 자신이 소설 ‘1984’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의원님들은 촛불을 선동하는 세력이 있으며 이들이 사회불안정을 조장한다고 주장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이 보수 가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정권 초부터 끊임없이 언론과 시민의 자유를 탄압하며 사회 불안정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적 없이 독자 생존할 수 없는 무능한 정권입니다. 일부 국민들은 안보와 보수를 동일시하지만, 안보는 보수 혹은 진보 세력이 독점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닙니다. 많은 국민들, 특히 젊은 사람들은 그 둘을 분명히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보수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최소한 안보와 보수를 동일시 하지는 않을 것이고, 보수와 수구반동을 구분하는 식견은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기로 빅브라더는 보수의 수호자가 될 수 없으며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들이 존재합니다. 의원님들이 빅브라더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당신들 또한 우리의 자유를 유린한 빅브라더의 동조자였다고 기억할 것입니다. 보수의 파이는 줄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새누리당의 파이가 사라지겠죠. 당신들은 보수 정당의 가치를 대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한민국 미래권력에 대한 경고입니다. 지금까지 사실로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문민정부 이후 박근혜 정권만큼 무능하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 탐욕스러운 사인 집단에 의해 유린된 권력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신들이 이것을 지금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장래 대한민국에 부패 권력이 반복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국회는,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은 국회가 철저하게 응징하고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미래권력과 당신들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향후 다른 정당이 정권을 잡고 부패하더라도, 저는 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 당신들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싶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심판하지 못했는데 당신들은 누구를 심판할 수 있겠습니까. 모 의원님의 “하야한다는 사람에게 탄핵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는다면 탄핵할 이유가 충분하다’라고 들립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할 이유가 있다고 믿으신다면 의원님들은 필사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심판하고 탄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은 친일파 청산 실패와 더불어 유신 체재로부터 보수 세력에 기생한 가짜보수 심판에도 실패하는 것입니다.

넷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판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제 아버지께서, 저희 집안 어른들이 일제 강점기 참의원 선거에 나왔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파였을 거라 판단하시고 부끄럽게 여기셨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집안은 친일파 집안이고 저는 친일파 후손입니다. 하지만 저는 친일파를 미화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친일파들을 철저하게 심판하지 못한 대한민국이 부끄럽습니다. 의원님들은 어쨌든 여당의원들로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명예롭게” 퇴진시키는 것이 과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자랑스러운 새누리당을 만드는 것일까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이 당신의 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요, 어머니로 남을 수 있을지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느 누가 역사서를 편찬하더라도 그 역사 앞에 영구히 자랑스러운 의원으로 남을 수 있을지 잘 선택하셔야 합니다.

기억하십니까? 만약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다면 의원님들 중 일부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명목 하에 정치적인 탄압을 받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정말로 불법을 저질러 기소가 되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억울하실 테고, 또 누군가는 불법을 저질렀음에도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왜 누구는 기소되고 누구는 기소가 되지 않았는지요? 법의 심판대 위에 선 그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이 심판을 받지 않고 내려오게 될 때 그 불의한 권력에 의하여 당신들은 다시 그 심판대로 끌려 나가지는 않을까요.

만약 탄핵이 실패할지라도, 국민들은 곧 사이비 보수에게 빼앗긴 법과 권력의 참된 주인으로 돌아와 그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과 그 권력의 동조자들로 하여금 진정한 사법정의란 무엇인지를 체득하게 할 것입니다.

당신은 보수입니까?

미국 남부의 시골에서 30대 유권자 올림.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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