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장기농성장]"삼성이 변해야 민주공화국이 된다"

박광연 기자 2016. 12. 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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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3년 1월,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앞에서 반올림 활동가들이 ‘삼성 대화제의에 대한 반올림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기획은 불평등, 노동 탄압, 특권 세습, 권력 독점, 법치 실종, 부정부패, 대의제 한계 등 ‘민주공화국’의 부재와 위기를 7회에 걸쳐 진단합니다. 웹·모바일 특집페이지에 지면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싣습니다. 취재팀이 지난 8~9월 만난 노동자, 장애인, 활동가, 지식인 등 100여명의 육성을 르포와 인터뷰로 올립니다. 특집 페이지는 시대를 진단하는 아카이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특집페이지 바로가기

서울 서초구 강남역 8번 출구를 나서면 상반된 광경이 펼쳐진다. 44층 높이의 삼성전자 서초사옥 ‘마천루’를 배경으로, 검은 차양막을 지붕삼아 덮어 놓은 ‘반올림’ 농성장이 위치해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등 직업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9년째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곳에 농성장을 꾸린 반올림은 제3의 중재기구 권고안이 나온 후에도 삼성의 충분하고 배제없는 보상과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며 장기농성 중이다.

▶[관련기사] '삼성전자 백혈병' 조정위 "아직 완전한 해결 아니다"

▶[관련기사] "삼성이나 옥시나!" 사과 2년 지나도 농성중인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반올림 농성장 입구에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 반도체 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투병 당시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영정사진과 함께 놓여있다. /박광연 기자

지난 8월10일 찾아간 반올림 농성장에는 ‘309일째’란 팻말이 선명했다.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 반도체 노동자 고 황유미씨(당시 23)의 투병 당시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영정사진이 농성장 입구에 설치돼있다. 황씨의 죽음을 계기로 반올림 활동은 시작됐다. 농성장 오른편에는 76개의 흰 고무신이 놓여있다. 흰 고무신 안에는 삼성전자 직업병 사망자 76명을 추모하는 식물과 나무를 깎아 만든 ‘솟대’가 자리했다. 시민들이 삼성을 규탄하는 내용을 적은 포스트잇 메시지가 농성장 주변 입간판에 여럿 붙어있었다. ‘No More Death in Samsung’이라는 제목으로 삼성 직업병 사태를 영어로 설명한 내용도 있었다.

▶[관련기사] 완전한 타결? 삼성전자 백혈병 8년史, 8가지 이야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있는 반올림 농성장 모습. /박광연 기자

■삼성의 눈 앞에서 농성은 계속된다

최고기온 34도에 이르는 폭염의 날씨 속에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39)가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선풍기 하나 제대로 틀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는 ‘삼성 직업병 문제 올바로 해결해!’라는 문구가 적힌 ‘반올림 부채’를 연신 부치며 더위를 쫓았다. 노무사인 그는 9년 전 반올림 활동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함께한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의 산증인이다.

더위와의 싸움은 여름 한 철 뿐이다. 거리 위 농성장에서의 생활은 일상적인 문제다. 이 활동가는 “여러 문제 중 특히 화장실 이용이 매우 불편해요. 옆에 있는 삼성 본관 화장실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삼성에서 농성하는 우리를 주시하며 삼성 건물 출입을 막습니다. 어쩔수 없이 강남역 지하상가에 있는 화장실을 가 이용하고 있어요.”

삼성측 인력은 24시간 내내 농성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 활동가는 “농성장 뒷편, 삼성 본관 입구 들어가는 쪽에 빨간색 저지선이 있이요. 우리가 들어가지 못하게 쳐놓은거에요. 농성장에서 본관쪽으로 대각선 방향에 삼성 직원 한 명이 서있어요. 직원들이 교대하며 24시간 농성장을 감시합니다. 우리 농성장 바로 뒤 기둥 위에는 카메라가 한 대 설치돼있어요. 이 카메라도 24시간 우리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총 5대의 카메라가 농성장과 그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 반도체 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반올림 농성장 앞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하고 있다. /반올림 제공

삼성의 감시 속에도 농성장의 하루 일과는 돌아간다. 이 활동가는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들이 교대로 돌아가며 24시간 내내 농성장을 지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간밤에 방호를 위해 천막 위에 쳐 둔 비닐을 걷고 오전 시민 선전전을 준비해요.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30분에서 8시 사이에 천막 농성장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출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알립니다. 이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까지 농성장을 지킵니다. 저녁 퇴근 시간대에는 ‘이어말하기’를 해요. 반올림 농성을 지지하는 여러 시민들과 외부인사들이 참여해 사회적 문제와 삼성 반도체 문제를 지적하는 발언을 매일 합니다. 때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길거리 강연회를 엽니다”라며 농성장 하루 일과를 설명했다.

‘농성장이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8번 출구 앞에 있는데, 시민들이 농성에 많은 관심을 갖는가’라는 질문에 이 활동가는 사뭇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농성장 주변을 지나가면서 농성장 주위의 입간판과 피켓 등을 유심히 지켜보는 시민들이 꽤나 있어요. 종종 피켓의 내용을 본 시민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사건에서 고작 사람 몇 명 죽은줄 알았는데 사망자가 76명이나 되는지 몰랐다’고 말이에요. 때로는 힘 내라며 활동가들에게 음료수를 주고 가는 시민도 있어요.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우리에게 건내는 격려의 한마디 한마디가 농성을 지속하는 힘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때로 삼성 건물의 위치를 묻는 시민들에게 길 안내를 해주는 ‘삼성 길잡이’가 된다. “주말에 삼성 건물에서 결혼식이 많이 열려요. 삼성건물을 딱 알려주는 표지가 없으니 사람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농성 천막에 찾아와 삼성 결혼식장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묻곤 해요. 또 주변에 있는 은행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네요”라며 웃었다. 실제로 인터뷰 중간에 시민 한 명이 농성장에 찾아와 은행 위치를 물었고, 이 활동가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길을 안내했다.

반올림 농성장 오른편에 삼성전자 직업병 사망자 76명을 추모하는 뜻의 흰 고무신 76개가 설치돼있다. 그 옆에는 삼성을 규탄하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영어, 한국어 등으로 적혀있다. /박광연 기자

농성장 옆 3단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76개의 흰 고무신들과 그 안의 식물·솟대는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표현한 ‘상징물’이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7년5개월 동안 근무한 후 폐암에 걸린 노동자 이지혜씨(당시 29)가 3년여 투병 끝에 사망했다. 그러면서 농성장의 흰 고무신은 75개에서 76개로 늘었다. “76개의 ‘흰 고무신 화분’에 곧게 심어진 식물들은 삼성 백혈병 문제로 사망한 76명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설치한 것입니다. 올해 3월 농성장 주변을 추모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 꽃 화분을 두기로 했어요.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꽃에 자주자주 물을 주고 있어요”라며 흐뭇하다는 듯 말했다. 또한 “흰 고무신 안에 나무로 깎은 조형물도 있는데, 이는 일종의 ‘솟대’ 개념이에요. 솟대는 사망자를 추모함과 동시에, 사망자와 천막 농성장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개념으로 나무를 깎아 만들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삼성전자 LCD 공장 노동자 또 폐암으로 사망

지난 7월28일 반올림은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농성 300일 문화제를 열었다. /반올림 제공

■기댈곳 없는 상황…“연대가 답이다”

지난 7월28일 반올림은 천막농성 300일(8월 1일)을 맞아 ‘삼성, 사회적 대화의 문을 열음’이라는 주제로 ‘300일 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문화제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무엇보다 이날 문화제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참여해 지지 목소리를 낸 ‘연대의 장’이었다.

상호 연대를 이뤄가고 있는지 묻자 이 활동가는 “연대는 사회적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뤄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연대의 매개점은 바로 안전사회 관련 내용이에요. 삼성 반도체 직업병 사건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태, 구의역 사고 모두 사회가 안전하지 못한 탓에 일어난 사고들입니다. 안전을 보장하는 어떠한 사회적 보호장치도 존재하지 않았어요. 이런 사고들은 가해를 입힌 기업과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 모두 동일해요. 결국 피해자들이 연대하고 나서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상황입니다”라고 답했다.

연대를 가능케 하는 힘으로는 ‘공감과 절박함’을 꼽았다. “모든 사건과 상황들을 내 처지와 같다고 서로 여기기에 연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댈 곳이 없기에 시민들 간에 연대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봅시다. 삼성이 정부, 국회, 언론 등을 다 장악할 수는 있을지언정 시민들까지 장악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가 기댈 곳은 시민들의 힘이죠. 이것 말고는 없어요. 내 처지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뭉치고, 시민들과 함께 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지난 6월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앞에서 농성중인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와 연대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당국과 삼성, 옥시 등 대기업에게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반올림 제공

하지만 최근들어 연대를 이루려는 개인과 집단에 대해 ‘외부세력’이라 낙인찍는 모습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에서 보이듯, 정부와 기득권 세력은 ‘당사자들 외에 불순한 목적으로 사안에 접근하는 개인과 집단이 있다’며 내외 연대의 끈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활동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서도 삼성은 피해자 가족 모임과 반올림을 분리시키고, 반올림을 논의에 참여할 수 없는 제3세력으로 몰아갔어요. 즉, 삼성은 반올림도 ‘외부세력’으로 낙인찍은 것이죠. 이런 모습들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법칙’처럼 자리잡은 것 같아요. 가해를 입힌 곳이 피해자들을 분열시키고, 연대 움직임에 대해서는 외부세력으로 낙인찍어 비난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이 활동가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제일 큰 문제에요. 언론이 ‘외부세력’ 논의를 있는 그대로 유포하니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언론이 진실을 전달하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언론의 대다수가 잘못된 사실만 전달하고 진실을 알리려는 언론은 소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SNS 등을 통해 삼성 문제에 대해 필사적으로 널리 알리려고 하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죠. 그렇기에 결국 삼성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는 것은 문제를 알리려는 최후의, 필사적인 저항입니다.”

국회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었을까. 이 활동가는 소수의 국회의원들만 관심 갖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 18, 19대 국회에서 야당의 일부 의원들만이 목소리를 냈을 뿐”이라며 “다수가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관련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향자씨가 최고위원 후보로 나왔어요. 경력이라고는 삼성 임원이었다는 것 뿐인데 어떻게... 말이 안 돼요. 양씨가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했을 때 우리 반올림은 양씨에게 삼성 반도체 직업병 사망사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어요. 이렇게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하고, 심지어 최고위원 후보로도 나오게 하다니... 더불어민주당에도 정말 크게 실망했어요.” 실제로 양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9월, 이종란 활동가가 반올림 농성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삼성 반도체 직업병으로 피해를 보고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를 알리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반올림 제공

■“삼성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성장할 것”

이 활동가는 9년여 간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국가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고 한다. “정부 혹은 국가는 국민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삼성 반도체 직업병 사건에서 보이듯 국가는 명백히 드러난 산재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기댈 곳이 없어진 상황이죠. 그리고 우리가 유해성을 검증하고자 삼성 반도체 화학물질을 공개하라고 정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정부는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아요. 노동자들에게는 국가와 정부, 법이 참 절망스러워요. 하지만 절망하지 않아요.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길 바라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연대하고 있습니다”라며 분노와 함께 의지를 다졌다.

이 활동가가 생각하는 민주공화국은 무엇일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평등하게 권리를 갖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입니다. 노동자들의 삶이 노동 현장에서 소외받고 억압받고 있어요. 선거 때만 후보들이 찾아와 표를 호소하는 일이 와닿을까요. 그러한 어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동법도 존재하고 헌법에 노동3권도 명시돼 있는데 이것마저도 구현되고 있지 않아요. 대한민국 정부와 공권력이 자본을 철저히 비호하고 있다고 봐요. 결국 노동자들 처지에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하면 정말 몹쓸 일이죠”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정부와 기업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가장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자들이 기업에서 일을 하며 많은 차별과 불법적인 행태를 경험하는데, 이를 견제하고 막아줄 국가적인 보호장치가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권력은 이윤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구조에서 초래되는 부작용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국가와 정부가 해야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돈이 주인이고 자본가가 주인인 구조가 단단한 벽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정부는 무능합니다. 한 마디로 현재 대한민국은 엉망진창이에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는 다시 ‘연대’를 꺼내들었다. 기존의 연대를 발전시켜 ‘더 큰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금 현재 많은 세력들이 각자 열심히 싸우고 있지만, 조금 더 크게 뭉쳐서 싸우는게 필요하다고 봐요. 80년대 후반 노동자 대투쟁과 같은 집합적인 노동 연대 활동이 나타난 이후 그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제도들이 생겨났고, 조금 더 나은 사회로 진전했다고 봐요. 대한민국 정부가 민중들의 삶, 노동자들의 삶을 전혀 돌보고 있지 않고, 자본권력만 비대해지는 상황에서 같이 뭉쳐 싸우면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80년대에 전 국민적인 힘으로 KBS 수신료 거부 운동도 이뤄내지 않았나요? 지금은 바로 이러한 더 큰 연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 활동가는 “삼성 문제 해결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삼성이 약속한 사회적 대화, 피해자들에 대한 절박한 보상과 사과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 농성하고 있어요.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삼성이 바뀌면 대한민국 사회가 민주공화국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짜 민주공화국이 되기 위한 힘은 결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주권에 있어요. 이를 달성하기 위한 끊임없이 실천하고 연대해나가며 싸워갈 것입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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