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칼잡이'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나

박혁진 기자 입력 2016. 12. 4. 16:26 수정 2016. 12. 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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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법,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11월17일. 기자가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에게 개인적으로 카카오톡을 보내자 전화가 왔다. 윤 검사는 국정원 댓글수사 팀장을 하기 전후 이런저런 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 사정들을 알고 있는 기자는 윤 검사의 답을 듣고 특검팀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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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두 번 가는' 수모 견뎌낸 윤석열 검사, 박영수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한 배경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법,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11월17일. 기자가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에게 개인적으로 카카오톡을 보내자 전화가 왔다. 다른 일로 연락을 했는데 통화는 자연스럽게 이날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날 온라인에서는 윤 검사를 특검에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윤 검사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검에 윤 검사님 임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네요?”

이 때만해도 ‘15년 이상 판․검사 경력을 가진 변호사’라는 특검 자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을 때였다. 윤 검사는 멋쩍은 듯 웃으면서 “나보고 검사 그만두라고?”라고 맞받았다.  

“그래도 파견형태로 가실 수는 있잖아요?”라고 되물었다.

“아이고 내가 지금 이 연차에 그거 하라고? 그리고 내가 그거하면…. 나는 못 해.”   

이 때만해도 윤 검사의 답변은 단호했다. 윤 검사는 국정원 댓글수사 팀장을 하기 전후 이런저런 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 사정들을 알고 있는 기자는 윤 검사의 답을 듣고 특검팀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12월3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지명된 후 서울시 서초구 박영수 특별검사의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한 뒤 점심식사를 위해 건물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12월1일 윤 검사는 특검팀에 전격적으로 합류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뒤로 하고 ‘용단’을 내린 것이다. 검찰에서는 고등검찰청에 두 번 연속 발령 나는 것을 ‘고등학교에 두 번 간다’라고 빗대어 표현한다. 고등학교에 두 번 가게 되면 일반적으로 검사복을 벗는 수순을 밟게 된다. 윤 검사는 국정원 댓글수사 이후 좌천돼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 연이어 발령이 난 바 있다. 고등학교를 두 번 가는 수모를 묵묵하게 견뎠다.  

기자는 윤 검사가 수모를 견디면서도 남은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본다. 하나는 여전히 검찰에 윤석열 검사를 좋아하는 후배들이 남아있고, 다른 하나는 오히려 그가 떠났을 때 정치적 오해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 초 윤 검사를 대전고검 앞에서 만났을 때, 윤 검사 주변에는 여전히 그를 찾는 후배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이 정권 내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왜 정치적 오해를 받지 않는 것인지 그의 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적어도 공직에 근무하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소신을 꺾어본 적은 없다는 것이 그를 아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일각에서는 그가 자신의 생각을 바꿔 특검에 합류하게 된 것을 또 다시 정치적 또는 개인적 이유에서 원인을 찾지만, 그는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검사가 아니라 깡패”라는 답으로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박영수 특검의 설득이 주요했을 것이다. 박 특검은 자신에 이어 특검팀 2인자인 특검보 사이에 ‘수사팀장’이라는 별도의 직책을 만들어 윤 검사가 수사팀에 합류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윤 검사를 아는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말한다. 조직에 대한 애착이 그가 또 한 번 희생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윤 검사를 잘 아는 한 검찰 관계자는 “사실 이번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검찰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얼마나 높았느냐”며 “그가 자리를 지킨 것도, 특검팀에 합류한 것도 검찰 조직에 대한 애정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아마 검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가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원칙을 벗어나 무리한 수사를 하지는 않을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그냥 원칙대로, 법대로 하면 되는 수사”라고 덧붙였다.​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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