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 된 촛불 전국 230만명 참여..1분소등 美대사관 동참해 화제

입력 2016. 12. 4. 16:20 수정 2016. 12. 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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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질서있고 명예롭게 퇴진하랬나. 불명예와 국가적 무질서 때문에 거리에 내팽개쳐진 국민은 안보이는가.”

예상 밖이었다. 대통령이 “모든 걸 내려놓고 국회에 맡기겠다” 세 번째 사과를 내놨지만 광장의 대답은 ‘횃불’로 번진 촛불의 물결이었다. 주최 측마저 이번 주는 ‘건너가는 주’라 예상하고 행사규모를 줄였지만 자발적으로 모여든 ‘분노의 함성’은 청와대를 턱 밑에서 포위했다.

지난 3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6차 촛불집회’에서는 서울 도심 170만 명을 비롯해 232만명(추최측 추산 연인원 기준)이 전국 100여 곳에서 촛불을 들었다. 지난 주 보다 32만 명이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 당시 100만명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어 새 역사를 썼다.

경찰 추산으로도 사상 최대다. 이날 오후 8시 20분께 서울경찰청은 “오후 7시 10분 시점에서 사직로와 광화문광장, 세종대로에 운집한 인원이 32만여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주말 5차 촛불집회 당시 경찰 추산 최고기록이었던 27만명보다 5만명이 더 많은 수치다.

6차 촛불집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시위대가 청와대 100m 앞 지점까지 행진했다. 금속노조 등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경찰과 대치하면서 “경찰은 차벽 뒤로 물러나라”고 하면서 경찰 헬멧을 손으로 치는 등 경찰을 자극했으나 시민들이 이를 만류하면서 평화 집회를 이어갔다.

효자치안센터 등 청와대 앞 100m 지점에서는 당초 허가된 시간(오후 5시30분)을 넘겨 밤 11시가 넘게 시위가 이어졌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소음 탓에 일부 주민들은 시위대와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 역시 시위대의 마음에는 공감했다. 효자동에서 50년간 거주했다는 50대 여성은 “밤낮 없는 함성 등으로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그 마음은 이해한다”며 “여의도에 있는 국회는 대체 뭘하는 곳이길래 아직도 이런 사태를 해결 못하냐. 무능한 정치권도 탄핵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날 주최측은 오후 7시를 기해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1분간 소등행사를 열었다. 어둠을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뜻의 1분 소등 퍼포먼스였다. 특히 이 행사에 주한미국대사관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사무실도 이 시간에 맞춰 불을 끈 것이다. 바로 옆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환하게 불을 밝힌 것과 대비됐다. 네티즌들은 “미국조차 박근혜 정권을 포기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이번 주에는 촛불이 여의도를 덥칠 가능성이 상당하다. 탄핵 표결이 예정된 9일에는 국회의사당 앞으로 수십만개의 촛불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3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박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며 첫 집회를 열고 국회를 압박했다. 여의도 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은 “대통령이 담화를 한번 발표할 때마다 촛불이 수십만 개씩 더 늘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버리고 민심을 똑바로 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집회는 6차까지 이어지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체험하고 배우는 장이 되고 있다. 동생 정균 군(7)을 목마를 태운 이정민(12)군이 그런 경우다. 이 군은 “어떻게 나오게 됐냐”는 질문에 대해 “부모님이 민주주의를 견학 가자고 해서 왔다”고 답했다. “민주주의가 뭐냐”고 묻자 “아직 잘은 모르지만 국민 뜻을 존중해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걸로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어른스런 답을 내놨다.

한편 3일에는 박 대통령의 강제 하야를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이어졌다.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5000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법치국가에서 최순실은 사법처리하고 과오가 있는 대통령은 탄핵하면 된다”며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과 시민혁명으로 강제 하야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우익 단체 3만 여명은 서울 동대문구 동매문 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집회를 마친 뒤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까지 행진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경찰에 막혀 종로3가까지만 진출했다.

[유준호 기자 / 박재영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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