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독신'과도 다른 '비혼'..'비혼족'이 느는 이유 4가지

김도균 기자 2016. 12. 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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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혼(非婚)족’이 늘고 있습니다. 비혼족이란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비혼족은 자발적 미혼이라는 점에서 미혼으로 불리기를 거부합니다. 미혼이 '결혼은 원래 해야 하는 것이지만 아직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경향이 크다면, 비혼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며, 결혼할 의지가 없다'는 보다 주체적인 의미입니다.

이들 비혼주의자들은 독신과도 구별됩니다. 결혼만 하지 않을 뿐이지, 연애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동거나 미혼부·모, 공동체 생활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습니다.

우리 주위에 비혼족이 얼마나 늘었을까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520만 3000여 가구로, 전체의 27.2%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물론 독거노인, 황혼 이혼 등으로 홀로 사는 노인들이 늘어난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비혼족이 증가하는 것도 큰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혼인율은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걸까요?

■ 결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에서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것'으로

이전 세대에게 결혼은 살아가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인생의 과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대학입시에서부터 취업, 결혼, 그리고 육아로 이어지는 삶의 관문은 누구에게나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젊은이들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깁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동시에 결혼보다는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해진 거죠.

특히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는 점이 주요합니다. 결혼하면 자동으로 따라오게 될 스트레스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서입니다. 출산·육아·교육에 대한 고민, 일명 ‘시월드’라 불리는 고부갈등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비혼족은 이런 스트레스에서 탈피해 자유롭게 살고자 합니다. 결혼해서 구속받느니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겁니다.

■ 솔로예찬, 혼자가 좋아!

게다가 비혼족들은 '혼자'라는 상황을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편안해하고, 즐기며, 행복해합니다.

다음소프트는 최근 3년간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약 4억 건의 글 중 ‘혼자’라는 단어와 함께 쓰인 말을 분석해봤습니다. 2013년까지는 '혼자여서 힘들다'가 1위였지만 2014년부터는 '혼자라서 좋다'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젊은이들이 홀로됨을 선호하는 이유는 홀로 즐길 수 있는 문화와 취미 생활의 폭이 넓어진 덕분이기도 합니다. 혼자 영화 보는 건 물론이고, 혼자 맛집을 찾아가 밥을 먹거나(혼밥), 혼자 술 마시는 것(혼술)도 즐깁니다.

최근 SBS ‘미운오리새끼’나 tvN' 혼술남녀‘ 등 미디어에서도 비혼족이나 혼족(나홀로족)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결혼이 행복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사고방식의 확산에 더욱 기여하고 있습니다.

성공에 대한 욕심?

한국의 2030 세대는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세대라고 일컬어집니다. 흔히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다'고도 말할 정도죠. 그만큼 일에 대한 욕심도 크고, 꿈도 다양합니다.

특히 일하는 여성들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여성이 일을 하든 안 하든, 여전히 가사노동과 육아의 책임은 대개 여성에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직장인 여성이 결혼을 할 경우 집안 살림과 출산, 육아의 굴레 속에서 경력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결혼 = 희생"이라는 등식이 굳어지면서 이른바 '경력 단절녀'가 되지 않기 위해선 결혼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기보다 사회인으로서 인정받고 일에 충실한 편이 낫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경제적 부담, 내 능력으로 집값 마련은 도저히 불가능!

일부 비혼족들이 결혼을 외면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은 '참 결혼하기 어려운 나라'입니다. 서울시의회의 '서울시 1인 가구 대책 정책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여건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20대는 39.7%, 30대는 39.2%에 달했습니다.

2030세대 1인 가구 10명 중 4명이 결혼 자금이나 혼수, 집 마련 등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결혼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값'이 큰 문제입니다. 20대가 자력으로 마련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0~30대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12년 이상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한다는 통계치가 발표되기도 했죠.

한 취업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입사 평균 연령은 남성이 28세, 여성이 27세입니다. 경제난으로 취업이 늦어지고 어려워지는 추세에서 결혼자금 마련의 어려움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에 관심이 없어서, 혹은 혼자가 좋아서 비혼족이 많아지는 건 몰라도, 돈 때문에 비혼을 결심하는 젊은이들의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비혼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선택'으로 여기는 것이 일시적인 이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고 우리 사회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비혼이 퍼지기 전부터,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모습이 흔하게 나타났습니다.

수년 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나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며, 많은 젊은이들은 주인공들의 '싱글 라이프'를 선망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선망'의 대상은 '공감'의 대상으로 변한 겁니다.

'결혼하지 않을 자유'는 존중돼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가로막는 장벽', 앞서 나온 고용난이나 '워킹맘'에 대한 육아 지원책 미비 등의 문제 때문에 그들이 '선택이 아닌 강요'받고 있는 부분은 분명히 바꿔나가야 할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정혜연)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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