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EU 가속?..' 유럽 명운 걸린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김형욱 2016. 12. 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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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결 땐 정국 혼란→금융 위기 우려
같은 날 오스트리아 대선 재선거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탈 유럽연합(EU) 바람이 이어질까.’

유럽의 정치·경제 향방을 가늠하게 될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가 4일(현지시간) 진행됐다. 올 6월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가결과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져 온 반세계화 흐름이 이탈리아에서도 재현할지 관심을 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플로렌스에서 4일 열린 개헌 국민투표 찬성을 이끌기 위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때마침 오스트리아에서도 같은 날 대선 결선 재선거가 펼쳐졌다. 이곳에선 반EU 성향의 극우 정당 후보가 부상하며 서유럽 최초의 극우 성향 대통령 등장도 예상된다.

최종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5일 오후께 확정될 전망이다.

◇伊 부결 땐 유럽발 금융 위기 재현 우려

이탈리아의 개헌안은 마테오 렌치 총리가 자신의 권한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다.

렌치 총리가 추진하려던 각종 개혁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현행 제도에 막히거나 지연되자 입법권을 대부분 하원으로 넘기고 상원은 규모를 현 315명에서 100명으로 축소해 힘을 약화하려 한 것이다.

문제는 렌치 총리가 이번 투표에 총리직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되고 렌치 총리가 사임하면 정국 혼란과 함께 안 그래도 부실한 이탈리아 은행이 연쇄 부도가 날 위험이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투표 부결 후 총리가 사임하면 정국 혼란으로 현지 은행이 추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8개 은행이 부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가능성이 현실화하면 독일 도이치방크 등 유럽 내 다른 은행의 자금난으로 이어져 그리스발 금융위기 때처럼 유럽 전역은 물론 전 세계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 렌치 정부의 공백으로 이탈리아의 EU 탈퇴, 이른바 ‘이탈렉시트(Italexit)’ 움직임도 빨라질 수 있다.

2009년 창당 후 렌치 총리의 민주당과 대등한 수준으로 급부상한 급진 좌파 정당(제1야당) 오성운동은 유로존 탈퇴와 리라화 복귀, 이탈렉시트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극우정당 북부동맹도 EU가 추진해 온 이민 정책에 반대하며 사실상 탈EU를 내세우고 있다.

두 정당 모두 이번 개헌 반대 운동을 펼쳐 왔다.

세계의 우려와 무관하게 이탈리아 내에선 이번 투표가 이민 정책에 찬성하는 렌치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 양상으로 흘러가며 부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는 개헌 반대가 53.1%로 찬성(46.9%)을 6.2%포인트 앞섰다.

올 3~11월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여론조사 추이. 빨간 색 선이 개헌 반대, 초록 색이 찬성 비율이다. 노란 색 점선은 부동표. 위키피디아
그러나 이탈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탈리아 국민의 현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반이민 정서는 크지만 대다수가 EU 탈퇴에는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탈리아 내 설문조사에서도 EU 잔류가 67.4%로 탈퇴 15.2%를 압도했다.

이탈리아 내에서 이번 국민투표가 부결되더라도 격차가 근소할 땐 총리가 사임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스트리아, 서유럽 첫 극우 집권국 되나

같은 시각 펼쳐지는 오스트리아 대선 결선 재선거 결과도 전 세계의 관심을 끈다. 극우 자유당(FPO) 소속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가 당선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국 최초의 극우 성향 지도자가 된다.

오스트리아 대선 결선은 앞선 5월22일 열렸고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후보가 승리했지만, 헌법재판소가 개표 부정으로 재투표를 결정하며 다시 접전 양상이 됐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에 이어 유럽 내 4대 경제국인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도 반EU 세력이 집권하게 된다면 EU 자체가 와해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 4~5월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은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급부상하고 있다.

EU 정책을 주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내년 가을 연방의회 선거(총선)에서 4선에 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2013년 출범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부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인 자유당(FPO)의 노르베르트 호퍼 대통령 선거 후보가 지난달 27일 수도 빈에서 열린 TV 토론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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