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총리까지 나서 미얀마군 '로힝야 학살' 규탄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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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미얀마군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인종청소를 규탄하는 대대적인 집회가 열렸다. 나집 총리는 이슬람 국가 57개국이 모인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가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웃 인도네시아에도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국내에서는 나집 총리의 로힝야족 인종청소 규탄 발언이 국내 정치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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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미얀마군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인종청소를 규탄하는 대대적인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에는 나집 라작 총리와 아흐마드 자히드 부총리 등 말레이시아 주요 정치인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4일 말레이시아키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쿠알라룸푸르 티티왕사 경기장에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시민 7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로힝야 이슬람공동체 연대' 집회가 진행됐다.
연단에 오른 나집 총리는 "더는 못 참는다"면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중단하도록 미얀마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 자문역이 로힝야족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한다는 논란과 관련해 "그가 정말로 노벨평화상을 탔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나집 총리는 이슬람 국가 57개국이 모인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가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웃 인도네시아에도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미얀마 정부군이 로힝야족 거주지역을 봉쇄한 채 한 달 넘게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군인과 경찰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을 일삼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인종청소' 논란이 불거졌다.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 이민자로 취급돼 이동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이 박탈되는 등 박해를 받아왔다.
다만, 말레이시아 국내에서는 나집 총리의 로힝야족 인종청소 규탄 발언이 국내 정치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구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말레이계 무슬림 유권자의 지지를 결집함으로써,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십억 달러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좁아진 입지를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치 전문가인 브리짓 웰시 터키 이펙대 교수는 "나집 정부가 정말 로힝야족에 대해 신경을 쓴다면 자국 내 난민에 대한 처우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 "나집 총리에게 로힝야족 문제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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