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서 정상으로.. 수원의 '롤러코스터' 시즌

임기환 입력 2016. 12. 4. 15: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락서 정상으로.. 수원의 '롤러코스터' 시즌

(베스트 일레븐)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수원 삼성의 2016시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와 같다.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21년 만에 최악의 시즌을 보낼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지난 10월 29일까지 수원의 순위는 리그 11위였다. 구단 역사상 첫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강등의 아픔을 겪은 성남 FC의 당시 순위가 7위였다. 그만큼 당시 수원의 처지는 대단히 열악했다.

수원은 시즌 내내 이상했다. 가진 실력에 비해 승점이 적은 팀이었다. 이길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패하며 K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무승부(18무)를 양산했다. 패배 수(10패)는 우승 팀 FC 서울과 같았지만 무승부가 많고 승리가 적은 결과 때문에 승점 경쟁에서 대단히 불리한 상황을 시즌 내내 연출했다.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것도 모자라 11위까지 내려갈 땐 ‘이러다 정말 강등당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실제로 리그 마지막 네 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두지 않았더라면 승강 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은 성남이 아닌 수원이 될 수도 있었다. 이기형 감독의 리더십에 힘입어 간신히 잔류에 성공한 10위 인천 유나이티드와 최종 순위를 7위로 마친 수원의 승점 차는 고작 3점. 한 경기만 삐끗했어도 인생 어찌될지 모를 일이었다.

수원이 역대급으로 심각했던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구단의 열악한 사정 속에서 곳곳에 신예들을 기용하면서 실수가 대폭 늘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건과 연제민 등 지난 시즌 중용됐던 신예들의 기회가 줄었다. 일면 화려해 보이는 스쿼드는 실은 2선 정도만 빼면 썩 뛰어나지 않았다. 권창훈은 부상으로 지난 시즌보다 부족한 모습을 보였고 염기훈의 왼발 솜씨는 여전히 뛰어났지만 크로스를 마무리로 연결할 골잡이가 없었다. 어린 김건희나 하향세인 조동건에게 수원 구단에 걸 맞는 해결 능력을 기대하기엔 아직은 무리였다.


수원의 시즌은 단순히 말해 조나탄 영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7월에 조나탄을 영입한 이후로 약점이었던 마무리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 물론 조나탄도 처음엔 폼이 올라오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적응을 마친 뒤로부턴 엄청난 활약으로 연속 골을 뽑아내며 수원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조나탄은 처음 가세한 FA컵 8강부터 결승까지 네 경기에서 네 골을 뽑아내며 2010시즌 이후 6년 만에 팀에 FA컵을 선물했다. 서정원 감독은 수원 부임 이후 처음으로 타이틀을 획득하는 감격을 누렸다.

조나탄의 합류는 단순히 선수 한 명의 영입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수원의 질 좋은 2선 자원들의 볼 투입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의 영입이었다. 게다가 후반기엔 홍철까지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염기훈과 K리그 최고의 왼쪽 라인을 형성하며 조나탄에게 양질의 찬스를 제공했다. 비단 공격만 향상된 게 아니다. 서 감독은 수비에서 계속 불거지는 문제점을 스리 백 전환으로 해소했다. 센터백 자원이 많아 스리 백을 가동하는데 딱히 큰 고충은 없었다. 홍철과 장호익을 양쪽 윙백으로 돌리고 이정수-구자룡-곽광선-양상민 등을 중앙 수비로 세우는 전술을 가동했다. 센터백 수가 늘어 파이브 백 가까운 수비 라인이 형성되자 실점율이 확실히 떨어졌다.

위기 순간에 빛난 선수단의 정신력도 칭찬할 수 있겠다. 수원은 이번 시즌 서포터의 버스 막기와 서 감독의 사과, 프런트 대표와 염기훈이 고개를 숙이는 상황까지 시달렸다. 그러나 그때마다 반등을 약속했고 분열이 아닌 화합의 길로 나아갔다. 서 감독과 염기훈은 홈팬들에게 꼭 잔류하겠다고 어필했고 FA컵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혼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새로이 강하게 무장하는 기폭제가 됐다. 고참 수비수 이정수는 슈퍼 파이널 2차전이 끝나고 “팀 미팅 이후 확실히 좋아졌다. 미팅에서 선수들이 각자 어떤 축구를 하고 싶은지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모든 선수가 각자의 축구가 아닌, 설령 틀리더라도 같은 생각으로 (축구를) 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나 돼 나아갔다”라고 말했다.

전술적, 정신적으로 재정비된 수원은 점차 지난 시즌 준우승을 거뒀을 당시의 위용을 되찾아 나갔다. 그 결과 리그에선 서울과 함께 스플릿 라운드에서 최고 상승세를 구가하며 잔류 이상의 결과(하위 스플릿 1위, 승점 기준 순위 5위)를 얻을 수 있었고, FA컵에선 성남 FC-울산 현대-서울을 나란히 제압하며 적지인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무관의 한을 떨쳐내는 데 성공했다. 수원의 화려한 피날레는 시즌 내내 살 떨리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기에 더욱 큰 감동의 드라마였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