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탄핵 정국서 오락가락 野 지도부 ..선명성 경쟁? 공명심?

김영환 입력 2016. 12. 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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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환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야권의 분열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가 예정됐던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9일 본회의로 미뤄졌기 때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돌출행동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뿔난 반응까지 겹쳐지면서 ‘차려진 밥상’마저 걷어차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의 주도권 다툼이 불거지면 운명의 일주일 동안 또다시 야권공조가 파열음을 낼 수도 있다.

◇빌미 준 추미애

야권 분열의 발단은 지난 1일 추미애 대표가 새누리당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면서부터다. 국민의당, 정의당과 야3당 공조를 약속해온 추 대표가 탄핵에 대한 비박계 의사를 타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동은 별다른 성과없는 요식행위였다. 추 대표는 비박계의 탄핵동참을 요청했지만 김 전 대표는 내년 4월 대통령 퇴진시 탄핵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 결론적으로 야권은 강력 반발했다. 앞서 추 대표의 갑작스런 단독 영수회담 제안으로 홍역을 치렀던 야권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처지가 됐다. 특히 추 대표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진영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대표에 선출된 만큼 행동 하나하나가 대주주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연관이 되고 있는데 일부 현안에서는 둘의 온도차도 감지돼 이래저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국민의당은 탄핵가결이 목표라며 비박계에 동참을 호소하며 2일 탄핵안 발의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여론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맞는 결과를 빚었다.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는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폭락하자 화들짝 놀란 국민의당은 5일 조기 탄핵안 발의를 수습책으로 꺼냈지만 야권의 불협화음은 향후 정국운영에서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추 대표의 강경모드는 새누리당이 위기 상황에서 오월동주하며 상황을 역전시킨 반면 야권에는 결국 파란색과 녹색은 다르다는 열패감만을 남겼다. 3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현장에 참석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는 발언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유여하를 야권의 반목으로 탄핵안이 미뤄졌다는 책임을 지게 된 것.

◇미끼 문 박지원

박지원 위원장은 본인이 원했던 9일 탄핵안 표결을 관철시켰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박 위원장은 야권과 상의 없이 김 전 대표를 만난 추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앞서 단독 영수회담에서의 과오를 다시금 꼬집은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과 김 전 대표와의 회동이 갖는 무게감 차이를 생각하면 박 위원장의 지적은 명백한 오발탄이었다. 박 위원장은 더구나 2일 탄핵안 발의에도 동의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3일 촛불집회에서 국민의당을 비판하는 피켓이 일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다가올 대선 정국에서 힘을 모아야 할 여당 비박계를 지나치게 두둔하다 이들을 탄핵정국의 주인공으로 세운 셈이 됐다. 다만 결정적 순간에 비박이 박 위원장의 손을 뿌리치면서 국민의당은 진퇴양난의 처지가 됐다. 생명력이 약해져가던 비박세력은 박 위원장의 비호 속에 다시 한 번 무대 중앙으로 올라설 기회를 얻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거듭 2일 탄핵안 발의를 주장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대주주가 문 전 대표라면 국민의당의 대주주는 안 전 대표다. 안 전 대표의 당권 장악력에 문제가 있거나 ‘2일 탄핵안 발의’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지거나 둘 중 한 가지 책임은 지게 됐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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