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진 국민 지갑..4분기도 위험하다
유가 오름세로 내년 성장도 암울 ..장기 침체 우려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우리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경제의 장기 침체 속에 유가 상승으로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그간 저유가 수혜를 입은 교역조건 또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질 위험이 더욱 커진 것이다.
한국은행의 발표로는 올해 3분기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90조2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0.4% 감소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유가 상승으로 수출품 가격이 수입품 가격보다 더 내려가 교역조건이 나빠진 영향이다.
국민총소득은 국내총생산(GDP)에 우리 국민이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 등을 더해 산출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수출해서 원유를 얼마만큼 수입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국민총소득이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올해를 포함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분기 연속), 1998년 외환위기(4분기 연속)와 1980년 2차 오일쇼크(5분기 연속) 때다. 역사적인 경제 위기 속 현상이 올해 재현된 것이다.
◇유가 향방이 관건…4분기 국민총소득도 마이너스?
당장 올해 4분기와 내년에도 국민총소득이 많이 늘어날 여지는 적다. 관건은 유가다. 최근 석유수출기구(OPEC)가 8년 만에 원유 감산에 합의해 유가 급등 가능성이 커졌다. 작년 국민총소득은 저유가 수혜를 톡톡히 봤다. 수출과 내수가 부진해도 수입품 가격이 크게 낮아져 총소득이 불어나는 착시효과가 있었다.
한국은행도 유가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유가는 작년과 달리 전기 대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수입품에 절대적인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는 자연스레 오른다. 교역조건이 나빠진다는 의미다. 반대로 수출품 가격도 끌어올릴 수 있다. 원유와 연관된 수출 품목이 전체의 20%에 달해서다. 마침 수출은 11월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수입품에는 유가가, 수출품에는 반도체의 비중이 크며 두 가격의 상대적 변화에 따라 교역조건이 결정될 것"이라며 "유가의 향방이 불투명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GDP가 큰 폭으로 플러스가 된다면 교역조건이 나빠져도 GNI는 웬만해서는 마이너스가 되기 어렵다"며 "올해는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4분기 GDP가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적다. GDP 성장률은 3분기 0.6%를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0%대 초반까지 고꾸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설상가상으로 대내외 경제 상황은 최근 더 나빠졌다. 대외 환경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요동치고 있고, 국내는 최순실 리스크에 따른 국정 공백으로 경제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경제 콘트롤타워가 실종된 것이다.
이 가운데 총소득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소비의 기반을 흔들어 심각한 역성장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비 증가에 따른 성장률 회복이라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정부의 일시적 재정정책 효과가 사라지는 내년은 더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일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기존 3%대에서 2%대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 전망을 하는 한은 안팎으로도 내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GDP와 GNI가 모두 나빠져 사실상 장기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총소득 감소는 내수 악화의 요인"이라며 "4분기에 GN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더라도 좋은 시그널을 찾기는 어려워 결국 향후 5년 안에 경제 성장률이 1%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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