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총수 청문회, 그룹별 쟁점은..'면박주기 청문회 우려도'

조지원 기자 2016. 12. 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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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9개 그룹 총수들이 오는 6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한다. 이처럼 많은 그룹 총수가 한꺼번에 청문회에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일보DB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국조특위는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과 지난해 7월과 올해 2~3월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그룹 총수들을 대거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검찰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은 그룹 총수들과 독대하면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재단 모금에 깊게 관여한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로 기소했다. 또 야3당은 지난 3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국조특위는 이번 청문회에서 재계 총수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각 그룹은 이에 대한 반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청문회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기보다는 재계 총수들을 면박주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

이번 청문회에서 관심이 가장 집중된 사안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이다. 지난해 삼성물산 최대주주(11.6%)였던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이었음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 결과 두 회사의 합병은 삼성의 계획대로 통과됐으며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 승계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두 회사간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검토를 생략한 부분, 투자자문회사가 낸 합병 반대 의견을 따르지 않은 부분, 의결권 행사 직전 이재용 부회장과 당시 홍완선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이 만난 부분 등에 대해 의혹을 받고 있다. 국조특위는 특히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과정에서 청와대나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공정하게 산출됐는지도 논쟁 거리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가에 합병비율이 유리하게 산출되도록 삼성물산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삼성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합병비율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인정했다는 점, 건설 입찰은 발주처가 일정을 정하기 때문에 수주를 고의로 회피할 수 없다는 점, 이재용 부회장이 다른 주주인 네덜란드 연금 APG 측도 만났다는 점 등의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 면세점 특혜 의혹·70억원 반환 경위

롯데는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중구 소공동점을 지켜내는데 성공했지만 서울 송파구 잠실동 월드타워점의 재승인을 받는데 실패했다. SK도 워커힐 면세점 특허권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2~3월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직후 서울 시내 면세점 3곳(대기업)의 추가 선정 일정이 발표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롯데와 관련해선 면세점 특혜 의혹 뿐 아니라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기로 한 뒤 돈을 돌려받게 된 경위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스포츠재단이 검찰의 롯데 압수수색 계획을 미리 알고 돈을 돌려줬다면 청와대에서 수사기밀을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롯데는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가능성이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상황이었고, 당초 요청받은 75억원을 두고 두 달간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을 근거로 뇌물이 아니었다는 반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SK·CJ, 총수 사면 대가성 있었나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이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복권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SK는 지난해 5월 최태원 회장 사면 직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했다.

SK는 지난 2월 최태원 회장과 박 대통령이 독대한 이후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의 추가 출연을 요구받았다. 검찰은 이 요구는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과 관련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는 전경련 모금 분담비율에 따라 냈을 뿐이며 대가성이 있었다면 80억원에 대한 추가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답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3억원과 K-컬쳐밸리 사업에 투자한 1조4000억원이 이재현 회장 사면과 관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올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됐다.

CJ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다는 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우리는 피해자’라는 논리로 변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청문회 생중계에 기업 이미지 타격 우려…검찰 조사 받았지만 특검도 남아

재계는 이번 청문회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기 보다는 재계 총수들을 공개적으로 면박주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문회가 생중계될 경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대 청문회 증인 가운데 최고령인 정몽구(79) 회장과 지난 7월 폐암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인 손경식(77) 회장은 건강 문제가 부담이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는 총수들은 이미 검찰 조사를 한차례 받았고, 특검 조사도 예정돼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계에선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정기 임원 인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정경유착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에서 기업이 정권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검찰이 최순실 공소장에서 밝혔듯이 기업들은 피해자다"라고 말했다. 또 “재계에서는 총수들이 청문회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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