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달리는 '탄핵열차'에도 '4월 퇴진 침묵' 속내는

김형섭 입력 2016. 12. 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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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2016.11.2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에 따른 '불명예 퇴진'이냐 '질서 있는 퇴진'이냐를 가를 운명의 한 주를 맞이한 가운데 탄핵열차를 돌려세울 마지막 수단인 '내년 4월 퇴진론'에 대한 침묵을 깰지 주목된다.

'촛불민심'에도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던 탄핵열차는 야3당이 오는 9일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하면서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탄핵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천명하지 않으면 탄핵열차에 동승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야당과 무소속 등 172명 전원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탄핵에 찬성하는 비박계 인사 중 28명만 동참해도 박 대통령은 즉시 직무정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새누리당의 당론이기도 한 4월 퇴진 요구를 비박계가 정한 데드라인까지 공식화하느냐가 탄핵정국의 분수령이 된 것이다. 정치적 운명을 판가름할 공을 박 대통령 자신이 쥐게 된 셈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비박계가 데드라인을 처음 제시한지 이틀이 지난 4일 현재까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월 퇴진이 새누리당의 당론인 만큼 이를 존중한다면서도 "대통령은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고 여야가 조속히 논의를 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3당이 박 대통령의 4월 퇴진 여부와 상관없이 탄핵안 표결에 착수하겠다고 했는데도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현실성 없는 주장만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침묵이 전략적으로 의도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선 박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개헌과 연계시키려 하고 있어서 퇴진 시점을 천명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진퇴 문제는 어디까지나 헌법이 정한 절차와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하야는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정한 헌법을 지키는 퇴진에 어긋나며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시키는 것이 헌법 정신에도 부합한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담화에서 '법 절차'에 따른 퇴진을 언급한 것도 자신의 임기단축과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 등을 개헌으로 한번에 이루려는 의중이 담겨 있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내년 4월에 물러나더라도 '하야'라는 불명예 퇴진보다는 '개헌으로 87년 체제를 종식시킨 대통령'이 여러모로 명예를 지키는 쪽이 된다. 그러나 야당이 '지금은 탄핵이 우선'이라며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약속한다면 하야라는 선택지만 남게 된다.

4월 퇴진론이 정치권 전반의 요구가 아니라 새누리당, 특히 비박계의 적극적인 요구라는 점도 침묵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여야 합의에 따른 퇴진 의사를 박 대통령이 먼저 밝힌 상황에서 4월에 물러나라는 비박계의 요구만 수용한다면 야당에게 또다른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해주면 그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대통령이 이야기했는데 이제 와서 비박계의 주장만 수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여야가 합의해달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야당이 4월 퇴진도 안받겠다고 하는 마당에 대통령이 시점을 못박으면 스스로 여야 협상의 창구를 닫아버리는 게 아니냐"고 했다.

또 촛불민심이 즉각 하야를 주장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 스스로 앞으로 약 5개월여 뒤에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진정성을 의심 받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민심을 더욱 자극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4월 퇴진 요구에 대한 답을 최대한 미루면서 시간을 벌고 비박계의 마음을 돌릴 만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최근 새누리당 비박계 모임 비상시국위원회에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제안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을 풀이된다.

청와대가 면담을 제안했던 것은 박 대통령을 즉각 탄핵하라는 촛불민심에 쫓기는 의원들을 다독이고 4월 퇴진 당론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침으로서 새누리당내 탄핵 기류를 누그러트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지난 3일 전국에서 232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이며 오히려 더 크게 타오른 촛불집회 민심에 압박을 느낀 비박계가 면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4월 퇴진론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더 줄어든 모습이다.

비박계 모임 비상시국위원회 간사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연락이 오더라도 면담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한 시한도 얼마 안 남았고 우리의 뜻도 충분히 잘 전달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면담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닌 만큼 청와대는 데드라인까지 비박계와의 물밑 조율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이다. 하지만 끝내 비박계와의 별도 면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이나 청와대 입장발표문 등을 통해 4월 퇴진 의사를 의 직·간접적으로 밝힐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4월 퇴진 요구에 대한 공감 내지는 존중 의사를 표현하는 정도로 수위를 조절한 뒤 여야 합의를 거듭 촉구하는 식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많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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