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가리지 않는 '촛불 민심'의 분노

원선우 기자 2016. 12. 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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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 대처가 오락가락하면서 시간을 끌자 민심의 화살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날아들어 중진 정치인들의 수모가 잇따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최근 의원 전원의 휴대폰 전화번호가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의원들마다 각종 항의 전화와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친박계인 이정현 대표는 물론이고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에게도 “빨리 대통령을 탄핵시키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는 등의 문자가 하루 수백~수천 통씩 날아들고 있다고 한다.

전화·문자뿐 아니라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로도 탄핵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선 김무성 전 대표가 항의 메시지 수백통이 날아드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 탄핵과 관련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할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 국민의 심성이 그렇게 모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썼다가 ‘지X하지 말라’ ‘부끄럽고 창피하다’ ‘국민을 모욕하는 것 아니냐’ 는 등의 항의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던 친박계 김진태 의원의 춘천 지역구 사무실 앞에는 3일 주최측 추산 1만5000명의 ‘횃불시위대’가 농성하기도 했다.

촛불 민심을 지지율 상승 동력으로 삼으려 광장으로 나간 야권 대선 주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광주 집회에 참여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애초 무대에 올라가 자유발언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최측이 “탄핵 표결 연기에 실망했다”며 정치인의 자유발언을 제한함에 따라 문 전 대표는 무대에 서지도 못했다. 대신 문 전 대표는 “발언을 듣고 싶다”는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사회자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인사말을 전했다.

‘2일 탄핵안 표결’을 거부했다가 비판 여론에 부닥치자 2일 탄핵 발의에 동조했던 국민의당도 곤혹스런 처지이긴 마찬가지다.

3일 대구를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일부 시민들로부터 ‘안철수 빠져라’ 등의 야유를 들었다. 사회자는 안 전 대표를 향해 “광장의 주인은 안철수 의원이 아니라 대구 시민이다”라며 “국민의당은 흔들리지 말고 박근혜를 탄핵하라”고 ‘훈계’를 들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2일 표결’ 무산의 책임자로 지목돼 3일 청계광장에서 시민들로부터 ‘똑바로 하라’ ‘어떻게 여기에 나올 수 있나’라는 항의를 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휴대전화로 항의 전화와 문자가 수만 통 쇄도하자 결국 전화번호를 바꿨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대선에 대한 계산으로 탄핵안을 부결시킨다면 대통령과 함께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며 “그건 여도 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도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새누리당의 표는 필요하지만, 정체성을 무시하고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연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4% 대통령’을 아직도 방어하고 있는 집권여당이나, 탄핵 발의에 머뭇거리는 야당들의 모습이 국민 눈높이에서는 모두 당리당략에 치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 퇴진’한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며 “탄핵이 부결되면 그 후폭풍을 정치권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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