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조언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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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윤동주가 별을 세며 불렀을 정도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이름은 시인의 대명사다. 마르틴 하이데거도 릴케를 시인 중의 시인이라고 했다. 4일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태어난 지 141년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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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윤동주가 별을 세며 불렀을 정도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이름은 시인의 대명사다. 마르틴 하이데거도 릴케를 시인 중의 시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릴케는 삶에서도, 문학에서도, 시작은 불완전했다.
4일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태어난 지 141년이 되는 날이다. 릴케는 1875년 체코 프라하에서 미숙아로 태어났다. 우리말로 칠삭둥이였다. 게다가 릴케의 어머니는 그를 여자로 키웠다. 죽은 딸을 잊지 못해서 일곱 살까지 릴케에게 여자 옷을 입혔다고 한다.
병약하고 고통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낸 릴케는 시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다. 18살 때 첫 시집 '삶과 노래'를 냈지만 훗날 남긴 시들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졌다. 연애시들이 주종을 이뤘다고 한다. 시인으로서 릴케의 삶은 1897년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를 만난 뒤 꽃을 피웠다. 열네 살 연상의 살로메는 릴케에게 연인을 넘어선, 정신적인 후원자였다. 릴케는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루 살로메를 통해 느꼈을 것이다. 본명은 르네 마리아 릴케였지만 르네를 라이너라고 고치라고 제안한 것도 루 살로메였다.
루 살로메의 영향을 받은 릴케는 러시아 여행 등을 함께하며 인식의 지평을 넓혔고 이후 주옥같은 시들을 남겼다. 그가 프란츠 크사버 카프스에게 보낸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편지에 "당신의 생활이 비록 빈약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을 탓하지 말고 평범한 생활이 갖는 풍요로움을 끌어낼 수 있는 시인이 못 되는 자신을 탓하십시오. 창조하는 자에게는 가난이 없으며, 그냥 지나쳐 버려도 좋을 하찮은 장소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썼다.
인생이 그러하듯 릴케는 비록 시작은 완전하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사유하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완성해 나갔다. 그는 인생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맞이하라 / 길을 걷는 아이가 흩날려오는 / 꽃잎들을 선물로 받아들이듯"
하지만 축제와 같기를 원했던 릴케의 인생은 너무 빨리 막을 내렸다. 그는 1926년 백혈병으로 숨졌다. 51세였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신비로운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자신을 찾아온 한 여인에게 장미를 주다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얘기다. 백혈병 때문에 장미 가시에 찔린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묘비에 새겨진 시구는 그의 죽음을 장미와 연관해 생각하게 했다. 그는 묘비에 이렇게 써달라고 유언했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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