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수장 영향력 악용한 강만수..대우조선에서'하느님'으로 불려

안아람 입력 2016. 12. 4. 11:37 수정 2016. 12. 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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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

지인 부실회사에 지분투자 압박

남상태 비리 눈 감고 추가 투자도

대우조선해양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쳐 대우조선 간부들 사이에서 ‘하느님’으로 불린 강만수(71)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과 정부에 압력을 넣어 지인 김모(46ㆍ구속기소)씨가 운영하는 바이오에탄올 업체 ‘바이올시스템즈’에 총 110억여원을 투자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방해행사)로 강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강 전 회장에게 뇌물과 배임 등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산은금융지주 회장 시절인 2011년 3~6월 김씨의 부탁을 받아 당시 대우조선 사장으로 있던 남상태(66ㆍ구속기소) 전 사장에게 바이올시스템즈에 투자하도록 요구했다. 강 전 회장은 김씨와 ‘패밀리’라는 사적 모임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남 전 사장은 같은 해 9~11월에 대우조선 및 자회사인 부산국제물류(BIDC)가 각각 4억9,800만원씩 이 회사에 지분투자를 하도록 했다. 남 전 사장 입장에선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 수장의 말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김씨는 강 전 회장을 등에 업고 대우조선 측에 추가 투자를 요청했지만, 대우조선 실무진이 “사업성ㆍ경제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강 전 회장은 그러자 남 전 사장의 비리를 파악한 뒤 이를 이용해 투자를 종용했다. 2012년 1월 산은 경영컨설팅팀으로부터 ‘남 전 사장의 14가지 경영비리 의혹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강 전 회장은 남 전 사장에게 재차 투자를 요구했다. 위기감을 느낀 남 전 사장은 “명예롭게 퇴진하게 해달라” “내부 인사인 고재호를 후임 대표이사로 선임해달라”며 산은이 검토해 온 상근 감사제 도입을 포기하는 것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후임 사장이 자신의 비리를 문제 삼을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강 전 회장은 결국 바이올시스템즈에 44억원대 추가 투자 대가로 이를 승인했다. 이후 남 전 사장에 대한 민ㆍ형사상 조치나 문책은 없었고, 오히려 상임 상담역으로 다시 고용돼 급여는 물론 운전기사와 사무실까지 제공 받았고 대우조선 산하 학교법인 세영학원(거제대 운영)의 이사장으로 재임했다. 대우조선은 이후 바이올시스템즈 투자금 전액을 손실처리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강 전 회장과 남 전 사장의 ‘갑을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전 사장의 휴대폰에는 강 전 회장의 전화번호가 ‘총독’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돼 있었고, 대우조선 간부들은 강 전 회장을 ‘하느님’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이명박 정부의 최고 경제실세로 대우조선 임직원의 생사여탈권을 쥔 강 전 회장의 영향력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강 전 회장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자 대통령 경제특보 시절인 2009년 12월 지식경제부에 압력을 행사해 바이올시스템즈가 ‘해조류 에탄올 플랜트 사업’ 부문의 국책과제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애초에 이 회사는 사업수행 능력 및 경제성 부족 문제로 탈락했지만, 지식경제부 공무원이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평가결과를 뒤집었다. 2011년까지 정부가 지원한 66억7,000만원은 이후 전액 손실 처리됐다.

검찰은 산은 부당 대출 의혹과 강 전 회장의 고교 동창 임우근(68)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기업으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의혹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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