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방사선 치료로 힘든 암환자 돌보는 병원이 필요합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16. 12. 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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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앤 피플

‘완화의학 1호 의사’로 알려진 염창환병원 염창환 원장(전 서울성모병원 교수)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환자’를 위해 묵묵히 가는 의사이다. 그는 2013년 30병상 규모의 암환자 전문 완화의학병원을 열었다.

[헬스조선]국내 1호 완화의학 의사 염창환 원장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암환자를 보듬는 완화의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염창환 원장이 운영하는 염창환병원은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저하된 건강 컨디션을 올리고, 부작용을 줄이며, 심리상담까지 해주는 병원이다. 지금까지는 없던 콘셉트의 병원이지만, 암환자가 137만 명이나 되는 요즘에는 꼭 필요한 병원이다.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과 정부 지원이 늘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완화의학’이 생소한 개념입니다.


완화의학 하면 호스피스만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완화의학이란 3가지 분야를 말합니다. 첫째, 지지적 종양학(Supportive Oncology)으로 암치료를 받는 동안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올려서 암을 잘 치료받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둘째, 예방적 종양학(Preventive Oncology)으로 암이 완치된 이후에 재발이나 전이를 막아주는 치료를 말합니다. 셋째, 호스피스(Hospice) 케어로 암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임종할 때까지 관리해주는 것입니다. 완화의사는 암환자의 주치의이며, 함께하는 의사이기도 합니다.

완화의학을 표방한 병원은 국내 유일한가요?


네. 호주, 미국 등에서는 암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시점부터 종양내과의사와 완화의사가 함께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양내과의사는 암을 공격적으로 치료해주고 완화의사는 공격적인 치료 시 생긴 부작용, 심리적인 어려움 등을 잘 케어해주는 의사로서 암치료를 끝까지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암이 완치되거나 재발하지 않도록 돕고, 치료에 실패하면 호스피스 케어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중간 과정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런 콘셉트의 의사나 병원, 시스템은 전무합니다. 완화의사를 표방하는 의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호스피스 케어를 해주는 의사입니다.

완화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헬스조선]국내 1호 완화의학 의사 염창환 원장


제가 군대 있을 때, 가정을 방문해 치료를 도운 환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난소암 환자로 복수가 심했는데, 젤리 양상이라 의사가 붙어서 3~4시간 동안 주사기로 뽑아주어야 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의사가 한 명 붙어서 뽑아주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그 환자가 오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아는 수녀님의 부탁으로 가정방문을 해서 복수를 뽑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뽑아주었는데 처음에는 3개월밖에 못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5년을 더 사셨습니다. 그러면서 그 환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환자가 저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염 선생님, 암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함께해주는 의사가 없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함께해주는 의사가 되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 환자의 말을 듣고 완화의학 의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완화의학병원을 세운 이유는?


완화의학은 산소치료 등 현재 제도권에 포함돼 있지 않은 치료를 많이 시도합니다. 이런 치료는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효과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지만, 건강보험 재정이나 수가 문제로 대학병원에서 시행하지 않는 치료입니다. 암환자의 건강을 개선시키는 치료로 산소치료·비타민치료·면역치료 등이 필요하지만, 현재 많은 의사가 이런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병원에 재직했을 때도 이런 문제에 부딪혀 개원하게 됐습니다.

현재 암치료 시스템의 한계는?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수많은 환자가 대학병원에 몰리다보니, 대학병원 의사들은 환자들이 왜 힘들어하는지, 어떤 부작용을 겪는지 관심을 두기 어렵습니다. 주로 수치 등 검사 결과에만 의존하는 치료를 합니다. 그러나 환자들은 결과 외에도 궁금한 것이 많고, 병원 치료 외에 추가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환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못 얻고, 여기 저기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는 이들에게 의학적으로 제대로 된 설명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에게 헛된 희망을 주어 필요 없는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완화의학병원에서는 어떤 치료를 해줍니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산소치료입니다. 방사선치료를 받는 사람은 산소치료가 필요합니다. 산소치료란 공기 중에 산소가 40% 포함(일상에선 평균 21%)돼 있는 산소통에 들어가 1시간 정도 호흡하는 치료입니다. 방사선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죽이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생깁니다. 실제로 10년 전쯤 지방 대학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자궁경부암 환자 10명이 방사선치료 후 암은 없어졌지만 방사선후유증인 피부괴사로 사망한 사례가 있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방사선치료를 받을 때 산소 치료를 받으면 피부괴사나 염증 등의 부작용을 6분의 1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학병원에는 고압 산소치료 기기가 없어서 치료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헬스조선]산소치료기

또한 암세포가 42℃ 고온에 죽는다는 특성을 이용한 고주파온열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고주파온열치료는 이미 일부 대학병원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수액치료도 합니다. 암세포 사멸 작용을 하는 고농도의 비타민C와 마그네슘을 넣거나 비타민D를 투여합니다. 면역세포인 NK세포, T세포 활성화해주는 주사,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를 추출해 2주 간 배양한 후 주사를 놓는 치료도 합니다. 그 밖에 오메가3지방산, 유산균 등 암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제를 처방합니다. 암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심리상담도 해줍니다. 의학적인 것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상처를 돌보는 등 사적인 코칭도 암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입니다.

 

병원 내 항암 식단을 만드는 전문 셰프와 암환자 전용 화장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1990대 중반부터 호주·독일·미국 암병원에서 리커버리센터를 보고, 암환자에게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품위 있는 삶도 소중함을 인식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계기로 현재는 암환자를 위한 피부 관리를 시작하고 화장품을 개발했는데, 만족도가 좋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 병원에선 미국 요리학교인 CIA를 나오고 미국 암센터에서 인턴십을 마친 분을 초빙해, 암식단을 개발하고 암환자를 상담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그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서 오는 12월 1일에 병원 지하 1층에 리커버리센터를 건립하게 됐습니다.

염창환 원장은 “(암환자는) 항암·방사선 치료가 힘들면 포기하지 말고 완화의사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며 “그렇게 하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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