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의 징조" 가속페달 밟는 전셋값 하락

엄성원 기자 2016. 12. 4.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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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대책 한달, 한파 휩싸인 부동산시장]③'성동·동작·마포' 전세난에서 역전세난으로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편집자주]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정부가 전매제한과 청약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하는 11.3 대책을 발표한 지 한달이 지났다. 정부의 규제 카드에 수백대 1을 웃돌던 인기 지역 청약 경쟁률이 한자릿수대로 떨어지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 오름세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매매 거래가 급감하고 역전세난, 미분양 우려가 불거지는 등 시장 분위기가 단기 급변하면서 정부의 속도 조절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3대책 한달, 한파 휩싸인 부동산시장]③'성동·동작·마포' 전세난에서 역전세난으로]

/사진=머니투데이DB

#서울 지하철 2, 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 인근의 A아파트. 이 아파트는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전세 대기자가 줄을 이었다. 지하철을 이용, 강남, 여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30~40대 직장인은 물론 신촌, 홍대 등 대학가도 가까워 젊은 층 수요도 끊이지 않았다. 물건 내놓기가 무섭게 계약자들이 줄을 섰고 매매가 오름세 이상으로 전셋값이 치솟았다. 매매가가 4억원 안팎인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이 3억500만~3억7000만원까지 갔을 정도.

하지만 겨울로 접어들면서 전셋값 고공 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전보다 3000만~4000만원 내린 가격에 전세 물건을 내놓아도 계약자가 쉬 나서질 않는다. 반전세(보증부 월세) 물건은 아예 찬밥 신세다. 전세계약 종료가 임박한 한 임대인은 반전세로 내놨던 물건을 전세로 돌리고 보증금을 더 내린 끝에야 어렵사리 새 세입자를 맞을 수 있었다.

11.3 대책이 전세시장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한때 전셋값이 매매가에 근접하기까지 했던 동작, 마포, 강서, 영등포 등 강북 주요 역세권 아파트는 전셋값이 완연한 내림세로 돌아섰고 강남 특수를 누리던 성동·동작구에서는 신규 입주 아파트가 늘어나며 역전세난까지 가시화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옥수동의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셋값은 지난 8월 이후 줄곧 내림세다. 이 단지는 '준강남', '뒷구정'으로 불리는 옥수동의 대표 단지 중 하나다. 지난 8월만 해도 강남효과 속에 전용 59㎡ 전셋값이 6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두달여 만에 7000만원이나 내렸다.

마곡단지 입주와 지하철 9호선 개통 효과를 톡톡히 봤던 강서구 마곡동이나 강남 접근성을 앞세워 '신강남'으로 불렸던 동작구 흑석동의 새 아파트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마곡엠밸리 8단지는 전용 84㎡형을 기준으로 전셋값이 지난 8월 정점을 찍은 후 두달여 동안 2000만~3000만원 미끄러져 내렸다. 흑석 한강푸르지오 84㎡형은 같은 기간 전셋값이 3000만~4000만원 하락했다.

이들 단지의 최근 가격 움직임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전셋값 하락 속도가 매매가를 웃돈다는 점이다. 옥수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난, 강남 접근성 등에 힘입어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전셋값이 급등했지만 이후 매매 거래가 줄어들고 인근 새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전셋값이 매매가 이상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시세보다 싼 물건이 나와도 전세계약을 미루려는 세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당산동의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 역시 "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반전세 물건마저 귀할 정도로 전세난이 심각했지만 요즘은 전셋값 내리는 게 눈에 훤히 보일 정도"라며 "전세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세입자를 맞기 위해 계약조건을 조정해 물건을 다시 내놓는 집주인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세입자 우위의 전세시장 재편 움직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전세난의 진원지로 꼽히는 성동·마포·동작구 등의 새 아파트 입주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동구는 센트라스 1, 2차 입주가 시작됐고 내년 왕십리 자이 입주가 이어진다. 마포구는 e편한세상신촌, 경희궁자이, 아현아이파크, 애오개 아이파크 등이 입주 대기 중이고 동작구는 흑석 파크자이, 두산위브트레지움2차 등의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신규 분양 가구 수는 97만여 가구에 이른다. 이는 2000~2014년 연 평균 27만여 가구가 공급됐던 것에 비해 80% 급증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는 2년 후 입주 시기가 돌아온다.

김은진 부동산114 책임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급증한 분양 물량의 입주 시기가 도래하는 내년 이후 단기, 국지적으로 전셋값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엄성원 기자 airmas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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