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고삐 강화에..기업 자금사정 악화

정옥주 2016. 12. 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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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월 제조업 자금사정 BSI 악화
중소기업, 비은행권 대출 1년새 31.5% 급증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업들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가뜩이나 수익성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들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이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 기준을 더욱 강화함에 따라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져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대출태도가 강화되면서 지난 10~11월 기업자금사정은 강원권과 제주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역에서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에 따르면 10~11월 평균 전국 제조업 자금사정 BSI는 85(10월 84·11월 86)로, 이는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5년 12월)인 86을 밑돌았다.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더 좋지 않았다. 대기업 자금사정BSI는 10월 90에서 11월 93으로 3포인트 오른 반면, 중소기업 자금사정BSI는 같은 기간 74에서 75로 훨씬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도 중소기업 자금사정 지수는 10월 86.9에서 11월 83.6으로 악화됐다.

특히 은행권이 기업들에 대한 대출 태도를 강화하면서 은행권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비은행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 3개월간 은행권은 대기업 대출금리를 0.01%포인트 낮춘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는 0.0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국내 중소기업의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잔액은 75조860억원으로 전년동기 57조882억원 대비 17조9978억원(31.5%) 증가했다. 반면 10월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9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60조8000억원) 보다 5.7%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조선·해운업, 제조업 등의 업황 부진과 내수부진,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기업들에 대한 대출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에 가뜩이나 경기 상황도 안좋은데 은행들의 대출까지 깐깐해져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는 기업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 부진으로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여파로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게 되면 중소기업의 부채상환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소기업들의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은 0.81%로 9월말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대기업 연체율은 2.57%로 전월 대비 0.10%포인트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04%포인트 상승한 0.83%를 나타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의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운영자금을 급히 확보해야 하는 일부 중소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 수준이 높은 캐피털사 등 비은행권에서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시중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이들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은행들의 대출심사 강화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 4분기 국내 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 태도는 전분기 -20에서 -13으로 강화 전망이 다소 축소된 반면, 중소기업은 -17로 같았다. 대출태도지수가 낮아질수록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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