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이슈] 어둠의 터널 속에서 FA 컵 우승 일군 수원

김도곤 기자 2016. 12.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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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 컵 우승을 차지한 수원 삼성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김도곤 기자] 수원 삼성이 긴 암흑의 터널에서 FA 컵 우승을 건졌다.

수원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2016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1-2로 졌다. 수원은 1, 2차전 합계 3-3으로 비겼지만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10-9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수원은 6년 만에 FA 컵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도 따냈다.

극적인 우승이었다. 1차전에서 2-1로 이긴 수원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었다. 하지만 조나탄의 선제골 후 아드리아노, 윤승원에게 실점해 1-2로 역전당했고 연장전에 들어가는 힘겨운 상황을 맞았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팀당 10명의 키커가 나서는 접전 끝에 이겼다. 힘겨운 우승이었다.

수원은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변경된 후 꾸준히 예산이 삭감됐다. 한때 '레알 수원'으로 불리며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했던 수원이지만 지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자연스럽게 전력 약화와 선수 유출이 이어졌다. 서정원 감독 체제에서 선전했지만 이번 시즌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져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수원이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것은 스플릿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 FA 컵 우승 후 자신의 얼굴이 프린트 된 현수막을 든 서정원 감독 ⓒ 곽혜미 기자

서 감독도 올해를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로 꼽았다. 서 감독은 "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구단 지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아는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솔직히 말해 구단 지원이나 예산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주전 선수들도 많이 떠나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이겨 내는 것이 내 임무 아니겠는가. 수원을 축구 명가이자 강팀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이번 시즌을 회상했다. 서 감독의 말처럼 구단 지원이 줄었다. 예전처럼 공격적인 선수 영입도 없었다.

지난 시즌 2위인 수원은 이번 시즌 하위 스플릿 추락은 물론 리그 막판까지 강등의 위험에 시달렸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였다.

성적이 떨어지자 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경기 후 선수단 버스를 막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올해만 2번이다. 지난 7월 2일 울산 현대에 1-2로 패한 뒤, 지난달 2일 수원 FC에 4-5로 패한 후였다. 첫 번째 경우 서 감독이 직접 나서 선전을 다짐했으나 팬들의 원성은 거셌다. 두 번째 경우 주장 염기훈이 눈물로 호소했다. 그렇지만 팬들의 화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염기훈은 FA 컵 우승 후 "팬들이 우리를 비난하는 것보다 상대 팀을 응원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수원 팬들은 수원의 부진이 계속되자 상대 팀을 응원해 버렸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지만 늘 1등만 차지하고 우승권에 있던 기억만 있다가 순식간에 강등권으로 추락한 수원 팬들 처지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수원은 결국 성적으로 팬의 성원에 보답했다. 리그에서는 하위 스플릿에 머물렀지만 FA 컵 우승을 차지해 ACL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줄어든 지원 속에서 거둔 값진 결과물이다.

서 감독은 ACL에 대비해 구단에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다. 서 감독은 "ACL에 나가게 된 만큼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구단이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원이 줄어든 뒤 수원은 ACL에서 2015년 16강, 올해 조별 리그 탈락에 그쳤다. 아시아 최고 팀들이 출전하는 ACL에서 선수 보강이 없다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서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수원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FA 컵 우승이라는 한 줄기 빛을 찾았다. 이 빛을 계기로 K리그와 아시아 무대를 호령하던 축구 '명가' 수원의 위용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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