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결산①] 끝까지 알 수 없던 승부, 이래서 '슈퍼매치'다

유지선 기자 2016. 12. 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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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서울월드컵경기장] 유지선 기자= "결승전다운 경기를 했다" 경기 종료 후 수원 삼성의 서정원 감독이 던진 한마디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끝나는 시점도, 샴페인을 터뜨리게 될 주인공도 알 수 없었지만, 그래서 더 흥미진진했다.

수원은 3일 오후 1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2016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하며 지난 2010년 이후 6년 만에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통산 4번째 우승으로,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함께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FA컵 결승전서 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 `슈퍼매치`가 성사된 건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인 순간에 무려 35,037명의 관중이 상암벌을 찾았다. 수원에서 열린 1차전을 포함하면 총 66,071명이 두 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향했다. 많은 이들을 매료시킨 `슈퍼파이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

# `10대 10` 대결, 예상치 못한 변수 속출

두 팀은 슈퍼매치라는 명성답게 경기 내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주심이 무려 15개의 옐로카드를 꺼내들었을 정도다. 예상치 못한 변수도 속출했다. 전반 20분 다카하기와 이정수가 신경전을 벌이며 나란히 경고를 받은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정수는 전반 36분 박주영과 공중 볼 경합을 벌이던 도중 팔로 얼굴을 가격했다는 판정이 내려져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이정수는 고의가 아니었다며 억울함을 한참 호소했지만, 주심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대로 흐름이 서울 쪽으로 기우나 싶었지만, 서울도 곧바로 눈물을 흘렸다. 다카하기가 전반 42분 이종성에게 태클하는 과정에서 경고를 받으면서 퇴장을 당한 것이다. 신경전을 벌이던 두 선수가 나란히 퇴장 당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면서 승부는 안갯속으로 빠졌다.

이정수는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팀에 피해는 주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전반전에 퇴장을 당하면서 아차 싶었다. 다카하기가 곧바로 퇴장당한 건 나중에서야 알았다"며 흔치 않은 상황에 혀를 내둘렀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은 후반 10분 몸싸움을 벌이던 중 김치우가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 나가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 잘 막았던 유상훈, 잘 차지 못해 울었다

연장전에 돌입하게 되는 경우는 서울의 2-1 승리가 유일했다. 그러나 1-1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윤승원이 극적인 골을 터뜨리면서 유일한 경우의 수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수원으로선 눈앞으로 다가온 우승컵이 멀어지는 순간이었으며, 서울로선 흐릿해지던 희망의 불씨를 켜는 순간이었다. 힘을 모두 소진한 탓이었을까. 연장전 내내 지지부진한 공격을 펼치던 양 팀은 결국 승부차기로 우승컵의 주인공을 가리게 됐다.

팽팽했던 흐름은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9번째 키커까지 모두 성공시키면서 공이 결국 양 팀 골키퍼에게 넘어온 것이다. 골문을 등지고 있던 골키퍼가 골문을 바라보고 서는 건 팬들은 물론이며, 선수들, 감독들에게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승부차기를 10명이 하는 건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었다"며 감탄했을 정도다.

그러나 슈퍼매치 무패행진을 자랑하던 유상훈이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자신 있게 찬 슈팅이 골대를 멀찌감치 벗어난 것이다. 승부차기를 실축한 뒤 곧바로 골문 앞에 선 유상훈은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고, 상대 골키퍼 양형모가 수원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유상훈은 전반전 수원이 강한 압박으로 공세를 펼칠 때, 수차례 선방쇼를 보여줬다. 그러나 잘 차지 못해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다음 시즌 상주 상무로 떠나기 전, 서울에 마지막 선물을 안겨줄 기회였다는 것이 아쉬움을 더한다.

# 냉온탕 오간 서정원 감독의 뜨거운 눈물

서정원 감독의 뜨거운 눈물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수원은 이번 시즌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스플릿 시스템 도입 후 처음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졌고, 한때는 강등을 걱정하며 가슴 졸여야 했다. 그로인해 서정원 감독도 경질설이 불거지며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라이벌` 서울을 상대로 거머쥔 FA컵 우승 트로피가 더 달콤한 이유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은 딱 이번 시즌 수원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우승이 확정된 뒤 팬들 앞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쁨을 만끽하던 서정원 감독의 얼굴에는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올해는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축구하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수원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절실함으로 똘똘 뭉쳐있던 수원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보여준 서울, 두 팀의 뜨거운 열정 덕분에 이날 상암벌에는 잘 만들어진 한편의 `걸작`이 상영됐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박수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걸 쏟아 부은 두 팀, 이래서 이들의 맞대결을 `슈퍼매치`라 부른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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