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 사상 최대 62만여명 몰린 주말..전국에서 타오른 촛불

최승현·김정훈·권기정·백경열·백승목·이삭·이종섭 기자 2016. 12. 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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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원 - 강원지역 사상 최대 1만명 집회 이끈 촛불의 힘

‘모이자 분노하자!’

3일 오후 4시 강원 춘천시 석사동 하이마트 앞 사거리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강원시국대회’엔 1만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이는 강원도 내에서 열린 단일 집회 중 사상 최대 규모다.

1987년 6월 항쟁과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 촛불대행진 당시 5000~6000여명에 달했던 집회 참여인원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대다수 집회 참여자들은 “인구가 28만3500여명에 불과한 춘천시에서 열린 단일 집회에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처음”이라며 입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분노의 촛불’ 물결이 사상 초유의 ‘놀라운 광경’을 연출한 것이다.

여중생 딸과 함께 촛불을 든 김미희씨(45·춘천시 퇴계동)는 “이곳에 와 보니 헌정 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민심이 얼마나 들끓고 있는지 실감할 있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채 변명으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나 집회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시국대회 메인 무대 앞에 자리를 잡고 있던 이영철씨(38·춘천시 석사동)는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절대 받아들 일수 없다”며 “반드시 탄핵을 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이어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 대통령에게 퇴임후 매달 1200여만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보좌진까지 둘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것이 말이 되냐”며 “정치권에서 탄핵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 내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강원행동’이 당초 춘천시 중앙로 로터리에서 진행하려던 ‘강원시국대회’ 장소를 김진태 의원 사무실 옆인 석사동 하이마트 사거리로 변경한 것은 김 의원의 사퇴를 함께 촉구하기 위해서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달 17일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있다”며 특검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이어 지난달 20일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데 대해 “훗날 역사는 여론에 굴복한 검찰 치욕의 날로 기록할 것”이란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오죽하면 춘천지역에 ‘김진태 의원 때문에 쪽팔려서 못살겠다’는 말이 회자되겠느냐”며 “김 의원은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삼가하고 자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강원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하이마트 앞 사거리에서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본행사와 자유발언 등을 진행한 뒤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자유발언에 나선 춘천 유봉여고 2학년 김한들양(18)은 “세월호 7시간, 무고한 생명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희생되어 갈때 박근혜 대통령은 자리에 앉아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통치를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양은 이어 “오늘 촛불집회에 나온 우리들은 나라의 주체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여기 온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국민이 하나가 된 오늘을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양은 “남녀노소가 함께 모여 있는 이곳이 바로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광장이다”며 “제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부디 오늘이 잊혀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거리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이날 오후 7시 하이마트 앞 사거리로 다시 집결해 ‘시국대회 문화제’ 행사를 관람하며 박 대통령의 퇴진과 김진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강원지역 이날 ‘강원시국대회’에 앞서 춘천시 석사동 하이마트 앞 사거리에서 ‘박근혜 즉각퇴진, 박근혜 정책 폐기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또 이날 오후 2시 춘천역 광장에선 농민들이 모여 ‘전봉준 투쟁단 강원출정식’을 개최했고, 이날 오후 3시 춘천교대 정문 앞에선 ‘강원여성 시국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강원기독교교회협의회, 원불교 강원교구, 천주교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춘천시 퇴계동 홈플러스 앞에서 ‘강원도 종교인 시국대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종교인들은 이날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대선공작, 국정교과서, 사드배치, 의료민영화, 언론 장악 등을 보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 국민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향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국민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라는 마음에서 강원도민과 하나가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인 시국대회를 마친 이들은 이날 오후 춘천 홈플러스 앞에서 하이마트사거리로 행진해 ‘박근혜 즉각 퇴진 강원시국대회’ 본 행사장에 합류했다.

이날 춘천에서 열린 ‘강원 시국대회’엔 태백, 동해, 화천 등 타 시·군 지역주민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밖에 원주, 철원, 영월 등지에서도 이날 촛불집회와 문화제가 진행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강릉행동’은 오는 4일 강릉 대학로에서 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박근혜 정권 퇴진 강릉 시국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석사동 하이마트 앞 사거리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강원시국대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하옥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승현 기자

■대구 - “근혜는 아니다”···대구서 촛불 밝힌 시민 3만 5000여명

경북 의성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정모씨(75). 그는 아내와 함께 대구에서 다섯 번째로 열린 시국대회 현장을 찾았다. 정씨 부부는 서울 집회에 참가하려다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트럭을 타고 대구행을 택했다. 집회장에 나온 건 살면서 처음이라고 했다.

정씨는 “지도자가 앞장서서 원칙을 무시하면 안 된데이. 나라가 이래서 되겠나. 촌에 사는 영감보다 못한 기 올라가 있으면 우야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도 문제라. 나처럼 배우지 못한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며 “비록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바른 말을 해야 한데이. 우리 부부뿐만 아이라 자식들(4남매)도 대선 때 다 박근혜 찍었는데, 이기 뭐고”라고 말했다.

12월 3일 토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 대구에 사는 시민들은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도심으로 몰려 나와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처음으로 횃불이 등장했으며,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군중 사이에서 종종 발견됐던 ‘낯선 시선’은 더 이상 없었다. 확신에 찬 분노가 느껴졌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지역의 85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이하 대구시민행동)’은 중구 국채보상로 일부 구간(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550m)에서 ‘박근혜 퇴진 5차 대구시국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행사 참가자를 3만 5000여 명으로 추산(경찰 8000여 명)했다. 다만, 행진이 시작되면서 추가 참가자가 줄을 이었다.

대구시민행동은 왕복 8차로 도로인 국채보상로 가운데 6개 차로를 막고 행사를 진행했다. 메인 무대에서는 오후 3시부터 사전 행사로 문화 공연 ‘하야하롹 페스티벌’이 열렸다. 같은 시각, 중구 동성로 CGV 대구한일점 앞 거리무대에서는 ‘대구청소년 시국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또 오후 4시부터는 중구 공평네거리에서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12월 3일 토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 대구에 사는 시민들은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도심으로 몰려 나와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처음으로 횃불이 등장했으며,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군중 사이에서 종종 발견됐던 ‘낯선 시선’은 더 이상 없었다. 확신에 찬 분노가 느껴졌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지역의 85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이하 대구시민행동)’은 중구 국채보상로 일부 구간(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550m)에서 ‘박근혜 퇴진 5차 대구시국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행사 참가자를 3만 5000여 명으로 추산(경찰 8000여 명)했다. 다만, 행진이 시작되면서 추가 참가자가 줄을 이었다.

대구시민행동은 왕복 8차로 도로인 국채보상로 가운데 6개 차로를 막고 행사를 진행했다. 메인 무대에서는 오후 3시부터 사전 행사로 문화 공연 ‘하야하롹 페스티벌’이 열렸다. 같은 시각, 중구 동성로 CGV 대구한일점 앞 거리무대에서는 ‘대구청소년 시국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또 오후 4시부터는 중구 공평네거리에서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오후 5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설치된 대형 무대를 마주보며 질서있게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물론 시국대회라는 밥상의 수저인 ‘촛불’과 ‘손팻말’도 함께였다. 무대에 오른 시민들은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말했다. 의료 종사자 등도 무대에 올라 정부의 의료 민영화, 장애인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내놨다. 몇몇 예술가들은 캐롤송을 개사해서 만든 곡 등을 무대 위에서 불렀고, 이는 집회의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했다.

이날 역시 젊은층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담담하면서도 때론 강한 어조로 밝혔다.

올해 수능을 치렀다는 조은영씨(20·여)는 “매주 집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 수가 늘었다는 데 자극을 받아서 처음 나오게 됐다. 지금, 이 나라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국민 모두가 저항하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생계가 곤란할 정도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꼭 집회장에 나와야 한다. 한 분, 한 분이 모여서 시위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민씨(19·여)는 “대학 입시를 눈 앞에 뒀던 수험생이라면 정유라의 사례를 보면서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부조리한, 불평등한 세상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보경양(14)은 “박근혜 대통령님은 세월호 참사 때 7시간 동안 잠수를 타시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등 업적이 많다”며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는 마지막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세희양(14)은 “평소 같았으면 친구들과 놀고 있었을 시간인데 이렇게 시국대회에 나온 이유는 저와 제 친구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나라라고 생각해서다”며 “우리는 올바른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주권자이다. ‘껍데기만 민주주의’가 아닌 ‘뼛속까지 민주주의’가 됐으면 좋겠다. 여러분 지치지 맙시다”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이른바 ‘10분 방문’했던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조강연군(15)는 “박근혜 대통령은 10분 동안 시장 구경만 하다가 사진이나 찍고 가는 어처구니가 없는 행동을 했다”며 “대통령 직을 시작하며 자신이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헌법 조항들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9살, 11살 난 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정상욱씨(46)는 “생떼같은 우리 가족, 그리고 가족같은 시민 여러분.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내려가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6시 57분부터 집회장에서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당사까지 약 3㎞ 구간을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특히 이날 집회행렬에는 횃불 20여개가 함께 해 한층 거세진 민심을 대변했다. 시민들은 오후 8시 30분쯤 집회장으로 돌아와 자유발언을 이어갔고, 오후 9시쯤 행사를 마무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새누리당 당사에 남아 직접 만든 간판을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기존 간판과 같은 크기의 패러디 간판 가운데에는 ‘나라를 홀랑 말아먹은 내시환관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양 옆에는 ‘정계은퇴당’, ‘주범이당’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새누리당이 최근 당론으로 채택한 ‘4월 퇴진·6월 대선’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집회가 진행되는 내내 도심에 울려 퍼졌다. 이날 대구시민행동은 “국정농단 박근혜는 질서없고 불명예스럽게 즉각 퇴진하라”, “새누리(당)는 당장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시민들과 외쳤다.

탄핵 정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 야당을 질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집회장을 찾았지만 시민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안 전 대표는 군중 사이에 잠시 머물다 자리를 떴다.

한편, 대구시민행동은 다음 주에도 대구 도심에서 시국대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3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일부 구간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대구시국대회’에 등장한 패러디 간판. /백경열 기자

■광주 - 역대 최대 15만 촛불…금남로에 박근혜·부역자 ‘감옥’

광주 금남로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 등 부역자들을 가둘 ‘쇠창살 감옥’이 등장했다. 광주에서 열린 촛불집회 역사상 가장 많은 15만명의 시민들이 모인 금남로는 “박근혜는 당장 퇴진하라”는 구호로 가득찼다.

3일 90여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주최로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6차 박근혜 퇴진 광주시국촛불대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이후 더욱 악화된 민심이 그대로 반영됐다.

주최측은 “오후 6시 추산 7만명(경찰추산 1만2000명)이던 참가자가 금새 불어나 오후 7시30분 쯤 10만명을 넘어섰고 8시30분에는 역대 가장 많은 15만명(경찰 추산 2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차량 통행이 통제된 광주 금남로 400m 구간을 가득 메웠다.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5시부터는 ‘촛불이 꿈꾸는 나라’를 주제로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한 시민은 “박근혜 대통령은 가식만이 있다. 국민을 생각하는 척, 세월호 때에는 가슴 아픈 척,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에서는 슬픈 척을 한다”면서 “이제는 80넘은 노인도, 어린아이도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더 이상은 안 속는다”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이날 주최 측은 가로 3m, 높이 2m 크기의 쇠창살로 된 감옥을 준비했다. 감옥에는 ‘박근혜와 부역자들을 감옥으로’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감옥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새누리당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차례로 들어가자 시민들은 한명 한명의 이름을 외치며 “당장 하옥하라”고 외쳤다.

대형 ‘소녀상’도 등장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민족문제연구소는 소녀상에 청와대를 상징하는 영상을 투영하며 정부의 ‘한일 위안부 협정’을 비판했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탓에 결국 오늘과 같은 사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증현 스님은 촛불 집회 시작을 알리는 대회사를 통해 “박근혜는 범죄자일 뿐이며 국민들은 새누리당에게 박근혜 퇴진 일정을 결정할 권한을 준 적이 없다”면서 “질서 있는 퇴진이란 있을 수 없다. 즉각 퇴진과 탄핵만이 있을 뿐이다. 박근혜 퇴진은 국민들이 결정한다.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2개 대열로 나눠 1시간가량 금남로를 행진했다.

한편 이날 촛불 집회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정치인들은 무대위에 올라 발언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주최측은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천정배 국민의 당 전 공동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정치인에게 자유발언 기회를 주지 않기로 했다.

김영광 시민운동본부 공동위원장은 “오늘 집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탄핵을 지연시킨 정치인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하는 게 좋게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3일 광주 금남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감옥’을 앞에 두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강현석 기자
3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시국촛불대회’에 등장한 쇠창살 감옥. 주최추은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재벌 등을 가두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강현석 기자

■울산 - “박근혜와 최순실은 이미 감방 신세”…울산 촛불집회 횃불 들고 시가행진

“박근혜와 최순실은 이미 감옥에 갇혔다”

3일 오후 4시 울산시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 광장과 간선도로에서 열린 4차 울산시민집회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감옥에 갇힌 채 애원하는 모습의 퍼포먼스가 등장했다. 사회자가 “하나, 둘, 셋”을 외치자 집회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하야하라”면서 감옥 앞에 마련된 모래주머니를 감옥과 그 안에 갇힌 ‘피의자’들을 향해 던졌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함께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퍼포먼스였다.

이번 집회는 울산시민행동이 지금까지 연 촛불행사 중 최대 규모인 1만5000여명이 몰렸다. 주최측은 롯데백화점 앞 광장이 인산인해를 이루자 애초 바로 앞쪽 간선도로의 2개 차로를 확보해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갈수록 참가자가 늘어나자 6개 차로까지 확장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25명의 시민들 중 절반 가량은 중·고교 학생들이었고, 이들은 국정 교과서의 부당성을 호소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망치지 말라고 요구했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이기철씨(72·울산 남구)는 “나는 해방때 태어난 ‘해방둥이’인데 이 자리에서 축하할 것과 부탁할 것이 있어 나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1960년 마산에서 중학교를 다닐때 나는 자유당의 부정선거에 맞서 데모를 했는데 참 여건이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축제 분위기 속에 할 말을 할 수 있으니 축하할 일이다”고 말했다. 또 “후손들에게 이런 모양의 나라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서 “옳은 나라를 만들어 물려주고 싶은데, 그것을 위해 여러분들도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했다.

고교 2학년이라고 밝힌 이모군(17)은 “새누리당, 특히 비박 세력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국민을 엿먹이고 있다”면서 “새누리당 당사가 불에 타고 소방차가 왔다갔다 하는 걸 진정 보고 싶은 것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다음 총선에서 두고 보자”고 강조했다.

국정교과서에 관한 성토도 이어졌다. 학교위탁돌봄회 최수영씨는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중인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이 국정 교과서에 찬성하면서 박근혜에 충성을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권정오 전교조울산지부장은 “국정교과서 초안을 꼼꼼히 살폈는데, 정말 조잡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정교과서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하는데, 이는 ‘뉴라이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면서 “1919년 3·1 운동 이후 상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들의 애국활동을 부정하고, 일제 친일파의 매국행위에도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고생 강모양(17)은 “길라임씨가 주머니에 돈을 채울때 세월호에는 물이 가득 찼다”면서 “당신은 살인자다”고 외쳤다. 이어 “역사적으로 나라가 어려울때 늘 학생들이 나섰다”면서 “우리도 억눌리지 말고 새 역사를 써 나가자”고 주문했다.

여대생 오모양(23)은 “나와 같은 생명공학과에서 함께 공부하는 외국인 친구들은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 그들에게 ‘샤머니즘’이라고 하면 금방 ‘아~’하고 알아듣는다”면서 “무능하고 썩은 정권이 왜 내년 4월까지 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유기 현대차노조지부장은 “삼봉 정도전은 ‘무릇 정치란 누구로부터 거둬들여 누구에게 분배하느냐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면서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국민의 고혈을 짜서 자기네들의 배를 채우고 있다”고 외쳤다. 이어 “내년 4월까지 퇴진하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서 “우리의 촛불로 끌어내리자”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공연과 자유발언 등의 행사를 마친뒤 롯데백화점에서 박맹우 새누리당사무총장 사무실까지 왕복 2.8㎞를 시가행진했다. 주최측은 행진 과정에서 40여개의 횃불을 들고 나서 ‘촛불이 횃불이 될 것’이라는 경고의 상징을 보였다.

3일 오후 울산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4차 시민집회 행사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감옥에 갇 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향해 모래주머니를 던지고 있다.│백승목 기자

■충북 - 성난 청주시민들, ‘탄핵 반대한 정우택 의원에 항의 문자 보내자’

충북에도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3일 오후 5시 충북도청 앞 도로에서 박근혜퇴진충북비상국민행동의 주최로 열린 ‘박근혜 정권퇴진 2차 충북범도민 시국대회’에는 1만여명(경찰 추산 6000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기말고사를 앞둔 중학생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은 상당공원부터 도청 앞 사거리까지 300여m의 거리를 가득 채웠다.

이날 집회의 시작은 새누리당 정우택 국회의원의 항의 문자 보내기로 시작됐다. 청주 상당구가 지역구인 정 의원은 친박계로 박 대통령의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몇몇 시민들은 이날 정 의원의 번호가 공개되자 ‘박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고 의원직에서 사퇴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시민 이경주씨(47)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국정에 반영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며 “청주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정 의원은 다음 국회의원 선거때 낙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 박모씨(28)도 “원래 새누리당은 믿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탄핵 반대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며 “특히 박 대통령의 탄핵 반대 입장을 밝힌 정 의원이 청주 상당구가 지역구라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이날 집회에는 박 대통령 삼행시 짓기 이벤트가 진행됐다. 집회가 열리는 충북도청 도로 양쪽에 펼쳐진 게시판에는 한 초등학생이 쓴 ‘박-박그네는, 근-근심없이 잘만 살고, 혜-혜택없이 걱정없이 국민한테 관심없이 잘만 사는 애’라는 문구 등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삼행시가 곳곳에 게시됐다.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와 시민들의 촛불로 꾸며진 트리 등도 눈에 띄었다. 십자가에 걸린 짚 허수아비를 만들어 집회에 참여한 조형예술가 손영익씨(63)는 “허수아비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3차 담화까지 발표하며 정권 유지를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민중을 무시하고 4%의 지지자들에게 기대는 대통령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 시민들은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나무모양으로 된 조형물에 촛불을 올려 촛불 트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가 되자 ‘세월호 7시간’을 밝히자는 의미로 촛불을 모두 끈 시민들은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촛불행진을 시작했다. 1만여명의 시민들은 집회가 끝난 뒤 정 의원의 사무실이 있는 청주 육거리시장과 청주대교로 항햐는 2개 조로 나눠 거리를 행진하며 평화 집회를 이어갔다.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집회가 시작된 충북도청에 다시 모여 ‘아침이슬’을 부른 뒤 해산했다.

3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퇴진 2차 충북범도민 시국대회’ 행사장에 설치된 촛불트리에 시민들이 촛불을 올려 놓고 있다./이삭 기자

■경남 - “박근혜-최순실 공범이당“…창원시민 시청광장서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와 최순실은 공범이다”

3일 오후 창원·진주·김해 등 경남지역 곳곳에서도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집회가 열렸다. 창원시청 광장에서 열린 제6차 경남시국대회‘에는 1만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촛불로 ‘퇴진’이라는 글자를 만들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집회행사에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자유발언을 신청해 “국정 역사교과서는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이런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외쳤다. 이어 “교육청은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는 교육청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으면 교육감을 고발하겠다고 한다”며 “교육감들에게 재판받는 것 보다 더 소중한 것은 살아 있는 교육을 해야 하는 것”고 강조했다.

김재명 민주노총경남본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로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힘들어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박근혜는 3차 담화에서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는데, 정말 그런지 한 번 따져보자”면서 “우리가 낸 세금으로 해외 나갈 때마다 옷 바꿔 입었고 옷값만 해도 수억이라고 한다”고 비꼬았다.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은 자유발언에서 “박근혜는 더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빨리 물러나라”고 외쳐 박수를 받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창원시청 광장에서 창원시 의창구 명곡동 새누리당경남도당 앞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경남운동본부는 이어 ‘박근혜-최순실은 공범이당, 경남도당’이라고 쓴 현판 형식의 글귀를 새누리당 당사건물에 붙였다. 경찰이 당사 주변을 지키고 있었지만, 집회 참가자와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3일 오후 창원시청 광장에서 열린 제6차 경남시국대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밝히면서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치고 있다. │경남운동본부 제공

■부산 - 부산 교수들 “최순실 몸종 노릇한 게 교수다”

3일 오후 4시 부산의 최대 번화가인 서면로터리 부근에서는 부산지역 교수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행사를 열었다. 경성대, 동아대, 동명대, 동의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외대, 신라대, 영산대, 한국해양대 등 10개 대학의 교수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최순실씨 몸종 노릇한 게 교수 아니냐”며 “우리가 이러려고 오랜 기간 공부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친 뒤 서면 일대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바로 옆에서는 부산지역 중고생들의 청소년시국대회가 열렸다. 오후 4시30분 중앙대로에서 공연 ‘하야하롹’이 시작되면서 촛불집회 인원이 크게 늘기 시작해 본행사 시작 직전에는 9만여 명으로 집회인원이 크게 늘었다. 경찰은 중앙대로 7차로 가운데 3개 차로에만 집회를 허용했다가 집회인원이 크게 늘어나자 5개 차로로 집회공간을 넓게 허용했다.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는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됐고 ‘박근혜 퇴진’, ‘이게 나라냐’라고 쓴 푯말이 배포됐다. 한 시민은 ‘근혜채’라고 쓴 잠자리채를 들고 나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어 오후 6시 중앙대로상에서 ‘박근혜 퇴진 부산시국대회가’가 열렸다. 행사는 시국선언 참여 교수 발언, 시민발언, 행진 순으로 진행됐다.

시민발언에 참여한 시민들은 “박근혜 구속하라”, “박근혜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를 외쳤다.

3일 부산시국대회에 참가한 부산지역 교수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권기정기자

<최승현·김정훈·권기정·백경열·백승목·이삭·이종섭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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