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촛불집회]195만 촛불로 박근혜의 미명(未明) 밝히다

- 오후 7시 반 서울에만 150만명 운집

- 촛불집회, 오후 7시 소등행사

- 세월호 7시간 진실 밝히란 뜻

[헤럴드경제=원호연ㆍ김진원ㆍ이원율 기자]“동이 트기 전 미명이 가장 어둡지만 촛불로 어둠을 몰아낸다”

1주일만에 또다시 광화문 광장이 촛불로 가득찼다.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 100ｍ전, 효자치안센터까지 촛불이 가득찼다. 이들은 또다시 간절한 마음으로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국정의 수습을 빌고 또 빌었다.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선포된 3일 광화문광장은 또다시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지금까지 최대 인파였던 190만명이 모였던 지난 5차 촛불집회보다 포근한 날씨 탓인지 빠른 속도로 참가자가 늘어났다. 오후 5시 이미 50만명이 넘는 인파가 광화문으로 모였다. 지난 5차 촛불집회 5시 당시 참가자는 35만명이었다. 

<사진설명>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 7시 현재 110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이들은 7시 모두 촛불을 껐다가 1분 후 다시 켜는 소등행사를 벌였다. 어둠을 촛불로 몰아낸다는 의미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이날도 가족들과 함께 촛불을 든 시민들이 많았다. 온가족이 함꼐 나온 김태웅(40)씨는 “아이들이 나중에 역사책에 나올 현장에 있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오늘 처음 나왔다”면서 “박 대통령은 지금 당장 하야가 됐건 탄핵이 됐건 내려와야 하고 그 다음일은 다음 사람들이 알아서 할일 ”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8살 아들과 함께 나온 김혜영(36) 씨는 “가만히 있는 사람은 새누리당에 동조하는 것”이란 말에 분노했다고 한다. 김씨는 ”그동안 돌인 둘째 아이를 보느라 못나왔는데 화가 나서 아이를 신랑에게 맡기고 나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의 마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60대 중반의 A씨는 ”우리 세대가 박 대통령을 무작정 지지해서 이렇게 된게 아닌가. 젊은 세대에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 집회를 나왔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박경숙(56) 씨는 ”새누리당이 4월 퇴진 운운하는데 말도 안되는 것이고 내일이라도 당장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미수습 단원고 학생 은화 양의 어머니는 “세월호가 아직도 바다에 있고 은화, 다윤이, 혁규가 가족품에 돌아오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며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촛불시민과 함께 기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 비판글을 올렸다가 징계를 받은 방원중학교 교사 진영호 씨는 “우리가 박씨 왕조 실록을공부해야 하냐”며 “차라리 역사를 가르치기보다 역사가 되자”고 외쳤다. 

<사진설명>법원이 허용한 시한인 5시 30분 이후에도 청와대 100ｍ앞 효자치안센터에서도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이날 본행사에서는 가수 한영애씨가 ‘내 나라 내 겨레’, ‘홀로 아리랑’ 등을 부르며 촛불시민들의 성난 마음을 달랬다. 그는 “여러분 지치지 말십시오. 촛불 하나로 바뀔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후 주최측의 카운트다운에 따라 집회 참가자 모두가 1분간 촛불을 끄는 소등행사가 이어졌다. 새벽이 오기전 가장 어두운 미명을 재연한다는 의미였다. 1분의 암흑은 정적 대신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110만 시민들의 외침으로 가득찼고 다시 켜진 촛불은 시대의 어둠을 몰아내며 다시 서울 도심을 환히 비췄다.

한편 청와대 100ｍ 앞까지 진출한 1차 행진 행렬들은 법원이 허가한 시한 5시 30분 이후에도 도로에 앉아 자리를 지켰다. 이미 이곳부터 광화문까지 시민들이 도로에 가득차 되돌아나갈 수 없었기 때문. 경찰 역시 방송으로만 해산을 종용하고 강제 해산은 삼갔다. 한 고3 학생은 “의경도 우리가족”이라며 “솔직히 의경들이 박근혜를 지지하겠는가”며 경찰과의 충돌을 정당화하지 말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사진설명> 본집회 이후 시작된 2차 행진에는 단체 횃불행렬이 나타나기도 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오후 7시 20분경 본 행사가 끝나자 집회 참가자들은 6개 경로로 도심을 거쳐 청와대 방면 2차 행진을 시작했다.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서울시경찰청까지 단체로 횃불을 든 참가자들이 행진하기도 해 한때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7시 30분 주최측은 서울지역에 150만명, 전국적으로 195만명이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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