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한 리뷰] '역대급'이라는 말은 이럴때만 써야함을 보여준 FA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6. 12. 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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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이재호 기자] ‘역대급’이라는 말이 유행어로서 남발되고 있는 현재. 이 말의 진짜 의미인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표현은 정말 이런걸 봤을 때 써야함이 마땅하다.

2016 FA컵은 슈퍼매치라는 특수성과 함께 정말 뛰어나고 볼 것 많았던 경기력, 서울의 후반 막판 말도 안 되는 두골과 그 속에 윤승원이라는 놀라운 신인의 활약 등이 ‘역대급’이었다. 게다가 승부차기는 한팀당 무려 10명이 차는 보기 힘든 승부차기의 진행으로 이어졌고 결국 수원이 우승컵을 가져가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역대급’이었던 경기였다.

수원 삼성은 3일 오후 1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1-2로 패했지만 종합스코어 3-3 동률 후 승부차기에서 10-9로 승리하며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국내 최고의 대회인 FA컵 우승팀이 됐다.

결승 1차전은 수원 삼성의 홈에서 수원의 2-1 승리로 끝났었다. 2차전은 서울 홈에서 서울이 2-1로 이기면서 종합 스코어 3-3 동률이 맞춰졌고 연장 승부 후 승부차기에 돌입해 수원은 끝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수원은 6년만에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서울은 FA컵 2연패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제공

▶전반전 : ‘핵꿀잼’ 전반전, 수원 우세 속 퇴장 주고받은 혈전

시작과 동시에 이날 경기 양상은 전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무조건 골을 넣고 이겨야만 하는 서울이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비겨도 우승인 수원이 더 공격적인 모습으로 위협적인 기회를 많이 창출해냈다.

전반 20분 수원 이상호가 얻어낸 서울의 페널티박스 바로 밖 왼쪽 프리킥 상황을 염기훈이 왼발 직접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유상훈의 펀칭에 막혔다. 이때 서울 미드필더 다카하기와 수원 수비수 이정수는 거친 몸싸움을 벌여 서로 옐로카드를 받았는데 이는 후에 경기의 양상을 완전히 바꾸는 크나큰 장면이 된다.

초반 의외로 압도당하며 당황한 서울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전반 25분 다카하기가 그야말로 페널티박스 바로 밖 정중앙 20m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박주영이 키커로 나섰다. 전성기 시절 가까운 프리킥에서는 최고의 성공률을 보이던 박주영은 하지만 이 프리킥은 제대로 임팩트 되지 못하며 낮은 슈팅으로 수비벽에 걸리고 말았다.

수원은 집요하게 자신들의 왼쪽, 서울의 오른쪽을 공략했다. 전체적으로 수원이 굉장히 뛰어난 공격력을 보이고 서울은 유상훈 골키퍼의 선방으로 버티던 전반 36분 경기를 바꾸는 큰 변수가 생긴다.

전반 36분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수원 수비수 이정수와 서울 공격수 박주영이 충돌한 것. 이정수가 점프하면서 왼손으로 박주영의 안면을 가격한 것으로 인해 심판은 옐로카드를 꺼냈고 이미 전반 20분 옐로카드를 받았던 이정수는 경고누적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연합뉴스 제공

서울은 수적 우위를 6분도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날 유독 거친 플레이와 흥분된 모습을 보이던 미드필더 다카하기가 전반 42분 중앙선에서 이종성에게 가는 공을 막기 위해 태클을 했고 이 태클은 상당히 깊숙하면서 옐로카드가 나온 것. 이정수와 전반 20분 충돌로 다카하기 역시 옐로카드가 있었기에 그 역시 경고누적 퇴장이었다.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양팀은 22명이서 하는 축구가 아닌 20명이 하는 축구로 리부트했다.

한명씩 퇴장당하며 과열된 분위기의 끝은 전반 추가시간 나왔다. 수원 이종성과 서울 오스마르가 중앙에서 공을 두고 부딪치다 몸싸움을 벌였고 이때 양 선수들은 모두 튀어나와 싸움 직전까지 갔다. 서울 유상훈 골키퍼는 중앙선까지 나와 몸싸움에 가담하는 등 양팀의 신경전은 엄청났다.

결국 전반은 골 없이 0-0으로 끝났다. 하지만 전반 내내 ‘축구적으로’ 위협적인 장면이 수없이 나온 것은 물론 ‘물리적으로도’ 위협적인 장면이 퇴장 2회 등의 결과물로 나오면서 그야말로 ‘핵꿀잼’경기로 전반은 종료됐다.

▶후반전 : 김치우 앰뷸런스-조나탄 골… 서울, ‘1경기 출전’ 윤승원이 쏘아올린 기적

서울로서는 남은 45분동안 10명의 싸움에서 무조건 골을 넣어 승리해야했다. 반면 수원은 남은 45분을 버티기만 하면 되는 유리한 고지였다. 다급한 쪽이 서둘러서인지 기회를 번번이 놓쳤고 결국 승부는 후반 10분 완전히 갈렸다.

수원의 공격상황 오른쪽에서 권창훈과 김치우가 루즈볼 상황에서 서로 매우 거칠게 충돌했다. 이때 두 선수 모두 넘어져 괴로워하던 찰나에 흐른 공을 수원 이상호가 잡고 다시 측면을 파고 들었고 컷백 크로스로 조나탄에게 연결했다. 조나탄은 완전히 돌아서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른발 터닝슛을 했고 이 슈팅은 철벽같던 ?鑽?골키퍼의 손을 지나 서울 골문을 갈랐다.

연합뉴스 제공

수원은 이제 35분간 두골을 먹어도 연장에 갈 수 있는 굉장히 유리한 상황에 놓였고 수원 서포터즈들은 열광했다. 반면 서울은 충격에 빠졌다. 단순히 골을 허용해서가 아니다. 권창훈과 부딪쳤던 김치우가 일어나지 못했고 의료진이 들어와 심각한 부상임을 인지했다. 앰뷸런스 차량이 그라운드에 들어와야 했고 김치우는 앰뷸런스에 실려 나가며 경기장을 이탈했다.

수원 최고의 순간에 서울은 선수가 다쳐 앰뷸런스에 실려 나가는 최악의 장면이야말로 서울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제 최소 2골이 필요해진 서울은 총공격에 나섰다. 후반 24분 왼쪽으로 굉장히 치우친 페널티박스 바로 밖 프리킥에서 김치우 대신 교체로 들어갔던 주세종이 오른발 직접 프리킥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 슈팅마저 크로스바를 맞으며 운이 따르지 않은 서울이었다.

서울은 후반 30분 그나마 남은 시간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골을 만들어낸다. 역습상황에서 윤일록의 멋진 볼트래핑에 이은 패스가 왼쪽에 홀로 있던 박주영에게 향했고 박주영은 순간적으로 수비 없는 좋은 기회에서 욕심 내지 않고 중앙의 아드리아노에게 다시 한 번 연결했다. 아드리아노는 골키퍼까지 완전히 벗겨진 상황에서 가볍게 골을 성공시켰고 이제 서울은 1-1 동점을 만드는 것과 함께 한골만 더 넣으면 연장으로 경기를 몰고 갈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한다.

서울은 후반 39분 아드리아노가 골을 넣으며 연장의 희망을 얻나 했지만 이 골은 오프사이드로 판정되며 서울은 이대로 종합 스코어 2-3으로 뒤지며 FA컵 우승을 수원에게 내주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서울의 정규시간 마지막 교체카드였던 2016시즌 딱 한경기 출전에 그쳤던 만 21세의 윤승원이 후반 추가시간 3분 박주영의 오른쪽 크로스때 문전에서 날아올라 극적인 헤딩골을 넣은 것. 경기는 2-1, 종합 스코어 3-3 균형이 맞춰졌고 서울은 신예 윤승원이 쏘아올린 기적으로 연장전으로 향했다. 서울 팬들은 끝난 줄 알았던 경기에서 얻은 연장에 환호했고 수원 팬들은 눈앞에서 놓친 우승컵에 허탈한 마음으로 연장을 지켜봐야했다.

연합뉴스 제공

▶연장전 : 승부수 띄운 교체카드… 하지만 모두 지친 10vs10의 승부

연장 들어 하나 더 생긴 교체카드로 서울은 박주영을 빼고 조찬호를, 수원은 산토스를 투입하며 다른 색깔을 가져갔다. 서울은 조찬호-윤승원이라는 윙어들을 통해 좀 더 측면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수원은 산토스를 넣으며 더 공격적으로 임해 승부차기를 가지 않고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양 팀 선수들은 이미 힘이 많이 빠졌다. 10명이서 넓은 운동장을 뛰며 후반전을 풀로 소화한 것도 모자라 연장까지 뛰기에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양 팀은 전, 후반 보여줬던 놀라운 경기력만큼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득점 없이 연장은 끝났고 이제 우승컵은 승부차기 단 한번으로 결정 나게 됐다.

▶승부차기 : 놀라운 윤승원의 파넨카킥… 10명이 모두 넣은 수원의 우승

서울은 팀내 최고참인 곽태휘를 1번 키커로 내세웠고 가볍게 성공시켰다. 수원은 공격의 핵심인 산토스를 1번 키커로 내세웠고 산토스는 한참을 잰걸음으로 달려 들어와 오른쪽으로 정확히 밀어 넣었다. 이후 네 번째 키커까지 두 팀은 모두 성공시켰다.

원래대로 마지막 키커인 다섯 번째 키커 싸움에서 서울의 아드리아노는 산토스처럼 한참을 천천히 걸어와 왼쪽으로 골키퍼를 속이며 성공시켰다. 수원의 캡틴 염기훈은 다섯 번째 키커로 나와 과감하게 넣으며 여섯 번째 키커 싸움으로 몰고 갔다.

이후 9번째 키커까지 8-8 모두 성공하며 그야말로 피 말리는 승부가 됐다. 서울의 9번째 키커는 후반 추가시간 골을 넣었던 윤승원. 윤승원은 놀랍게도 정말 느린 파넨카킥으로 PK를 성공시키며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을 보여줬다. 수원의 9번째 키커 장호익 역시 가볍게 골을 넣으며 9-9 열 번째 키커 싸움으로 갔다.

양팀은 이제 골키퍼가 찰 수밖에 없었다. 양 팀 모두 한명이 퇴장 당했기에 10번째는 무조건 골키퍼가 차야했고 서울 유상훈 골키퍼가 선축에 나섰다. 하지만 유상훈의 킥은 크로스바를 넘겨버렸고 이걸로 사실상 끝이었다. 수원 양형모 골키퍼는 침착하게 오른쪽으로 마지막 골을 성공시켰고 결국 수원은 승부차기 성적 10-9로 승리하며 FA컵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급’이라는 말은 정말 이런 경기에만 쓰자

그야말로 ‘역대급’경기였다. 역대급이라는 말이 남발되고 있지만 정말 이 경기는 한국축구사에 길이 남을 역대급 경기가 됐다. 전반에만 두 팀에서 한명씩 퇴장당하는 참으로 흔치 않은 상황은 물론 후반 서울이 경기를 뒤집는 과정뿐만 아니라 두 팀의 놀라운 경기력은 참 ‘역대급’이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무려 10명까지 차는 참으로 흔치않은 진행과정, 신예 윤승원이 살얼음판 승부 속에서 너무나도 느린 파넨카킥을 차 성공시키는 담대함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또한 ‘승부차기의 사나이’로 불릴 정도로 승부차기에 강하던 유상훈 골키퍼가 10명의 슈팅을 모두 막지 못한 것과 자신이 찬 승부차기가 실축이 되면서 서울이 준우승에 그쳤다는 것도 아이러니였다.

K리그 클래식 4위로 ACL 진출을 노려보나 했던 울산 현대는 서울이 우승하지 못하면서 내년 ACL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동점골을 넣었던 아드리아노는 5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MVP는 염기훈이었다. 수원은 참으로 힘겨웠던 올 시즌 마지막에 거짓말 같은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재미, 경기력, 스토리, 결과 등 모든 것이 ‘역대급’이었던 2016 한국 축구의 마지막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경기 후 기자회견 : "수원 삼성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황선홍 FC서울 감독 : 먼저 수원 삼성에게 축하를 전한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우리였다. 승부의 핵심은 '냉정함'이라고 선수들에게 말했지만 아주 중요한 승부에서 마음이 앞섰다. 윤승원은 어린나이에 발전 가능성이 있기에 지금보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선수들이 많이 나타나줘야 서울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 그와 같은 패기 있는 모습을 젊은 선수들에게 원한다.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 : 올해는 정말 힘들었던 한해였다. 제가 축구를 하며 가장 힘든 한해였다.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럴때 많이 배워갔다. 이럴때일수록 흐트러지지 말고 더 소통을 하고 팀을 하나로 모아서 마지막에 수원 삼성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했던 것이 이뤄졌다. 절대적으로 승부차기는 피하고 싶었다. 물론 준비는 했었고 짚고 넘어간 것이 전원 성공으로 나타났다. 선수들의 강렬함과 바람이 승부차기의 결과가 나왔다.

▶경기정보

-FC서울 2 : 유상훈(GK) - 김치우(후13‘주세종) 김남춘(후19‘이석현) 곽태휘 고광민 - 오스마르 다카하기(전43'퇴장) 고요한 - 윤일록(후44‘윤승원) 박주영(연전9‘조찬호) 아드리아노

-수원삼성 1 : 양형모(GK) - 양상민 이정수(전36'퇴장) 구자룡 - 홍철 이종성(연후18‘산토스) 권창훈(후21‘곽광선) 장호익 - 염기훈 이상호(후34‘조원희)조나탄(후44‘조동건)

-득점 : 조나탄(후반 10분·수원삼성), 아드리아노(후반 30분), 윤승원(후반 48분·FC서울)

-퇴장 : 이정수(전반 36분·수원삼성), 다카하기(전반 43분·FC서울)

*1차전 2-1 수원 승, 2차전 2-1 서울 승 : 종합 스코어 3-3 연장전 후 승부차기

-승부차기 : 10-9 수원 삼성 승리
서울 - 곽태휘O, 고요한O 오스마르O 주세종O 아드리아노O 이석현O 고광민O 조찬호O 윤승원O 유상훈X
수원 - 산토스O, 양상민O 조 원 희O 조동건O 염 기 훈O 곽광선O 홍 철 O 구자룡O 장호익O 양형모O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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