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부결 후폭풍에 민주당은 안전한 걸까

윤호우 선임기자 입력 2016. 12. 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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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의원직 총사퇴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언급… 결국 장외투쟁으로 갈 수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 서명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촛불민심의 시계와 야권의 시계, 여권의 시계, 청와대의 시계는 다르게 가고 있다. 촛불민심의 시계가 오래전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퇴진에 맞춰져 있었다면, 야권의 시계는 11월 20일 검찰이 최순실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후에야 ‘탄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권의 시계는 한참 늦다. 아직 탄핵이 아닌 ‘질서 있는 퇴진’에 머무르고 있다. 질서 있는 퇴진은 촛불민심과 야권이 촛불집회 초기에 내세운 주장이었다. 청와대는 12월 2일 현재, 퇴진 일정에 대한 명확한 시한을 못 박고 있지 않다. 느려도 한참 느린 시계다.

촛불민심이 앞서고, 야권이 뒤따라가고, 여권과 청와대가 겨우 마지못해 뒤처져 가는 형국이다. 촛불민심은 뒤따라오는 정치권에,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과연 촛불정국에서 올바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1 더불어민주당의 현재 입장은
더불어민주당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전략은 단순하다. ‘탄핵은 탄핵, 퇴진은 퇴진’이다. 조건 없이 탄핵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11월 말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선 총리 선출, 후 탄핵’이라는 주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탄핵이 우선’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 민주당은 11월 21일 ‘탄핵’이라고 당론을 이미 정한 바 있다. 이때 민주당은 다만 탄핵 시기 등 방법론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11월 29일 박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여야 합의 시 퇴진’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즉시 탄핵’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고의 여지가 없었다. 이후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4월 대통령 퇴진’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을 조건으로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오로지 탄핵’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이 퇴진 시한을 못박더라도 탄핵 절차는 그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략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선 탄핵’이다. 탄핵보다 앞에 있는 것은 없다. 헌법적 퇴진인 탄핵을 결정지은 후에야 정치적 퇴진인 사퇴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탄핵소추안 2일 표결과 9일 표결의 진실은
민주당에서 탄핵소추안을 마련한 탄핵실무추진준비단 내부에서는 당초 12월 2일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과 9일 표결로 갈렸다. ‘2일 안’은 새누리당 비주류의 주장과 관계없이 빨리 탄핵소추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었고, ‘9일 안’은 되도록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수 있도록 노력한 후에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내부에서는 2일 본회의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안 되면 9일에 통과시키자는 입장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2일 통과를 목표로 삼고 야3당의 공동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12월 1일 추미애 대표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탄핵에 대한 협상을 하면서 야권의 공조는 흐트러졌다. 이날 국민의당의 반발로 탄핵소추안 표결 일정은 9일로 미뤄졌다.
3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통과를 위해 새누리당 비박과 손을 잡을까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희의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 비박 의원들의 탄핵 찬성이 필요하다. 야당 의원은 모두 171명(무소속 포함)으로,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감안하면 29명 이상의 찬성 표가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탄핵 찬성파인 김용태 의원을 포함하면 28표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민심으로 새누리당 비박계의 찬성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진성준 민주연구원 부원장(민주당 전 의원)은 “야권 각 당의 강온 양면 전략에 따라 (새누리당 비박에 대해)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지만, 지금 정치권은 국민의 민심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탄핵을 추진해야지, 탄핵을 새누리당 비박계에 구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탄핵안 통과에 대한 협조를 요구할 뿐 부탁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 민주당 주류의 생각이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국회 본청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막상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가면 무기명 투표라는 특성상 숨은 찬성표, 즉 ‘샤이 탄핵표’가 새누리당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민주당 주류와는 달리 비주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새누리당 비박의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성호 의원은 “탄핵소추안을 일단 발의하면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첫 번째로 야권 연대를 공고하게 해야 하고, 두 번째로 새누리당 비박과 잘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탄핵이 되지 않으면 책임은 새누리당이 지게 된다는 주장만으로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비박 설득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4 탄핵소추안 가결 때 민주당은 총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은 직무수행이 정지되고 황교안 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국민의당은 이 때문에 11월 말 ‘선 총리 선출, 후 탄핵’이라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민주당의 거부로 이 입장을 거둬들였다. 민주당은 ‘선 탄핵’이라는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우선 탄핵 후 총리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황 총리 체제일지라도 이미 힘이 빠진 정권인 만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총리의 대통령 권한 대행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황 총리가 차기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하는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성준 부원장은 “일단 탄핵이 우선”이라면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헌재 심판 과정에서 대통령이 사퇴할 가능성도 있고, 이때 총리 교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거국중립내각도 사실상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굳이 야당 성향의 총리를 내세워 야당의 능력을 평가받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5 탄핵소추안 부결 때 다시 발의할 수 있나
SNS에서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1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발의해 통과를 시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법 제92조에 따르면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에 ‘같은 회기’라는 조건이 있다. 다른 회기라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탄핵소추안이 다시 발의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주당 원내 한 관계자는 “물론 동일한 소추안을 발의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물론 이미 나온 혐의 외에 새롭고 중대한 혐의가 나타나면 재발의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성준 부원장은 “결국 민심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6 탄핵소추안 부결 때 후폭풍은
민주당은 소추안 부결 때 촛불민심의 비난은 새누리당에게로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탄핵 찬성이었다가 찬성·보류·반대 등으로 갈라진 새누리당 비박 의원들에 대한 비난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 역시 후폭풍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지도부 사퇴와 같은 국면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기 대선에서 대세 후보로 평가되는 문재인 전 대표 역시 후폭풍 영향권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진성준 부원장은 “정치권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야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야당 지도부의 즉각 퇴진과 같은 양상으로 번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7 부결 때 민주당의 향후 선택은
탄핵실무추진준비단 내부의 논의에서는 탄핵소추안 부결 때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일단 탄핵소추안 통과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탄핵실무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영표 의원은 “여의도 셈법으로 탄핵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촛불민심은 여의도 셈법과는 다르고, 탄핵소추가 촛불민심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이런 국회를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의원직 총사퇴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의원은 “부결되면 결국 장외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원내 한 관계자는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와는 별도로 대통령 퇴진에 대한 협상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8 촛불정국에서 민주당의 입장이 다소 느린 이유는
9월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첫 보도 이후 민주당의 스탠스에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당시 우상호 원내대표는 “민심이 들끓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하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더 혼란이 오고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당론은 촛불민심을 한 발짝 뒤에서 따라왔다. 때문에 제1당인 민주당의 스탠스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야권 일각에서는 86그룹 운동권 출신인 우상호 원내대표가 지나치게 몸조심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촛불집회 내부에서 미지근한 민주당 대응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목소리가 제1야당을 비난하는 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 퇴진에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여서 겨우 비난의 목소리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성준 부원장은 “민주당으로서는 촛불정국 초기에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이라는 주장을 선명하게 할 수 없었다”면서 “이는 전략적 오류라기보다는 야당이 할 수 있는 힘의 한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촛불정국 초기에 퇴진의 경우 대통령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고, 탄핵의 경우에는 야권만으로 탄핵소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9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봐야 하나
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추미애 대표에게로 향하고 있다. 추 대표는 촛불정국 가운데 지난 11월 중순 단독 정상회담을 추진하다 의총에서 반대해 좌절됐다. 12월 1일에는 김무성 전 대표와 회동했다가 야권 공조의 틀을 깼다는 비난을 받았다. 일련의 돌출행동이 결과론적으로 야권 공조라든지 민주당 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진성준 부원장은 “추 대표에 대한 비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물론 지도부와 상의를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탄핵을 앞두고 대표가 김무성 전 대표와 만나 비박의 의사를 타진하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추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을 별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원내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민주당 당론은 원내대표의 주재 아래 의원총회에서 정해졌다”고 말했다. 당론의 중심은 의원총회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의원들의 뜻에 따라 한 걸음씩 걸어왔고, 민주당의 당론은 결국 촛불민심을 뒤따라온 셈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촛불민심만큼은 못 되어도 촛불민심에 너무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10 국민의당은 앞으로 탄핵국면에서 민주당과 의견대립이 없을까
국민의당은 12월 1일 야권연대의 틀을 깨고 12월 2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반대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야권 일각에서는 ‘똥볼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찼는데, 이 볼을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맞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일(추 대표의 돌출행동)에 큰 일(2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그르쳤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야권연대는 12월 2일 다시 말끔히 복원됐다. 12월 2일 탄핵안을 발의하고 9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들어간다는 합의를 확인한 것이다. 12월 2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의 가결을 위해서 노력을 하는 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에게 야권 균열의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당과 논란을 벌였던 새누리당 비박 설득에 대해서도 “야3당은 이것을 계기로 해서 철저히 공조하고 탄핵의 가결을 위해 새누리당 비박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자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11 촛불정국에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정의당은 촛불정국에서 줄곧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야권연대에서도 견고한 한 축을 유지해 부결 때 그나마 민심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은 적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촛불정국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은 맞지만 새로운 진보의 길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촛불정국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지율을 높인 것도 정의당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국민의당 역시 촛불정국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낸 데 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야권은 촛불정국에서 크게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그냥 촛불민심에 얹혀 왔다”면서 “이런 이유로 야권 전체가 촛불민심의 신뢰를 크게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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