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국의 獨반도체 M&A, 미 안보 위협".. 아익스트론 포기 명령

박상주 2016. 12. 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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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여사가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임기 마지막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6.12.02

【워싱턴=신화/뉴시스】박상주 기자 =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중국 기업의 독일 반도체 회사 아익스트론(Aixtron) 인수에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재무부 성명을 통해 중국 푸젠그랜드칩인베스트먼트펀드(FGCIF)가 아익스트론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포기하라(fully and permanently abandon)"고 명령했다.

이날 재무부 성명은 "외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 국가의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을 경우 대통령의 권한으로 기업의 인수를 막을 수 있다. 아익스트론의 기술은 군사적인 쓰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재무부 성명은 이어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와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거래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완화 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겅슈앙(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거래는 정상적인 기업 인수다. 비즈니스 원칙과 시장 원칙에 따라 다뤄져야 한다. 정상적인 기업 거래에 지나친 정치적 간섭을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라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중국 FGCIF는 아익스트론을 6억7000만유로(약 8500억 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CFIUS는 지난달 18일 "미국의 국가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아익스트론이 FGCIF에 지분을 매각하려는 계획을 전면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아익스트론은 미국 비코에 이은 세계 2위 금속유기물화학증착(MOCVD:Metal Organic Chemical Vapor Deposition) 장비 생산 업체다. MOCVD는 질화갈륨(GaN)막을 사파이어 웨이퍼 위로 증착하는 시스템으로 LED 생산의 핵심 필수 장비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비코는 60~70%, 엑시트론은 30~40%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아익스트론이 생산하는 반도체는 발광다이오드(LED)와 레이저, 트랜지스터, 태양광 전지 등에 사용된다. 이는 군사 위성이나 미사일 감시 레이더 등 첨단 무기에도 사용될 수 있는 장비들이다. 아익스트론은 미국 3대 항공 우주 산업체 중 하나인 노스롭그루먼(Northrop Grumman) 등에 첨단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국가의 안보를 이유로 해외기업의 투자를 거부한 사례는 지난 25년 동안 이번 아익스트론을 포함해 모두 세 차례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2년 3월 중국계 미국 기업인 럴스 사(Ralls Corp)가 오리건 주의 풍력발전 시설 자산을 인수하려 하자 인근에 군사시설이 위치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를 중단시켰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경우 지난 1990년 중국자본이 미국 항공기 부품 제조회사 ‘맴코’(MAMCO)를 인수하려된 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다.

CFIUS는 국방 장비 등 미국의 안보와 관련된 첨단 기술이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아익스트론은 캘리포니아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1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캘리포니아 자회사에서는 아익스트론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수년 사이 미국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돈육 생산회사인 중국 WH그룹은 지난 2013년 미국 최대 양돈회사인 ‘스미스필드 푸드’을 인수했다. 올해 2월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가 스위스 종자·농약업체 신젠타를 인수하는 문제는 미국 정부에서 제지를 하고 나섰지만 지난 8월 최종 승인이 이루어 졌다. 중국 최대 부호인 왕젠린 회장이 이끄는 다롄 완다그룹(大連萬達)은 2012년 미국 2위 극장 체인인 AMC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영화 ‘다크나이트’ 제작사로 유명한 영화사 레전더리를 사들였다.

미국 컨설팅 기업인 로디엄 그룹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미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 투자 규모는 153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처럼 중국자본의 글로벌 첨단 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양국 사이엔 냉기가 흐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제품에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어 향후 양국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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