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전쟁통에도 사랑은 꽃핀다? '직장인 솔로대첩' 인기

이창수 기자 입력 2016. 12. 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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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앞둔 직장인들 솔로대첩·소셜데이팅 눈길 / 소셜데이팅 앱 사용자 49.8% "피해 입어.." / 지인 통한 소개팅과 달라 만남에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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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때문이겠죠? 요즘따라 많이 춥네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최근 새로운 인연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회사에 들어간 김씨는 그동안 일에 치여 연애할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불현듯 ‘이러다 또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겠다’는 생각에 조급해졌다고 한다. 주말 동호회 활동과 소개팅 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연을 찾고 있는 김씨는 “눈 깜짝하니 12월이 왔다”며 “곧 서른인데 제대로된 연애 한 번 못한 것 같다. 빨리 연애를 하고 싶다”며 씁쓸해했다.

나라가 온통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어수선하지만 옛말에 ‘전쟁통에도 사랑은 꽃핀다’고 했다. 크리스마스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옆구리가 시린 미혼남녀들이 온라인 소셜데이팅이나 수백명이 동시에 만남을 갖는 ‘솔로대첩’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씁쓰레한 자화상’이란 자조가 있는 반면 시대변화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른 건 몰라도 연애만큼은…”

2일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2.1%였던 30대 인구 미혼율은 2010년 39.9%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3포(취업·연애·결혼 포기) 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의 각박한 현실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한 ‘N포 세대’들이지만 다른 건 몰라도 연애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한 설문에 따르면, 미혼 남녀 응답자 3만8944명 중 절반 이상(남 52%, 여58%)이 연애·결혼·출산 중 ‘연애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결혼(남녀 모두 31%)이나 출산(남 17%, 여 11%)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 2014년 12월24일 처음 등장했던 ‘솔로대첩’도 최근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당시 솔로대첩은 성추행과 절도 등 안전문제가 제기되면서 ‘남자와 비둘기, 경찰만 보였다’는 후문과 함께 조촐히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빨간 옷을 팔기 위한 의류업체의 전략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편하게 즐기고 싶은 커플들이 솔로들을 가두는 이벤트였다”는 다소 황당한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마치콘(街コン)’을 본 뜬 새로운 형태의 ‘직장인 솔로대첩’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2004년 일본의 우즈노미야에서 지자체가 내놓은 마치콘은 행사에 참여한 음식점들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미팅을 이른다. 마치콘재팬에 따르면 일본에서 매년 약 2000건의 마치콘이 열려 60여만명의 젊은이들이 참가한다고 한다.

오는 3일과 10일 울산과 경기 성남에서 젊은 직장인 수백명이 참가하는 솔로대첩 형식의 집단 미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 미팅업체에서 2013년부터 30회가량 진행한 이 행사에는 지금까지 총 1만2000여명의 미혼남녀가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신청을 통해 남녀 성비를 맞춰 3시간가량 식당가를 돌아가며 만남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해 연애상대를 찾는 방식을 두고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모습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마을미팅프로젝트 손승우 대표는 “시간은 없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요즘 청년세대의 니즈(needs)가 반영됐다”며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애,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씁쓸한 자화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 여름 한 업체가 주관한 미팅행사에 참여한 직장인 이모(26·여)씨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만나야하나 싶었다”며 “물론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존감이 낮아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온라인 업체를 통한 만남은 특성 상 지인을 통한 소개팅과 달라 참가자들이 원치 않는 피해를 입는 일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유료 소셜데이팅 앱 서비스를 이용한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49.8%가 “앱을 사용하다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피해 내용으로는 ‘원치 않는 계속적인 연락’(24.4%),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개인정보 유출’(16.0%), ‘금전 요청’(10.2%) 등이었다.

업체에서 회원들의 본인 인증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소비자원이 회원 수 상위 5개 소셜데이팅 업체를 대상으로 본인 인증 여부를 조사한 결과, 3개 업체는 본인인증을 가입 단계에서 필수 절차로 채택하고 있으나 나머지 2개 업체는 필수가 아니거나 인증 절차가 아예 없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소개팅 어플 등 소셜데이팅으로 만남을 하게 될 경우 데이트 상대방의 성범죄 경력을 확인하는 등 이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사진출처=새마을미팅프로젝트,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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