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된 현장, 기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 2016. 12. 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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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

사진기자들이 프레임 속으로 들어와 뉴스가 되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공식 서명식이 국방부에서 열린 지난 23일 일간지·통신사·온라인신문 등에 소속된 사진기자들이 협정 서명식을 취재하기 위해 국방부 청사에 모였다.

국방부의 일방적인 서명식 비공개 통보에 사진기자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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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현장]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

[미디어오늘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

사진기자들이 프레임 속으로 들어와 뉴스가 되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공식 서명식이 국방부에서 열린 지난 23일 일간지·통신사·온라인신문 등에 소속된 사진기자들이 협정 서명식을 취재하기 위해 국방부 청사에 모였다. 국방부 측에서는 서명식은 공개하지 않고 청사 로비에서 일본 측 인사들이 들어오는 모습 정도까지만 취재를 허용한다고 공지했다.

국방부의 일방적인 서명식 비공개 통보에 사진기자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국가 간의 공식 협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장소가 협소하다면 ‘풀 취재(POOL, 대표 취재해 전 매체가 공유하는 식의 취재)’를 하더라도 기자의 입회를 요구했고, 공보 담당자는 “일본 측의 요구다. 사진을 제공해주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정에 대한 기자들의 해석과 표현을 원천차단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내보이겠다는 의미였다. 기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공보 담당자는 “맘대로 하라” “사진 제공도 하지마”라며 신경질적이고 고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기자들은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밀실 서명’의 일본 측 대표인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들어서는 출입문 앞에 사진기자들이 어깨를 맞대고 두 줄로 늘어섰다. 발 앞에는 일제히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주한 일본대사는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사진기자들 사이를 걸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스쳤다.

▲ 한일정보보호협정 서명을 위해 11월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 입장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주위로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거부를 하고 있다. 사진=강윤중 기자 제공
이 낯선 장면은 대부분의 매체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보도되고 인용됐다. 이날 체결한 협정의 분위기와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였다.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급히 추진한 ‘졸속 협정’을 감추고 싶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낸 셈이 되었다.

사실, 이날 현장에서 ㅎ 신문의 ㄱ 선배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사진기자들은 그저 일본 대사의 청사 입장 모습만 찍고 조용히 흩어졌을 것이다. 김 기자는 “협정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가적 사안의 협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되는 일인가”라고 물었다. 국방부 측에서 설치한 포토라인 뒤에서 순순히 자리 잡고 있던 사진기자 후배들에게 ‘왜 이 부당함에 가만있느냐’라는 꾸짖음이었다. ‘비공개’라는 완곡한 단어 뒤에 숨은 ‘언론 통제’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진 동료들을 흔들어 깨운 것이다. 사진기자가 왜 존재하는지, 또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새삼 곱씹게 했다.

현장을 기록해 사진뉴스를 생산해야 할 기자들이 취재의 대상이 된 것은 지금 정부의 다급한 처지와 정부·언론의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낸 씁쓸한 사건이다. 모든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놓고 있는 중에도 ‘바로 그 현장’을 기록하는 한 대의 카메라는 셔터소리를 냈다. 기록이 존재를 증명하는 사진기자이기 때문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은 2016년 11월23일 한·일 양국 역사의 한 장면으로 또렷이 남게 되었다.

▲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
카메라를 내려놓고 벌인 ‘무언의 항의’는 어떤 격앙된 발언보다 훨씬 더 강한 메시지로 느껴졌다. 사진기자들이 취재를 거부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취재의 권리, 현장 기록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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