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느림의 미학' 마침내 국제무대 시험대 오를까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6. 12.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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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두산 유희관(30)이 보여준 ‘느림의 미학’이 국제무대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그 베일이 벗겨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KBO는 지난 2일 2017년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예비명단 50명을 확정해 대회 조직위원회(WBCI)에 제출했다.

이번 엔트리에서 눈길을 모으는 선수는 단연 유희관이다. 지난달 10일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최종엔트리 28명을 일찌감치 발표했는데 이용찬의 팔꿈치 수술이 결정되면서 기술위원회는 이용찬 대신 심창민을 교체 선수로 낙점했다.

이번에 WBC 조직위원회에 제출한 예비엔트리에는 유희관도 이름을 추가적으로 올렸다. 즉, 10월6일 발표했던 최초의 예비엔트리에 심창민이 이미 포함된 상태였기 때문에 총 50명 가운데 새롭게 가세한 선수는 유희관 뿐이다.

물론 유희관이 28인 명단에까지 등록된 것은 아니지만 최종엔트리 제출 마감일 2월6일까지는 명단 변경을 할 수 있으며, 최종명단은 예비명단 내에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희관이 태극마크를 달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무엇보다 김광현이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을 받게 된다면 좌완 선발 요원으로서는 유희관이 유일한 대체 카드다.

그동안 유희관은 KBO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에 비해 대표팀 선발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시속 130km대의 느린 속구가 국제 무대에서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내심 작용했다.

하지만 유희관은 2013시즌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0승7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3)를 따낸 이후로도 단지 우연이라는 주위의 평가를 실력으로 보란 듯 뒤집어왔다. 2014시즌 12승9패 평균자책점 4.42로 또 한 번 진가를 발휘한 그는 특히 2015시즌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로 토종 선수 가운데 다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6시즌 역시 15승6패 평균자책점 4.41로 두산의 ‘판타스틱4’ 일원으로서 우승에 큰 힘을 보탰고, 어느덧 4년 동안 매번 두 자릿수 승리 및 총 55승(27패)을 쓸어 담은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유희관 스스로는 이미 마음을 비운 측면이 있다. 지난 시즌 무려 18승을 따내고도 프리미어12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 물론 정규시즌 막판 및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지만 검증을 받아보기도 전에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유희관으로서는 내심 서운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도 본인의 공이 통할지 늘 궁금증을 가져왔으며, 국가의 부름을 받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희관은 KBO리그에서도 힘이 좋은 외국인 선수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다. 올시즌 유희관을 상대로 테임즈는 타율 2할(5타수 1안타), LG 히메네스는 타율 2할5푼(8타수 2안타), 한화 로사리오는 타율 1할6푼7리(6타수 1안타)에 머물렀으며, 그 밖의 외국인 선수들도 대부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때문에 유희관의 느리지만 정교한 제구를 앞세운 피칭이 오히려 그의 투구를 처음 접한 타자들에게 생소함을 느끼게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국제대회에서 오히려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유희관이 과연 최종엔트리까지 당당히 승선, 성인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WBC에서도 ‘느림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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