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저 이번 달엔.." 쉬고 싶은 '넥타이부대'..한국, 연차휴가 14.2일 중 8.6만 사용

2016. 12. 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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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입사한 지 만 2년이 다 돼가는 이진영(27, 가명) 씨는 오늘도 ‘연차휴가’를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잠들기 전 당당하게 연차를 요구하겠다는 포부는 매일 아침 사무실의 분주한 분위기에 억눌려 좌절됐다. 법적으로 주어진 연차를 다 쓰는 것이 권리인 줄 안다. 하지만, 한 명이 휴가를 가게 되면 남은 사람들이 업무를 떠안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이 씨는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실시하면서 ‘의무 연차 15일을 다 쓰지 못해도 연차 수당을 못 받는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동의했지만, 눈치만 보다가 휴가도 보상도 못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근로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최소 15일에서 최대 25일의 연차유급휴가(이하 연차휴가)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사내 분위기 등 직장 내 사정 탓에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률은 매우 저조하다. 게다가 전 세계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연차휴가 부여일수는 매우 짧고 미사용률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근로자 연차휴가 사용 실태와 시사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평균 연차휴가 부여일수는 14.2일이었지만,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일수는 8.6일에 그쳤다. 미사용일수는 5.6일로,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연차휴가의 약 60%만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연도별로 연차 부여일수와 연차 사용일수는 중가 추세여서 희망적이라고 진단할 수도 있겠지만, 미사용일수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부여일수-사용일수 간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점 또한 문제다.


이러한 추세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아닌 한국만의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스페인ㆍ프랑스ㆍ핀란드 등 유럽의 선진국의 경우 연차 부여일수는 30일에 달하며 미사용일수는 ‘0’일로 조사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15일로 홍콩(14일) 및 미국ㆍ캐나다ㆍ멕시코ㆍ태국(15일)과 더불어 연차휴가 부여일수가 가장 짧은 국가군에 속한다. 특히 연차휴가 사용일수로 비교한 결과, 주요 30개국 중 가장 짧았고 미사용 일수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길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에서 두 번째로 길다. 지극히 낮은 연차휴가 사용일수를 개선하지 않는 한 노동시간 개선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게 노동전문가들의 평가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감은 해묵은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정부와 사용자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연차휴가사용촉진제’다.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이 정한 내용에 따라 연차휴가 사용을 촉구하면, 미사용 휴가에 대해 연가보상을 할 의무가 없어지는 제도다. 즉 “회사는 돈으로 보상하지 않을 테니 남은 연차는 무조건 사용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의무사항은 아니며, 정부에서 권장하고 있는 사항도 아니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사용자들이 연차휴가 사용 촉진제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지 않아, 연차휴가사용촉진제 실시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또 이 씨의 사례처럼 회사의 무거운 분위기 탓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차를 포기하게 되면 휴가도 못 가고 보상도 못 받는 불운한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연차휴가 사용률을 높이려는 개선방안으로는 연차휴가사용촉진제 의무화,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보상의 예외적 인정 제도 도입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적절한 연차휴가는 근로자의 육체적ㆍ정신적 피로를 경감시켜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의 도움을 받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미사용 연차휴가(5.6일)를 모두 사용할 경우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약 20.7조 원이며, 고용창출 효과는 약 3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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