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심야 도심 택시 잡기 전쟁.."애플리케이션, 승강장도 도움 안돼요"

심동준 2016. 12. 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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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중앙대 가나요", "이촌동이요", "아저씨. 신림 갑시다"

연말 야심한 시각, 도심 거리 곳곳에서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진다. 강남대로, 홍익대학교 인근, 종로 등 번화가에서는 택시 잡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아수라장을 방불하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2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서는 택시를 잡기 위한 시민들의 다양한 몸부림이 이어졌다. 택시를 쫓으면서 양손을 위아래로 흔드는 시민, 차도에서 비틀거리며 한 팔을 늘어뜨린 취객 등 각양각색이었다.

서울 마포구에 산다는 직장인 안모(27·여)씨는 "꽤 오래 기다렸는데 택시를 탈 수가 없네요. 택시를 부르는 애플리케이션을 써도 안 잡혀요. 눈 앞에서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제법 있었어요"라고 말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안씨는 손을 흔들면서 차량을 3대 더 보낸 뒤에서야 택시에 오를 수 있었다.

이른 시각 택시를 잡을 수 있었던 안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자정을 넘어서자 강남대로 일대는 택시 잡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도와 차도 곳곳에서 행선지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택시를 상대로 추격전을 벌이는 모습까지 펼쳐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승차거부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 사이다. 특히 오후 11시에서 오전 1시까지가 절정이다.

택시 잡는 시민들은 길가에서 목을 빼고 차량에 '빈차' 등이 켜졌는지를 살폈다. 다가오는 택시를 향해 달려가다가 '예약' 문구를 보고 낙담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택시를 잡으러 차도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택시는 경적을 울리거나 손사래를 치면서 지나쳐 갔다.

눈앞에서 택시를 놓친 시민들은 "야"라고 고성을 지르거나, 도로를 발로 차면서 답답해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택시를 이용하려는 시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실패했다는 문구를 보곤 한숨을 내뱉는 것이 다반사였다.

한 장년 남성은 연신 휴대전화를 보면서 "애플리케이션으로도 택시를 잡을 수가 없다"면서 성을 냈다. 경기도로 가는 택시를 타려다가 쫓겨나는 취객, "그냥 앞으로 가서 (택시를) 잡자" 등의 대화를 나누는 연인들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서상호(29)씨는 승강장에서 1시간 넘게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빈차' 등을 켜고 달리던 택시들은 서씨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서씨는 한숨을 내쉬면서 "빈차가 우선 별로 없어요. 불(빈차등)이 꺼져 있는데 또 모르죠. 그나마 오던 것도 앞에서 채가니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애플리케이션, 택시 승강장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네요"라고 했다.

서울시는 2일부터 연말 강남대로 등 택시 수요가 집중되는 20곳을 대상으로 승차거부 등 위법 행위를 집중단속하기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강남대로와 홍대입구역, 신촌지역에 단속 공무원이 집중적으로 배치된다. 기동단속반을 이용한 특별단속도 진행된다.

심야 승차거부 택시 단속 5년차인 곽석중(68) 단속반원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가 많아요"며 "주로 예약등을 몰래 켜고 흥정 하거나, 사람이 탄 것처럼 위장하고 지나치는 수법이죠"라고 말했다.

15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이기승(57)씨는 "바쁜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택시들이 승차거부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전화나 애플리케이션 콜도 골라 받고요"라며 "그래도 오후 10시30분이 넘으면 무작정 길에서 기다리기 보다는 콜 시도를 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편이 나을 걸요"라고 조언했다.

이날 강남대로와 홍대입구 등에는 단속반원 99명이 배치됐다. 단속 결과 승차거부 등으로 적발된 택시는 9대에 이른다. 적발된 택시는 차적지 주소지 관할관청에서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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