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형식적 사과문, 진정어린 각성이 필요하다

배우근 입력 2016. 12. 3. 07:30 수정 2016. 12. 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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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NC의 KS 2차전이 지난 10월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강정호가 김현수와 이야기를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6.10.30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강정호(29·피츠버그)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스포츠 스타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저질렀다. 자신의 명예 훼손 뿐 아니라 전체 프로선수의 위상에 흠집을 냈다. 야구선수를 희망하는 많은 어린 꿈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강정호는 지난 2일 새벽 혈중 알코올 농도 0.084의 음주 상태에서 BMW 차량을 몰고 가다가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주했다. 면허정지 수치에서 낸 사고였다. 그는 후속처리 없이 숙소인 삼성동 G호텔로 들어갔다.

이후 출동한 경찰에게 차량 동승자A는 자신이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해 운전자가 강정호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면, 범인도피 및 교사혐의가 추가 적용되며 최고 3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사고가 알려지자, 소속구단인 메이저리그 피츠버그는 프랭크 쿠널리 사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구단은 “강정호의 음주운전 행위와 도주한 일에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 음주 운전은 매우 어리석고 위험하다. 다친 사람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다”라고 유감을 보였다. 강경한 단어를 사용해 공개적인 실망감을 피력했다.

강정호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인식 감독은 “한숨만 나온다. 상황을 파악 중이고 국가대표 기술위원회에 보고했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정호에 음주사고에 대해 KBO는 오승환 사례(해외원정도박)처럼 국내리그 복귀시 조건부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오승환은 상벌위원회를 거쳐 한시즌의 절반인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강정호 이름으로 “후회, 반성하고 있으며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는 입장의 사과문을 냈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강정호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다.

소속사 사과문에서 강정호는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다. 사고를 낸 순간 당황을 하여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다”라고 음주운전 및 도주를 인정했다. 이어 “이 사건을 접한 모든 분과 피해를 입으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피츠버그 구단과 팀 동료에게 누를 끼친 점도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강정호와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했지만, 형식적인 내용에 그친다.

실제 사고당시 CCTV를 보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여지가 충분할 만큼 아찔했다. 강정호의 차량은 삼성동 네거리에서 빠르게 우회전 하면서 주변 시설물을 할퀴고 지나갔다. 다행히 횡단보도 주변에 보행자가 없었다. 차량은 가드레일이 설치된 교통섬을 넘어 반대차선까지 질주했다. 파손된 시설물이 인근 차량으로 튀었다.

속도를 제어하지 않은 차량은 중앙선을 넘은 상태에서 마지막 순간, 핸들을 돌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반대차선에서 신호대기하던 차량과 충돌할 뻔 했다. 최악의 상황들을 피하며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올시즌 국내 프로야구는 승부조작, 도박, 성추행, 음란행위 등으로 홍역을 치뤘다. 그리고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메이저리거까지 음주운전 및 도주로 손가락질을 받게 됐다.

많은 프로 선수들이 시즌중에는 페어플레이, 비시즌에는 다양한 선행을 실천하며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선수들의 일탈행동으로 인해 전체 프로선수들의 명예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 6월 말 미국 시카고에서 성폭행 사건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향후 형식적 사과문이 아닌 진정어린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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